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본관 2층 복도가 북적였다. 3월 21일,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77)의 1심 5차 공판이 열린 날. 정 총재는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취재팀은 오후 1시 40분 도착해서 줄을 섰다. “사진 찍으시면 안 돼요.” 여기저기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자, 법원 직원이 촬영을 막았다. 지나가던 시민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느 남성이 “정명석 보러 왔다”라고 말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취재팀 뒤로 10여 명이 줄을 섰다. “다 못 들어갈 수도 있겠는데.” 줄이 길어지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후 1시 57분, 법원 직원이 법정 230호 양쪽 문을 열었다. “천천히 입장해주세요.” 직원 안내에 따라 들어갔다.

방청석에는 40여 명이 앉았다. 취재팀을 포함한 나머지 50여 명은 방청석 양쪽 뒤편에 섰다. 지나갈 공간이 없어서 법원 직원이 통로를 만들어 달라고 수시로 소리쳤다.

재판부(제12형사부)는 오후 2시 2분 입정했다. 이어서 정 총재가 죄수복을 입고 경찰과 함께 들어왔다. 그는 재판부와 방청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키는 170㎝ 정도로 보였고,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했다. 마스크를 써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2022고합443 정명석 피고인 사건 진행하겠습니다.” 나상훈 부장판사가 재판 시작을 알리면서 변호인단 사임을 언급했다. 이종오 강재규 변호사와 법무법인 광장이 순서대로 사임계를 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연랑 황윤상 변호사가 출석했다. 정 총재의 보석 신청에 대해 나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과거 행적과 도망 염려 때문에 보석은 어려움이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 대전지방법원
▲ 대전지방법원

변호인은 추가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다는 증인 5명이 아니라, 앞서 신청한 증인 22명 전부를 신문해달라고 했다. 변호인은 “한두 명만 신문하면 공판중심주의에 반한다”며 “22명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15명을 모아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호인은 증인 5명을 신문하기에 3시간은 부족하다고 했다. 앞서 3월 7일 열린 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증인신문을 3시간으로 통보했다.

검찰은 22명 중 16명이 진술조서 형태로 이미 조사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재판 당일까지 증인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문제도 제기했다. “어떤 취지로 누구를 불러서 신문할 건지 추측이 안 된다. 수사단계에서 제출한 증거가 충분히 모였으니, 추가 증인신문은 효력이 없다.”

재판부 역시 모든 증인을 신문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 부장판사는 “꼭 필요한 증인만 골라달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참고인을 이미 조사했고 증인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신문을 계속 요청했다. “한두 명만 신문하면 증인신문 취지가 퇴색된다”는 말을 반복하며 범행이 일어난 현장검증도 요구했다.

증인신문을 두고 실랑이가 이어지자 검찰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부인했지만 법정 안이 술렁였다.

다음은 증인 5명의 출석 여부였다. 검찰이 증인의 출석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하자, 변호인은 “법정에는 출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 당일에는 증인이 미리 출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출석하려던 증인 5명은 모두 법정에 오지 않았다.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검찰이 묻자, 변호인은 이날 오전 증인과 연락했더니 3시간 신문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증인은 재판 출석 의지가 있었고 준비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증인 불출석으로 재판은 파행됐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다음 재판에서 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수사단계에서 피고인 측 요청으로 조사받았던 독일 국적 참고인 1명과 다른 외국인 증인 1명이 “허위진술이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고 전했다. 1명은 경찰 조사를 마쳤지만, 다른 1명은 아직 입국하지 못해서 조사받지 않았다.

정 총재의 무고죄에 대한 추가 기소도 예정됐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추행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고소한 사실에 대한 기소다. “본 건과 특별히 관련이 있으니, 추가기소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4월 3일과 4일의 6~7차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을 듣겠다고 했다. 3일 오후 2시 열리는 재판에는 넷플릭스에 출연한, 홍콩 출신의 여성 메이플 씨(본명 Yip Maple Ying Tung Huen·29)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정 총재는 신도 성폭행 혐의로 2009년에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 2월에 만기 출소했다. 4년이 지난 2022년 10월 4일, 다시 구속됐다. 메이플 씨와 호주 국적 여성이 고소하면서다.

두 피해자는 같은 해 3월 16일, 서울 종로구의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총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메이플 씨는 올해 3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도 이런 사실을 밝혔다. 2018년 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7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과 준강간을 당했다고 했다. 호주 국적의 여성은 2018년 7월부터 5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첫 공판은 작년 11월 18일 오전 10시 열렸다. 검찰은 피고인이 교주 신분으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같은 범죄로 징역형을 받고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데 대해서는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요구했다.

변호인은 추후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냐고 물었다. 정 총재 측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법무법인 경복은 12월 1일 변호인단 사임신고서를 제출했다. 다음날, 재판부는 정 총재의 구속기간 갱신을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제92조에 따르면 구속기간은 2개월이다. 계속 구속할 필요가 있으면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두 번 갱신할 수 있다. 1심에서 피고인이 구속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두 번째 공판은 12월 16일 오전 10시 열렸다. 법무법인 광장은 이날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다. 1차 공판에 이어 2차 공판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을 신적인 존재라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증거 능력에 대한 공방도 있었다. 피해자는 녹취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휴대전화를 바꿔 증거가 담긴 기기를 제출하지 못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는 사본이기 때문에 증인신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반박했다. 녹취 등 파일은 클라우드에서 내려받아서 피해자가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모습 실현 등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했다. 인위적 수정이 없었던 사본을 증거로 채택했다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다음 기일에 증인신문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변호인 측이 이의를 제기했다. 증거 능력에 따라 신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정 총재 측이 다음 공판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겠다고 요청하자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세 번째 공판은 2023년 2월 13일 오후 2시 열렸다. 변호인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법무법인 광장·윈·저스티스·태일과 강재규 양승남 이연랑 변호사가 출석했다. 이들은 3차 공판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피고인이 신이라고 설교하거나 피해자와 성적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검찰이 피해자를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주장한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재판부에 현장검증도 요구했다. 수사기관이 현장 조사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 검찰이 공소사실에서 제시한 범행 장소는 투명유리여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데 불투명 유리로 기재됐다고 했다.

법원은 2월 17일 정 총재의 구속기간을 한 번 더 갱신했다. 1심에서 가능한 마지막 갱신이다. 구속기간이 4월까지 연장됐다.

4차 공판은 3월 7일 열렸다. 메이플 씨의 전 남자친구 이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모 씨는 메이플 씨와 교제할 때 정 총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방어권 보장을 앞세워 피고인이 증인으로 신청한 22명의 증언을 법정에서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시간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재판 속도를 고려하면 22명을 모두 신문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피고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증인의 증언만 듣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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