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녀, OO맘…. 기사 제목에서 여성을 표현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는 ‘금발녀’가 된다. 유명 여성에게는 자녀 수에 따라 애둘맘이나 애셋맘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런 제목을 보고 경향신문 기자들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10개 일간지의 10년 치 제목 763만건을 분석했던 이유다.

변화가 보였다. 데이터를 모았더니 일부 표현이 제목에서 사라졌다. 예를 들어 노처녀라는 단어가 점점 줄어 2021년에 하나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분석한 ‘헤드라인 속의 OO녀’는 제5회 한국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데이터저널리즘혁신상을 받았다.

주최 측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이어진 미투 운동 등 큰 파장을 일으킨 젠더 이슈가 지난 10년 새 만들어낸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헤드라인속의 OO녀’ 인터랙티브 기사(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 ‘헤드라인속의 OO녀’ 인터랙티브 기사(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이 기획에 참여한 뉴콘텐츠팀의 이아름, 데이터저널리즘팀의 이수민 기자를 3월 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서 만났다. 두 기자는 제54회 한국기자상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에도 참여했다.

어떤 방식으로 취재팀을 구성했는지 물었다. ‘헤드라인 속의 OO녀’ 기사의 경우 데이터저널리즘팀 일손이 부족해서 뉴콘텐츠팀의 이아름 기자가 참여했다.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는 플랫팀이 먼저 시작하고, 참여자 모집 공지를 나중에 올렸다고 한다.

10년 치 헤드라인을 모두 분석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데이터 일부를 미리 뽑아 경향성을 파악하고 기사화가 가능한지부터 확인했다. 이수민 기자는 직접 만든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제목을 수집했다. 이어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과 그렇지 않은 제목을 구분했다.

‘딸’이라는 단어가 있는 제목을 골라내면 ‘딸기’ 같은 제목이 함께 나왔다. 이 부분은 전문가 도움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처녀, 육감, 여성미 같은 단어가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성차별적 표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제목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 여성이 들어간 제목의 연도별 빈도수(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ᅠ
▲ 여성이 들어간 제목의 연도별 빈도수(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ᅠ

분석 방법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킬 때 사용한 데이터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취재팀은 제목 9324개를 통해 학습한 모델로 여성과 관련한 제목과 그렇지 않은 제목을 분류했다. 그리고 감성 분석(텍스트에 들어간 감정 등 주관적 정보를 분석해 수치화)을 활용해 제목을 긍정적 표현과 부정적 표현으로 나눴다.

분석 결과, 여성 관련 제목이 그렇지 않은 제목보다 부정적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0년 전가 달라진 점이 있었다. 똑같이 부정적이어도 다른 맥락에서 사용됐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에서 여성 차별적 표현이 포함된 제목은 차별적 관행이나 표현의 문제를 제기하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이아름 기자는 데이터가 잘 나와도 “저희끼리 알아보는 건 의미가 없다”며 "분석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을 기사 쓰는 것만큼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 홈페이지를 직접 디자인했다. “독자 눈에 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제 역할이다.”

독자 이민정 씨(23)는 “김치녀나 된장녀 같은 단어를 일상에서 듣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느끼고 있었다”며 “(데이터)분석을 통해 제목에서 여성 비하 단어가 줄었음을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주니 확실하게 변화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헤드라인 속의 OO녀’는 3회다. 제목을 분석한 기사 다음에는 교실 속의 여성혐오와 성평등 수업을 하는 교사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구성했을까.

이아름 기자는 “멀리 있는 것은 가까이 가져오고, 가까이 있는 것은 멀리 보내서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평소에 자주 한다. 데이터는 ‘멀리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개인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를 다음에 배치했다. 미시적 인터뷰와 거시적 데이터를 합칠 때 효과가 나올 수 있어서다.

좋은 기획 기사의 핵심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아름 기자는 “팀원이 100이다”라고 답했다. 이수민 기자 역시 “누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기사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데이터 저널리즘 미래에 대해 이수민 기자는 “데이터 저널리즘 인력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이를 근거로 의미 있는 기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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