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이른 평일 오후인데도 북적였다. 명동은 한때 한국의 ‘관광 1번지’로 불릴 만큼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은 곳. 코로나19로 끊긴 외국인 발길이 다시 늘면서 명동 상권이 활기를 찾는 중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내리자 여행용 가방을 끄는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철역 내부의 환전 기계 앞에는 환전하려는 줄이 2m를 넘었다. 지하상가의 옷가게와 기념품 판매장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6번 출구로 나가서 명동 중앙로로 가니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길거리 가수의 노랫소리, 상점 음악 소리, 리모델링 공사 소음 등으로 명동거리는 소란스러웠다.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맛집 앞은 대기 손님이 많았다.

▲ 명동거리 중앙로의 관광객
▲ 명동거리 중앙로의 관광객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23년 1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3만 4429명이다. 명동거리에서 모자 가판대를 30년 동안 운영하는 60대 양성혁 씨는 최근 몇 달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 의무 해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은 아직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여러 이유로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키릴 기스마토르 씨(34)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징집을 피하려고 8개월째 세계여행 중이다. 그는 정보통신 회사에서 비대면으로 일한다.

한국에 온 지는 이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나의 안전을 위해서는 러시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러시아 남성은 다 해외로 떠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알리시아 포인턴(21) 로레인 포인턴(21)은 쌍둥이 자매. 스물한 번째 생일을 기념해서 한국에 왔다. 자매는 작년 생일에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1년을 미뤘다고 말했다.

많은 나라 중에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 문화가 좋아서라고 했다. 이 자매는 K-POP을 특히 좋아한다. 언니인 알리시아는 대학에서 전공인 역사를 공부하며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화려한 간판과 대형 브랜드 매장이 많은 중앙로를 벗어나 명동4길과 명동6길로 갔다. ‘임대’ 표시가 붙은 상가 건물이 즐비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소매점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의자에 앉아서 조는 상인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이 제공하는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명동 중대형 매장의 공실률은 43.5%였다. 2021년 같은 기간(50.1%)에 비하면 약간 나아졌지만 2019년 같은 기간(8.9%)에 비하면 4.8배 높다.

▲ 명동4길과 명동6길 골목
▲ 명동4길과 명동6길 골목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지만 명동 상인들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위기다. 코로나 전 수준만큼 여행객이 늘지 않아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에 입국한 해외여행객은 2019년 1월의 39.3% 수준이다.

환전소를 6년째 하는 42세 김모 씨는 팬데믹 기간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환전소 일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관광객이 다 회복하지 않아서 지금도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김 씨는 한국 물가가 너무 올라서 관광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힘들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옛날에 비해 외국인이 한국 정말 많이 비싸졌다고 한다”며 물가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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