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임기가 2024년 5월 29일 끝난다. 의정 활동을 활성화하고자 2021년 3월부터 ‘일하는 국회법’을 시행했다. 과연 국회는 일을 제대로 했을까. 다음 총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서울 국회의원 49명의 성적을 매겼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회의 출석률과 발언량, 발의 법안 건수, 법안 처리율…. 발언량과 발의 법안 건수는 양적인 지표여서 내용을 알 수 없다. 말을 많이 한다고, 법을 많이 만든다고 성과를 냈다고 보기 힘들다.

법안 처리율은 의안이 실제 법률안으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발의 건수가 적으면 처리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문제점이 있다. 법안 처리율이 높아도 해당 법안의 질이 높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문제도 있다.

출석률은 국회의원의 성실함을 나타낸다. 회의에 참석해야 법안을 발의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의정 활동을 평가하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국회에 얼마나 성실하게 출석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지역구가 서울에 있는 의원의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출석률 평균을 분석해서 순위를 매겼다. 자료는 참여연대 국회감시사이트 열려라국회에서 참고했다.

국회 임기가 시작된 2020년 5월 30일부터, 집계일인 2023년 2월 25일까지 열린 회의를 대상으로 했다. 2월 25일 기준, 사이트에 올라온 본회의 기록은 2020년 6월 5일 회의부터 2023년 2월 14일까지 118회다. 모든 수치는 소수점 아래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했다.

서울 국회의원의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출석률은 평균 90%다.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이 82%, 더불어민주당이 92%다.

당선 횟수별로는 초선 의원 출석률이 93%로 가장 높다. 다음은 3선 의원(92%) 재선 의원 (91%) 4선 의원(78%) 순이었다. 초선~3선 의원 출석률이 모두 90%대지만 4선 의원 출석률이 눈에 띄게 낮다.

회의별로는 본회의(91%)가 상임위원회(89%)보다 조금 높았다. 남성 의원과 여성 의원 출석률은 모두 90%로 차이가 없었다.

의원별로는 어떨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출석률의 평균을 집계해 순위를 매겼다. 가장 높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이다. 상임위원회 118회에 전부 참석했고, 본회의 118회 중에서 불참이 1회였다.

가장 낮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다. 상임위원회 100회 중 불참 59회(청가 59회), 본회의 118회 중 불참 40회(결석 2회·청가 38회)다. 청가는 의원이 사고로 인해 국회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사유와 기간을 기재한 서류를 제출하고 의장 허가를 받은 경우다.

의원실에 물었더니 임기 중 통일부 장관직을 겸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열려라국회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 의원은 장관을 지낸 2020년 7월 27일에서 2022년 5월 9일 사이에만 상임위원회 청가를 사용했다. 본회의 역시 2022년 10월 25일 결석 1회를 제외하고, 모두 장관 재직 중에만 불참했다.

이 의원을 포함한 출석률 하위 5명(이인영·박진·한정애·권영세·황희 의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의원 임기 중 장관이었거나, 현재 장관이다. 이에 전·현직 장관인 의원의 출석률을 다시 집계했다.

장관이 아니었던 기간의 회의 출석률을 확인했더니 이 의원은 상임위원회 41회에 전부 출석했고, 본회의 48회 중 불참 1회(결석 1회)다. 평균 출석률은 99%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지난해 5월 12일부터 외교부 장관직을 맡았다. 장관 재직 전까지 상임위원회 70회 중 불참 20회(결석 8회·청가 11회·출장 1회), 본회의 81회 중 불참 23회(결석 13회·청가 10회)다. 평균 출석률은 72%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전 환경부 장관)은 상임위원회 57회 중 불참 2회(결석 2회), 본회의 67회 중 불참 3회(결석 1회·청가 2회)로, 평균 출석률 96%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현 통일부 장관)은 상임위원회 80회 중 불참 19회(결석 18회·청가 1회), 본회의 111회 중 불참 17회(결석 14회·청가 3회)다. 평균 출석률은 81%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상임위원회 59회 중 불참 8회(결석 2회·청가 6회), 본회의 73회 중 불참 5회(결석 3회·출장 2회)로, 평균 출석률이 90%다. 이로써 전·현직 장관인 의원 5명 가운데 박진 의원만 유일하게 출석률 70%대를 기록했다.

한편 장관 경험이 없는 일반 의원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출석률이 가장 낮다. 우 의원은 상임위원회 64회 중 불참 23회(결석 18회·청가 5회), 본회의 118회 중 불참 28회(결석 26회·청가 2회)로 평균 출석률이 76%다. 일반 의원 중 유일한 70%대다.

우상호 의원과 박진 의원의 출석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2월 27일, 두 의원실에 전화해 비서관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우 의원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느라 참석이 어려웠다고 한다. 우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정확한 불참 사유를 물었더니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박 의원실은 “참석할 수 있는 회의에는 다 참석했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면 청가서를 냈다고 했다. 불참 사유가 청가가 아닌 결석인 이유를 묻자 “당 차원의 집단 보이콧”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안건을 보이콧했는지, 박진 의원에게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는지 다시 물었지만, 거절당했다.

유권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기자는 2월 28일, 서울 서대문구갑 지역에서 주민 이야기를 들었다. 서대문구갑은 우상호 의원의 지역구다.

