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 박살내자! 이재명을 지켜내라!”, “이재명 구속! 이재명 구속!”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일대에 상반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는 동문을 기준으로 오른쪽 도로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가, 왼쪽 도로와 서문에는 보수 성향의 검찰 수사 지지자가 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두 번째 소환됐다. 앞서 1월 28일,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할 때도 양쪽 진영은 서초동에 모여 대립했다.

2월 10일 오전 9시경,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 8명이 모였다. 보수단체 회원이었다. 이들은 깃발을 세우며 집회를 준비했다.

바른정치공정한사회(바정공사) 이정원 공동대표(69)는 “이 대표의 범죄행위를 규탄한다”며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집회에 나왔다는 이 씨는 이 대표 지지 측이 돈을 받고 동원됐다고 비난했다. “오늘 이재명이(지지자들) 오지 말라 했죠, 그 얘기는 돈 안 주겠다는 얘기예요.”

▲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 보수 성향의 검찰 수사 지지자들
▲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 보수 성향의 검찰 수사 지지자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는 동문에서 열렸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 서문 앞에서 헤매던 백미경 씨(50)는 “보수단체가 검찰과 내통해 장소를 선점한 거 같다”라며 이 대표 지지 측 집회로 서둘러 향했다.

부천에 사는 백 씨는 이 대표 지지 집회가 열릴 때마다 참여한다. 오늘은 인천에 사는 조카와 함께 이 대표를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 지지자가 돈을 받는다는 보수단체 주장에 백 씨는 말도 안 된다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건 저쪽이 그러거든요, 저 스피커만 2억 원짜리래요. 극우들이 돈이 많아서 좋은 거 써서 떠드는 거야.”

오전 10시, 약 150명이 모이면서 동문 앞 지지 집회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건희 구속, 윤석열 퇴진”, “정치 탄압 중단하라”. 지지자들 목소리가 집회를 채웠다.

이들은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 풍선과 ‘민주당을 사수하자’ ‘민생파탄 책임져라’ ‘김건희도 수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백미경 씨는 “검찰이 이 대표를 아무리 털어도 증거가 하나도 안 나온다”며 “검찰이 짜고 쳐 이 대표를 괴롭힌다”고 했다.

▲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지지자들
▲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지지자들

이 대표 출석 예정 시간인 오전 11시가 가까워졌다. 지지 집회에는 400여 명이 모여들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중장년층이 약 80%를 차지했고, 30~40대로 보이는 참가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소위 ‘개딸’로 불리는 20대 여성은 10여 명이었다. 20대 여성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20대 남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승리를 위하여’ 노래에 맞춰 팔을 흔들었다. 파란 풍선이 일렁이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10분이 지나자, 이 대표가 등장하는 차로 옆에 설치된 펜스 앞으로 참가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수원에서 왔다는 장하은 씨(39)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검찰이 같은 잣대로 수사하지 않는다” “검찰이 같은 잣대로 수사한다면 다른 정치인들도 모두 구속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장 씨의 남편은 연차까지 쓰며 집회에 함께 참여했다.

보수단체 집회에는 동문 맞은편 도로에 20여 명, 서문 앞에 150여 명 등 모두 170여 명이 모였다. 동문에는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범죄 용의자 리재명 검찰출석’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회원들은 트럭 위에서 이 대표를 비롯해 부인 김혜경 씨도 구속 수사하라고 외쳤다.

양측이 설치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악 소리가 뒤엉켰고, 고함이 오갔다. 귀를 갖다 대도 옆 사람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소음이었다. 신자유연대, 활빈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서문에서 ‘이재명을 구속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중장년층 남성이 대다수였다.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민이 근처를 지나자 ‘개딸이냐’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54)는 이 대표가 비리가 차고 넘치고 거짓말을 너무 잘 한다며 이 대표가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방 가기 딱~좋은 날!’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 참가자를 향해 “이재명 구속”이라고 외쳤다.

오전 11시 20분경,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펜스에 모여든 지지자가 환호했다.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 대표는 차를 타고 이동하며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대표가 사라지자 지지자는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참가자가 빠져나간 자리 한가운데서 한 노인이 “우리가 이재명이다!”라고 외쳤다.

오전 11시 50분경, 서문 반대 집회의 열기도 한층 가라앉았다. 참가자가 집회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두 노년 남녀는 여전히 ‘재명아! 감빵 가즈아~’라고 적힌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집회 참가자에게 각각 반대 측 주장에 대해 묻자 “저쪽 말 믿지 말라”, “반대쪽이 잘못 알고 틀린 주장을 한다”고 대답했다. 또 상대편이 인간도 아니라고 서로를 비난했다. 또 상대측 규모를 실제 인원보다 과소평가했다.

바정공사 이정원 공동대표는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나왔다”며 돈을 받고 나온 이 대표 지지 집회 참석자들은 열성 지지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부천에서 온 백미경 씨는 “돈을 받는 건 보수단체 쪽”이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백 씨는 이 대표 지지 집회가 열릴 때마다 집회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는 많이 와야 10~15명”이라고 주장했다.

서로를 향한 비난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 대표 지지 측은 사법기관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강북에서 온 김원주 씨(73)는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 이 대표에게 덧씌운다”며 “검찰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를 반대 측은 민주당이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일을 문제 삼았다. 이정원 씨는 “민주당의 범죄행위를 수사하지 못하게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묻자 이 대표 지지 측인 박영의 씨(67)는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가 규제를 풀어 집값을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반대 측인 홍정식 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들이 잘해서 집값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300m 정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다른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울중앙지검 서문을 지나던 대학생 이다연 씨(23)는 “반대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으신 분이 민주당 지지자가 지나가자 엄청 욕을 하는데 무서웠다”라며 “갈등이 심화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초동은 정치적 중립성을 상징하는 사법부 중심지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 그리고 대법원과 대검찰청까지 사법기관이 모인 곳이다. 그러나 분열의 목소리가 울리며 서초동은 정치 갈등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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