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2022년 7월, 새 기획을 선보였다. 전에 썼던 칼럼에서 잘못된 점을 밝히고, 바로잡는 내용을 같은 날짜에 게재하는 코너였다. 칼럼니스트 여러 명이 정정 칼럼을 동시에 쓴 적은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잘못했을 때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보여주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획에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8명이 참여했다.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년 전의 낙관적인 인플레이션 예측이 틀렸다고 했다. 퓰리처상을 3번 수상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중국의 검열 정책을 낙관적으로 바라본 칼럼이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10년 전보다 훨씬 더 폐쇄적이라고 다시 썼다.

▲ ‘내가 틀렸다’ 기획에 참여한 칼럼니스트 8인
▲ ‘내가 틀렸다’ 기획에 참여한 칼럼니스트 8인

새 코너 이름은 ‘내가 틀렸다(I Was Wrong About…)’.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기자는 1월 23일부터 28일까지 스티븐스와 이메일 10통을 주고받으며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스티븐스는 197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멕시코시티에서 자랐다. 시카고대 학부를 졸업하고 런던 정치경제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1995년 ‘코멘터리’라는 잡지의 보조 편집자로 언론인 경력을 시작했다. 1998년 월스트리트 저널로 옮겨 오피니언 편집자와 유럽 담당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이후 ‘예루살렘 포스트’에서 주필로 활동했다.

스티븐스는 퓰리처상과 인연이 깊다. 2013년, 퓰리처상 논평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국제 문제를 담당하는 칼럼니스트(2006~-2017년)로 일할 때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국제보도와 사설 부문의 퓰리처상 심사위원을 맡았다.

그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뉴욕타임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한다. 보통 1주일에 2편의 글을 쓴다. 하나는 외교 정책이나 미국 국내 정치에 초점을 맞춘 칼럼이고, 다른 하나는 진보성향 동료인 게일 콜린스와의 대담 형식이다.

▲ 브렛 스티븐스의 정정 칼럼(출처=뉴욕타임스)
▲ 브렛 스티븐스는 2013년에 퓰리처상 논평 부문을 수상했다. (출처=퓰리처상 홈페이지)

스티븐스는 ‘내가 틀렸다’ 칼럼을 구상하면서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편집자와 논의했다. 아이디어를 좋게 보고 편집자가 다른 칼럼니스트를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19명 중에서 8명이 참여했다. 스티븐스는 “우리의 입장이나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기획을 평가했다. 그는 “이전의 생각들을 다시 되돌아보는 것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좋다”고도 말했다.

스티븐스는 2015년 8월 트럼프 지지층에 대한 칼럼이 잘못됐다고 했다. 당시 그는 “트럼프를 끔찍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당신이 끔찍하다”고 썼는데, 자신이 칼럼니스트로서 쓴 구절 중 최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지지층을 분석하고 유권자에게 다가가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다음은 스티븐스와의 서면 인터뷰.

- 지금까지 수많은 칼럼을 썼다. 그중에서도 트럼프 지지자에 대해 다시 쓰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
“그 칼럼이 칼럼니스트로서 가장 심각한 지적 오판(intellectual misjudgment)이었다. 여전히 트럼프가 미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대통령이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많은 지지자가 트럼프를 포용하기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 트럼프 지지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정정 칼럼을 쓰기 훨씬 전부터 실수를 인정할 기회를 찾고 싶었다. 나는 트럼프 유권자들에게 불공평했으며, 이들을 일반화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틀렸다’ 기획은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매우 훌륭하고 눈에 띄는 방법처럼 보였다.”

- 뉴욕타임스는 기획 의도에서 자기 생각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나는 더 많은 언론이 좁고 당파적인 관점을 발전시키기보다는 더 넓은 의견을 제공하는 데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서 뉴욕타임스는 그러한 역할을 잘한다고 생각하는가.
“진보적인 신문사의 보수주의자로서, 뉴욕타임스가 다양한 의견과 신념이 공유되는 시대를 연 것이 자랑스럽다.”

▲ 브렛 스티븐스의 정정 칼럼(출처=뉴욕타임스)
▲ 브렛 스티븐스의 정정 칼럼(출처=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신문이다. 그러나 보수 성향으로 유명한 칼럼니스트가 포진한 곳이기도 하다. 독자에게 관점의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데이비드 브룩스와 브렛 스티븐스다.

“한 방울의 꿀이 한 통의 쓸개즙보다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 스티븐스는 정정 칼럼 끝부분에서 링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한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을 당신의 대의에 따르게 하려면, 먼저 당신이 그의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그에게 납득시켜라”고 말한다.

- 링컨의 말을 인용하며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새겨야 할 말이라고 했다. 칼럼니스트나 기자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나.
“칼럼니스트의 일은 이미 존재하는 독자의 견해를 재확인하는 일 이상의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칼럼니스트의 글은 아무런 의견이 없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독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 칼럼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가능한 한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또 지적으로 진지한 주장(intellectually serious arguments)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렇게 완성된 칼럼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글에서는 종종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훌륭한 칼럼니스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다. 사실이 바뀌거나, 새로운 정보가 밝혀지거나, 오류가 발견됐을 때, 칼럼니스트는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칼럼니스트는 정기적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독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 대화에는 항상 오류를 인정하고 마음을 바꾸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 ‘내가 틀렸다’ 같은 기획을 또 한다면 다시 참여할 생각이 있는가.
“그렇다. 내 생각 중에서 공개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다른 오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앞으로 어떤 칼럼을 쓰고 싶나. 목표가 궁금하다.
“나는 미래에 내가 무엇에 대해 쓸지 알 수 없다. 칼럼니스트의 일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티븐스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 관련 칼럼을 썼다. 어릴 적 자신이 겪었던 지진 경험을 털어놓으며 재난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위기관리 능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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