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저녁 8시 30분, 하남 5호선의 미사역은 퇴근하는 승객으로 북적였다. 늦은 시간에 지옥철을 타고 나서인지 승객들은 피곤한 모습이었다.

강혜원 씨(24・여)도 이 중 한 명.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 내리면 힘이 쭉 빠진 느낌이라고 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주로 갈아타는데 지하철을 한 번 놓치면 1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 오늘도 지하철을 타기 위해 뛰다가 부딪힐 뻔했다.”

서울지하철 5호선의 하남검단선 연장구간은 2020년 8월 개통했다. 배차 간격은 평균 12분. 심하면 20분을 기다려야 한다. 승객이 몰리면서 열차가 매우 혼잡하다.

11월 1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호선 열차는 이미 승객으로 가득 찼다. “밀지 마세요”라는 소리가 종종 들렸다. 경기 하남시로 가려던 김보경 씨(52・여)는 “출퇴근 시간에 하남검단산행을 놓치면 집에 도착하기까지 30분이 걸려 열차를 타려고 거의 매일 뛰어다닌다”고 말했다.

하남검단산 연장 이전에도 5호선은 강동역에서 지선 2개로 나뉘면서 배차 간격이 긴 편이었다. 차량이 양쪽 지선을 번갈아 운행하므로 배차 간격이 12분 이상인 경우도 허다했다.

이후 2017년 하남 미사 신도시 개발, 2021년 강동구 상일동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이 완료되며 5호선의 배차 간격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서울로 가려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 박정민 주임(홍보실)은 전화 인터뷰에서 “강동역 내부 선로 구조와 열차 간 거리 유지 때문에 차량 증편이 어렵다”고 답했다. 강동역 하행선 구조로 인해 하남검단산행과 마천행이 동시에 들어올 수 없어서다.

하남검단산행 증편과 마천행 축소에 대해서도 박 주임은 “운행 비율 조정은 서울시와 하남시 간 협의 및 시민 동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합의 없이 조정하면 마천행 고객의 불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5호선 하남검단산행 퇴근 시간대(오후 6시 ~ 오후 7시)의 모습
▲ 5호선 하남검단산행 퇴근 시간대(오후 6시 ~ 오후 7시)의 모습

하남검단산행은 강동구의 5개 역을 거치니까 강동구 주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고덕동에서 을지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형태(47) 씨는 “이쪽으로 이사 온 사람들은 이럴 줄 몰랐다, 잘못 이사 왔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을지로에서 퇴근하면서 마천행을 탔다가 강동에서 하남검단산행을 타기 위해 갈아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 열차를 몇 번 보낸 적이 있다.

미사역에 도착한 최승현 씨(26)는 “지하철 배차시간을 맞추려고 뛰거나 자전거, 킥보드를 이용해서 돈을 추가로 낸 적이 많다”고 했다.

김혜지 서울시의원(국민의 힘)에 따르면 2014~2021년에 미사동, 상일동 등 하남검단산행 구간 인구는 약 12만 명이 늘었다. 반면 둔촌동, 마천동 등 마천행 구간 인구는 약 4만 7000명이 줄었다.

아주대 유정훈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배차 간격이 문제 되면 대피선을 만들어 급행열차가 다니도록 해주는 게 제일 좋다”면서도 “5호선은 건설 단계에서 대피선을 고려하지 않아 새로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박진희 하남시의원(국민의 힘)은 “예산이 끼어 있는 문제라 단기간에 고치긴 쉽진 않다”면서 “시에서 계획 중인 교통 개편 절차가 끝나면 지하철 배차나 교통 체계에 큰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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