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입구 정류장은 버스를 기다리는 200여 명의 시민으로 붐볐다. 버스마다 30명 정도가 기다렸다.

버스 문이 열리면 자리가 금방 찬다. 기사는 손을 좌우로 흔들며 만석 안내판을 앞 유리창에 놓는다. 다음 버스는 언제 탈 수 있을까. 남은 승객은 안내판을 봤다.

경기 광역버스에서 입석을 금지한 지 2월 26일로 100일을 맞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압사 사고를 방지하려고 작년 11월 18일부터 시행했다.

초기에는 출퇴근길에 버스 3~4대를 눈앞에 두고도 타지 못한 승객이 많았다. 100일이 지나도 여전히 입석 금지는 시행 중일까. 버스는 충분히 늘었을까. 시민 불편은 줄었을까.

▲ 노선별로 줄을 선 명동입구 정류장
▲ 노선별로 줄을 선 명동입구 정류장

기자는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정류장에 가서 3시간씩 관찰했다. 퇴근길은 명동입구 정류장, 출근길은 경기 성남시 이매촌한신·서현역·AK플라자(이매촌한신) 정류장을 갔다.

이곳은 광역버스 이용객이 많고 노선이 고속도로와 가까워서 자리가 금방 찬다. 특히 이매촌한신 정류장은 광역버스 5개 노선이 경유하는 곳으로 입석 문제로 민원이 많다. 신설된 9401-1의 출발 정류장이기도 하다.

입석 금지는 잘 시행됐다. 138대를 봤더니 입석을 허용한 버스는 2월 28일 오후 5시 40분에 1대뿐(8800번)이었다. 승객 1명이 버스 입구 계단에 앉았다.

3월 1일 오후 8시 30분. 승객 15명이 줄을 섰는데 빈자리가 충분해 모두 탑승했다. 20분간 입석을 허용한 버스는 없었다.

출근길은 어떨까. 3월 2일 오전 8시 30분, 이매촌한신 정류장에 갔다. 1시간 동안 50대를 관찰했는데 입석을 허용한 버스는 없었다.

20명 가량이 줄을 섰다면 버스 3대가 오고 나서야 다 탈 수 있었다. 대학생 김민지 씨(20)는 “이미 버스가 꽉 차서 온다. 30분 더 일찍 나와도 늦을 때가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입석을 허용한 광역버스(2월 28일~3월 2일)
▲ 입석을 허용한 광역버스(2월 28일~3월 2일)

경기도에 따르면 광역버스 입석 승객은 2022년 6월 기준 약 7000명 대에서 2023년 1월 기준 약 1000명으로 86% 줄었다. 50대 직장인 홍용현 씨는 “버스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지만, 앉아서 갈 수 있어 편하다”며 “실제로 2층 버스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석을 금지하면 버스를 늘려야 승객 불편이 줄어든다. 경기도는 입석 대책을 세 번 마련하면서 2023년 1월 기준 전세버스 128대, 정규버스 106대, 2층 전기버스 26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성남시 대중교통과 김현지 주무관은 “입석 금지 시행 이틀 후부터 20대를 추가 투입했고, 2월 13일부터 9401-1을 신설했다”며 “서울시 협의를 통해 대기가 긴 노선 중심으로 버스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류장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문제가 있다. 버스가 도착하자 순식간에 승객이 뛰어왔다. 서로 몸이 부딪히고 발이 밟히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배소명 주무관(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은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정류장과 버스에서 공공방송을 주기적으로 틀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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