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양효걸 기자(좌)와 염규현 기자(우)
▲ MBC 양효걸 기자(좌)와 염규현 기자(우)

‘똑똑하고 싶은데 어려운 건 싫어? 초딩•중딩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 MBC <딩딩대학>의 슬로건이다. <딩딩대학>은 지난해 선발된 MBC 사내벤처 2기로 올해 1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양효걸 기자와 염규현 기자는 각각 15년차, 14년차 기자 출신이다. 경제부, 사회부, 국제부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0월 15일부터 기획취재팀에서 근무하며 MBC 주말뉴스데스크 코너인 <거리의경제>, <로드맨>을 제작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올해 1월 17일부터는 자사 아카이브를 활용해 교육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MBC 스타트업 <딩딩대학>을 통해 유튜브 생방송, 인스타그램 등으로 매일 시청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지난 10월 3일 두 기자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다. 다음 날 9시 30분경, 염규현 기자로부터 답신이 왔다. 평일 아침 7시 10분마다 MBC FM4U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에서 청취자들에게 ‘오늘의 키워드 뉴스(오키뉴스)’를 번갈아 알려주는 두 기자는 콘텐츠 제작과 관련 사업을 수행하느라 바쁘다 했다. 특히 염규현 기자는 10월 15일부터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 콘텐츠 박람회에서 딩딩대학의 최첨단 AI기술 <딩딩아이>를 소개하기 위한 해외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10월 25일, MBC 상암동 사옥 1층 카페에서 어렵게 두 기자를 만났다.

▲ 딩딩대학 로고
▲ 딩딩대학 로고

<딩딩대학>은 하루도 빠짐없이 라이브 방송과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난다. 유튜브 채널의 경우 총 2.6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딩딩클래스, 딩딩피플, 딩딩컬쳐, 딩딩라이브, 딩딩국제, 딩딩경제, 딩카이브’ 등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2022년 12월 1일 현재 업로드 된 동영상은 466개이며, 조회수는 2,059,078회다. 이러한 성과는 국가애도기간 등을 제외하곤 빠짐없이 라이브 질의응답 방송과 라디오, 팟빵 오디오 콘텐츠, 인스타그램 카드뉴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한 결과다. 딩딩대학의 전반적인 기획과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두 기자에게 궁금한 사항들을 물었다.

<방송기자가 된 이유와 두 선후배 간 조화>

주말 <뉴스데스크> ‘거리의경제’ 코너에서 경제 관련 소식을 전했던 양효걸 기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방송사 PD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로드맨’으로 전국을 취재했던 염규현 기자도 “누군가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해서 말로 소통하는 방송기자가 흥미와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이과였지만 늘 말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소위 말하는 ‘관종’이었다며, 내가 보고 듣고 알게 된 사실을 누군가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즐거웠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MBTI) 결과에 대해 물었다. 양 기자는 ENFP(활동가형), 염 기자는 ENTJ(대담한 통솔자형)이라고 밝혔다. MBTI 상호조합표를 살펴본 결과, 비교적 좋은 관계에 해당했다. 1살 차이가 나는 두 기자에게 ‘뉴스를 할 때나, 팀을 이뤄 딩딩대학을 기획 및 제작할 때 서로 부딪치는 일은 없냐’ 고 질문하자, “매일 뉴스를 진행하는 부서는 위계 시스템이 강하지만,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천천히 가는 <딩딩대학>의 경우는 훨씬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효걸 기자는 “국제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염규현 기자가 추진력 있게 도와주고, 경제 부분의 경우는 제가 맡고 있다.”며, “상호보완이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미디어 대격변 시대’>

작년 MBC의 매출은 총 7774억으로, 그 중 영업이익은 684억이었다. 불과 1년 전인 2020년 영업이익이 39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1600% 증가한 것. 잘 나가는 회사에서 이 기자들은 왜 ‘사내벤처 공모’라는 모험에 도전한 것일까.

양효걸 기자는 ‘MBC에 입사할 때 오늘날과 같은 뉴미디어 환경을 예상했냐’는 물음에 “전혀 예상치 못했고, 당연히 입사 당시에도 예상 못했지만 특히 작년까지만 해도 예상을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지금도 내년을 예상 못하겠다”며,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는 기존의 해왔던 것을 계속 고수하기보다는 아예 안했던 것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사내벤처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몸은 힘들지만 배우는 게 훨씬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딩딩대학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딩딩아이(Ding-ding Eye)’ >

▲ 염규현 기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딩딩대학 설명 (사진출처 = 염규현 기자 인스타그램)
▲ 염규현 기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딩딩대학 설명 (사진출처 = 염규현 기자 인스타그램)

