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은 분주하게 걸음을 옮기는 시민이 많았다. 50대로 보이는 여성 앞으로 서대문03 버스가 지나갔다. 그는 잠시 멈췄다가 가던 길을 갔다.

이어 걸어가는 두 여성의 왼편으로 171번 버스가 다가갔다. 두 여성은 빠른 걸음으로 길을 지났다. 세 사람이 건넌 길은 차도였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해제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연세로의 모습이다.

연세로는 연세대와 지하철 신촌역 2호선을 잇는 약 500m 거리의 도로다. 2014년부터 서울시 대중교통전용지구 및 차없는거리로 지정돼 주중에는 대중교통만 다니고, 주말에는 모든 차량이 지나지 못했다. 그러나 2022년 10월 차없는거리에서, 2023년 1월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해제돼 일반차량이 통행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행자가 안전한지를 보려고 취재팀은 2월 22일부터 28일까지 연세로를 지켜봤다. 곳곳에서 무단횡단하는 시민이 많았다. 알라딘중고서점 앞과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근처 횡단보도에서 무단횡단이 눈에 띄게 많았다.

▲ 무단횡단하는 여성
▲ 무단횡단하는 여성

2월 26일 두 곳에서 10분씩 무단횡단한 시민 숫자를 셌다. 알라딘중고서점 앞에서 오후 8시 50분부터 9시까지 10분간 77명이 무단횡단을 했다. 두 남녀의 대화가 들렸다. “저렇게 버스가 오는데?” “건너면 되잖아.” “위험하잖아.” “빨리 건너면 되잖아.”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도 무단횡단은 여전했다. 유플렉스 앞 신호등은 빨간불 약 30초, 파란불 약 15초로 신호가 빨리 바뀐다. 이곳에서 오후 8시 30분부터 40분까지 86명이 무단횡단을 했다.

신촌에 사는 윤서현 씨(22)는 “원래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인데 (일반차량 통행 후) 신고를 지키지 않고 건너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인근 대학에 재학 중인 장지훈 씨(21)는 머뭇거리며 자기 경험을 말했다. “횡단보도까지 가려면 돌아가야 하는데 골목골목마다 횡단보도가 있는 게 아니라 (무단횡단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 차도를 시민이 건너고 있다.
▲ 차도를 시민이 건너고 있다.

연세로는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턱이 없다.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고 3~4차선을 2차선으로 바꾸고, 양쪽 인도를 각각 7~8m 늘리면서 턱을 없앴다.

서대문구는 차없는거리를 해제하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안전난간을 설치했다. 그러나 무단횡단이 계속되고 있다.

서대문구 조숭현 교통시설팀장은 “연세로 모니터링을 했는데 무단횡단이 많고 차량 속도 30㎞를 지키지 않아 사고위험이 있다”며 “3월 중에 안전난간 180m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전난간은 약 60m인데, 연세로 거의 대부분에 안전난간을 설치하면 무단횡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해 윤서현 씨는 “안전난간이 있으면 확실히 무단횡단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민석 씨(25)는 “(안전난간을 설치해도) 무단횡단할 사람은 다 한다”고 생각한다. 장지훈 씨 역시 “술 먹고 무단횡단을 하니까 (안전난간이) 생긴다고 무단횡단을 안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안전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차량 통행을 긍정적으로 봤다. 신촌에 사는 필리핀 출신 크리지안 씨(30)는 “(차량 통행으로) 학생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도로 폭이 짧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