지하철 2호선 아현역 인근 가구거리에 있는 가구점. 입구 앞 의자에 앉은 신동엽 씨(83)에게 우 의원 얘기를 꺼내자 “나 그런 거 관심 없어”라며 손사래를 쳤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산다는 신 씨는 “여기 활동도 안 다녀”라고 말했다.

우 의원의 지역구 활동에 대해 물었더니 입을 열었다. “활동을 해야지. 국회의원 나올 때는 어쩌구저쩌구 해놓고 국회의원 되면 나 몰라라 하고, 다 그래요.” 우 의원의 국회 출석률에 대한 질문에는 “출석률이야 활동해야 좋다, 나쁘다 하지”라고 답했다.

북아현동 주민 이숙자 씨(59)는 “(회의) 참석을 좀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회의에 참석해야 입법도 하고, 의사결정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와 국조특위 위원장을 겸하느라 출석률이 낮았다는 의원실 설명에 대해서는 “그 분(우 의원)이 꼭 가셔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면 할 수 없지만, 그게 꼭 국회 참석하는 시간이랑 똑같이 맞물려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 의원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지역구 개발 얘기를 꺼냈다. “여기가 재개발, 뭐 그런 걸로 많이 정체됐거든요.” 지역 현황과 주민 생활에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가구거리
▲서대문구 북아현동 가구거리

가구거리의 다른 가구점 앞에서 이맹연 씨(67)를 만났다. 기자가 취재원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고, 가게 문을 반쯤 열고 “뭘 찾고 계시냐”며 손짓했다.

기자는 북아현동 주민인지를 물으며 우 의원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이 씨는 아예 가게 밖으로 나와 불만을 나타냈다. “나는 국회의원을 반으로 줄였으면 좋겠어. 국민 세금만 축내는 거지. 싸움만 하고, 하는 게 뭐 있어요?”

우 의원의 출석률 통계를 보여주자 언성을 높였다. “나쁜 놈들이지. 세비를 타 먹으면서 출석을 안 한다는 거는, 그건 잘못된 거 아닙니까? 그거 잘못된 거지. 가만히 앉아서 공짜로 먹겠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는 거냐고.”

이모 씨(82)는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중이었다. 취재를 요청하자 흔쾌히 들어오라고 했지만,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북아현동 국회의원이 누군지 아냐고 물었더니 우 의원 이름을 바로 말했다. “그 국회의원이 4선 의원인데, 뭐 별로 여기 동네에서는 일하는 데 신경 잘 안 써요.”

출석률을 듣고는 “출석은 많이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 양반(우 의원)도 자기한테 플러스 되는 데만 가지, 마이너스 되는 데는 안 가니까”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홍제1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인근 편의점에서 유찬빈 씨(26)를 만났다. 서대문구을 지역인 홍은1동에 살지만, 홍제1동에서 아르바이트한다.

“국회 출석률 말씀하시는 건가요?” 기자가 낮은 출석률 수치를 얘기하자 “잘 몰랐는데, 별로 안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중간에 손님이 들어오자 계산하고 “국회 출석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나와 30초쯤 걸으니, 불 켜진 화분 가게가 보였다. 홍제1동 주민 김현경 씨(33)가 가게에 혼자 보였다. “제가 정치를 잘 몰라서….” 멋쩍게 웃으며, 출석률이 평균보다 낮은 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의원실이 밝힌 불참 사유를 설명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근데 그분(우 의원) 하는 일이 그거(회의 출석)니까. 일이 아무리 많아도 스케줄을 조율해서 출석을, 본인이 맡은 바를 다 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면 그냥 서민들도 안 바쁜 사람 없는데, 본인 할 일 다 하잖아요. 연봉으로 따지면 대한민국의 높은 임원급인데, 그럼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국가는 어떨까. 미국 의회 추적 사이트(GovTrack.us)가 제공하는 2022년 국회 성적표(2022 Report Card)를 참고했다. 3월 5일 기준, 사이트에 나온 117대 의회(2021년 1월 3일~2023년 1월 3일)의 투표 불참률(missed votes) 평균을 계산했다. 의회에 출석해야 투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 참석률로 의회 출석률을 대체한다.

상원의원 100명의 투표 불참률은 평균 3.8%로 집계됐다. 한 번도 불참하지 않은 의원이 2명, 불참률이 가장 높은 의원은 21.7%를 기록했다. 따라서 투표 참석률 평균은 약 96%다.

하원의원 436명의 투표 불참률은 평균 2.1%다. 한 번도 불참하지 않은 의원이 21명, 불참률이 가장 높은 의원은 100%를 기록했다.

사이트에 명시된 ‘현재 하원 규칙(current House rules)’에 따르면 미국령의 5개 섬 지역 대의원은 대부분의 호명 투표에서 투표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불참률 100%를 기록한 의원은 미국령 사모아 지구의 대표다.

따라서 그를 제외하고 평균을 다시 집계했다. 불참률이 가장 높은 의원은 35.9%, 투표 불참률 평균은 약 1.9%다. 따라서 투표 참석률 평균은 약 98%다. 상·하원을 합친 전체 의회 투표 참석률 평균은 약 97%다. 제21대 서울 국회의원의 전체 출석률 평균인 90%보다 7%포인트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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