‘공영방송’ MBC에는 지난 60년 간 누적된 방대한 양의 자료화면이 있다. 딩딩대학은 국내 처음으로 아카이브 자동 검색과 요약 등 첨단 AI 딥러닝 기술을 지식 교양 콘텐츠 제작에 적용했다. AI 딥러닝 기술인 딩딩아이(Ding-ding Eye)는 2억 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본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인공지능 기술로 찾아내 지식 콘텐츠를 만든다. 해당 뉴테크 융합 사업은 인공지능 기술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 방송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딩딩대학은 AI 영상처리 기술 관련 연구 실적과 국제특허를 보유한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강제원 교수팀과 협업을 통해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지난 10월 17일부터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 영상 콘텐츠 박람회 <MIPCOM 2022>에는 딩딩대학의 기획자이자 판매자로서 염규현 기자가 참석했다. 이 행사는 93개 국가에서 참가할 정도로 큰 미디어 행사이며, 딩딩아이는 영미,중동 및 아시아 권역의 방송 제작사 30여 곳과 미팅을 진행한 후 결과적으로 모두 12개 방송제작사와 시제품 사용계약 MOU를 체결했다. 염 기자는 “대부분의 방송 제작사 관계자들이 영상 검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바이어들은 우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 자신들의 방송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했고, 이에 따라 추후 딩딩아이와의 협업도 원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중딩부터 성인까지 즐기는 참여형 토크콘서트 ‘딩딩클래스’>

딩딩대학은 ‘어려운 지식을 누구에게나 쉽게 설명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초등학생과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 콘서트를 주최한다. 지난 10월 29일에는 성인들을 위한 부동산, 주식 관련 콘서트를 주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 홀에서 열린 참여형 토크콘서트는 <고물가 시대, 내 텅장 구하기>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사전 신청을 통해 뽑힌 130여 명의 청중들은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나눴다.

▲ 지난 10월 29일 열린 MBC 딩딩대학 콘서트 '재테크 특집'
▲ 지난 10월 29일 열린 MBC 딩딩대학 콘서트 '재테크 특집'

딩딩대학은 지난 9월에는 경남외국어고 학생들과 상암동 MBC에서, 지난 11월에는 경희여자중고등학교에 찾아가 경희여고 학생들과 <딩딩대학 클래스>를 진행했다. 경남외고 학생들은 서울 수학여행 도중에 방송국 견학을 와 특강을 듣고 진로에 관한 질의응답을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차세대 미디어 주간’을 맞아 진행된 <디지털 대전환기-미디어 콘텐츠의 변혁>에서 그간의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뉴테크 융합 콘텐츠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제주KCTV가 주관하는 토크 콘서트에도 진행자로 참석해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빡빡한 일정을 강행해야 하는 탓에 제주도에는 2번이나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두 기자는 콘텐츠 제작과 사업 수행뿐만 아니라, 다른 강연과 해외 및 지방 출장 등의 일정으로도 이미 충분히 바빠 보였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두 기자에게 ‘딩딩대학’이란>

어느 덧 15년차가 된 양효걸 기자와 염규현 기자. 뉴스가 속도 경쟁이 중요한 반면, 지식 콘텐츠는 내용의 깊이나 학문적인 엄밀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항상 논문이나 보고서에서 출처를 명확히 확인하며 시청자에게 알기 쉽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새벽 4시 30분부터 일어나 일에 집중한다.

염규현 기자는 ‘근육’에 빗대어 설명했다. “이미 단련된 근육을 쓰는 일은 힘이 들지 않습니다. 힘이 든다는 건 그만큼 안 쓰던 근육을 쓴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지난 1년간 딩딩대학을 꾸려온 과정은 ‘근육 키우기’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도전적이고, 저를 성장시켜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양효걸 기자 또한 “사실 전 멀리까지는 내다보려 하지 못하고 달리고 있어요.”라며, “내년을 예상한다는 것도 무리인 일이고 지금의 시간을 충실하게 열심히 하고 있고, 작년보다도 훨씬 밀도 있게 잘 살고 있어요. 앞날이 예상은 안 되지만 딩딩대학을 통해 지금 현재로도 충분히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는 소회를 전했다.

그들은 다시 태어나도 방송기자가 되고싶냐는 물음에 ‘지금과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답했다. 또 염규현 기자는 “향후 과학이나 철학, 그리고 문학과 역사까지. 삶의 불안을 해소하고, 허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식 소재들을 더 많이 전달하는 게 꿈입니다. 대중의 문해력을 높이고, 꼭 알아야 할 지식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MBC <딩딩대학>의 사내벤처 독립 분사 결과는 오는 12월 중순에 확정될 예정이다. 두 기자 모두 “딩딩대학이 잘 되고 있지만, 당장 보이는 결과보다는 의미 있는 과정에 집중하고 싶다.”며, “딩딩대학도 나름 ‘대학’인만큼 향후 폐교를 인수해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강화도에 보면 방직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문화공간 겸 카페인 '조양 방직'이라는 곳이 있어요. 기존에 낡은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은 공간이 인상적이었는데, 100% 동일한 컨셉은 아니지만 저희에게 영감을 준 장소였습니다”라며,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딩딩대학도 지역 명소화 하자는 취지에 부합하는 장소로 발돋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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