주말이면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용산구에서 시위가 열린다. 합법적으로 시위하려면 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미리 내고 단체명, 행사내용, 참가 인원을 적어야 한다. 신고는 시위 시작 720시간(30일) 전부터 적어도 48시간 전에 끝내야 한다.

신고된 시위 목록은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금요일 오후에는 주말을 포함해 다음주 월요일 집회 일정까지 공개된다.

일정표에 따르면 금요일과 토요일의 집회 빈도가 가장 높다. 특히 토요일에는 서울 곳곳에서 시위가 열리는데, 1만 명 이상의 대규모 집회 신고가 자주 접수된다. 집회 참가자는 정말 신고서만큼 많을까.

3월 11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11번 출구 앞에서 보수단체 시위가 열렸다. 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 호국총연합회, 나라지킴이 고교연합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이재명을 구속하라’, ‘민노총 해체’ 등의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800개가 되지 않는 의자가 있었다. 의자의 70~80%를 참가자가 채웠다. 이 단체는 참가 인원이 1만 명이라고 신고했다.

기자가 인원을 세자, 어느 참가자가 “인원을 세는 건가?”라며 관심을 보였다. 기자가 신고인원보다 실제 참가자가 적다고 했더니 그는 “참가 인원이 많아야 좋은 건가”라며 웃었다.

▲ 용산구의 보수단체 시위
▲ 용산구의 보수단체 시위

인근에선 진보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당 고양시위원회가 주도했다. 전쟁기념관 북문에서 서울광장 서편까지 행진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한미연합 전쟁연습 멈춰!’,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등의 팻말을 들고 이동했다.

보수단체와 마주치자 경찰이 바리게이트를 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시위대를 양옆으로 모두 감쌀 정도로 많은 경찰이 투입됐다. 사전 신고인원은 1000명. 실제는 350명 정도였다.

▲ 용산구의 진보단체 거리 행진
▲ 용산구의 진보단체 거리 행진
▲ 바리게이트를 치는 경찰
▲ 바리게이트를 치는 경찰

종로구로 갔다. 3월 11일 오후 1시부터 4시,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가 시위를 벌였다. 해병대호국특명단, 자유마을 경기도 안산시상록구 사동 지부가 참가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참가자가 1만 명이라고 신고했지만 실제는 300~350명이었다. 맨 앞에서 군복을 입은 참가자에게 물었더니 “오늘 자발적으로 400명 정도 참여했다”며 “보통 때는 (신고인원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고,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주일 뒤인 3월 18일, 다시 찾았다. 이날도 1만 명으로 신고했지만 참가 인원은 250~300명 수준이었다. 자신을 현장 질서유지팀원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이날 참석 인원이 3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신고인원과 참가 인원이 차이 난다고 했더니 그는 “전광훈 목사님이 오실 때는 몇십 만 명이 시위에 참여한다”며 “이런 걸 묻는 목적이 뭐냐”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참가 인원보다 국민에게 알리려고 하는 내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시위는 시민의 권리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신고의 자유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인원이 과장돼 경찰 인력이 낭비되는 부분은 없는지 물었다. 경찰은 주최 측과 사전에 연락한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실제 인원을 파악한다는 얘기. 경찰은 대부분이 여기에 협조하지만 “그걸 왜 묻냐”고 따지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단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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