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 활동을 돕겠다는 목적으로 1년 9개월의 공사를 거쳐 8월에 새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토요일의 광장은 집회 소음으로 인해 지나가는 시민을 짜증 나게 했다.

기자는 광장을 11월 12일에 찾았다. 자유통일당이 ‘자유통일주사파 척결 국민대회’(이하 집회)를 주최한 날이었다. 경찰에 신고된 참가인원은 1만여 명. 소음이 크다고 짐작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들었더니 심각했다.

집회는 동화면세점 앞의 무대부터 KB국민은행 태평로점까지 200m에 이르는 세종대로 차로 3개를 차지하고 열렸다. 스피커를 설치한 장소와 광화문광장 남쪽까지의 직선거리는 100m가 되지 않았다.

▲ 자유통일당이 주최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
▲ 자유통일당이 주최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

자유통일당 관계자가 ‘STAFF’라고 적힌 파란 조끼를 입고 참가자를 통제했다. 경찰에 신고된 장소는 동화면세점부터 원표공원 앞까지였다.

광화문광장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약 200명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의 전광판으로 집회를 지켜봤다. 연사가 ‘문재인 구속’이라고 외치자 광장 곳곳에서 함성이 나왔다. 찢어지는 앰프 음향이 광장을 뒤덮었다.

동화면세점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광화문광장과 마주한다. 광장을 등지고 무대를 설치했는데, 뒷편 전광판으로 집회를 생중계했다. 오후 4시쯤에는 약 300명이 광장 남쪽에서 구호를 외쳤다. 신고와 달리 광장에서 집회가 열린 셈이었다.

기자는 광장 남쪽을 중심으로 차도 인근과 벤치 근처를 포함한 7곳을 골라서 소음을 10분간 측정했다. 오후 2시 6분부터 3시 57분까지 평균은 약 95.6db(데시벨)이었다. 작업 중인 공장 혹은 전철이 지나가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나는 소음과 비슷하다.

▲ 광화문광장의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한 장비
▲ 광화문광장의 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한 장비

집회 2주 전인 10월 29일. 시민 대부분이 광장을 지나면서 손으로 귀를 막았다. 광장에 오래 머물러 적응이 된 시민도 스피커 볼륨이 올라가고 노래가 시작되면 인상을 썼다. 벤치의 시민들은 불쾌한 표정으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꺼내 착용했다.

11월 5일은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이었다. 이날 광장의 소음은 평균 66.8db(데시벨)이었다. 환경부의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 도로변 주거지역의 낮 시간대 소음도가 68db이다.

친구와 함께 광장을 찾은 김진영 씨(24)는 “집회가 없는 줄 모르고 왔는데, 평소보다 조용해서 놀랐다”면서 “원래는 시끄러워서 그냥 한 바퀴 돌고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가는데, 날씨도 좋아서 좀 더 걸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 광화문광장 남쪽의 소음. 가로축이 시간(초)이고 세로축이 소음이다.
▲ 광화문광장 남쪽의 소음. 가로축이 시간(초)이고 세로축이 소음이다.

11월 12일 약간의 마찰이 빚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기자에게 다가와 “무슨 의도로 소음을 측정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분을 밝히고 목적을 설명했지만 기자의 전화번호를 달라면서 방해했다. 자유통일당 관계자가 참가자를 제지하면서 일단락됐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기자가 신분을 묻자 서울시 공무원이라고 대답했다.

광장에서 집회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 왜 관리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미 들어와 있잖아요.” 이어서 많은 참가자가 광장에 들어온 상황이라 내보내기 어렵지만 상황은 파악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집회 장소는 종로경찰서가 담당한다. 신고되지 않은 광장에서의 집회에 개입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정보계 안호영 경위는 서울경찰청 소관이라고 대답했다. 서울경찰청 경비안전계에 10차례 넘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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