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박 모 씨는 눈·코 성형 상담을 받으러 성형외과에 갔다. 폐쇄회로(CC)TV를 볼 수 있는지 물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병원 원장이 대리 수술하지 않고 수술 실력이 좋다는 이유였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는 성형수술을 했거나 고민 중인 지인에게 다른 병원에선 가능한지 물었다. “어느 병원은 20만 원 받는다고 해요. CCTV를 볼 수 있냐고 하면 화를 내는 실장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는 대리 수술이 많아서 CCTV 열람을 피하게끔 하려고 부담스러운 가격을 제시한다고 본다.

서울 서초구의 어느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 수술을 받던 30대 여성이 숨졌다. 6월이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성형외과의 의료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2021년에 143건으로 전년 대비 18.2%p 증가했다.

환자의 불안감은 크다. CCTV 열람을 요청하는 이유다. 성형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의 운영자 정 모 씨(30대)는 “채팅방을 보면 성형을 앞둔 사람들의 10명 중 7명은 CCTV에 대해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작년 11월에 가슴 수술을 받았고 현재 지방흡입을 고민 중이다. 지방흡입 수술 중 사망한 환자의 기사를 보고 수술실 CCTV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취재팀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자 서울 시내 성형외과 6곳에서 상담을 받았다. 7월 1일, A 병원에 갔다. 전화 상담으론 얘기를 자세히 해줄 수 없으니 대면 상담을 받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턱 지방흡입을 고민하는 환자와 보호자로 역할을 정했다.

방문 전, ‘여우야’ ‘강남언니’ ‘바비톡’ 등의 성형외과 커뮤니티를 돌며 지방흡입 환자들이 공유하는 질문 목록을 파악했다. 가격, 수술시간 및 회복 기간, 부작용, 사후관리, CCTV 설치 여부 등이 있었다.

A 병원은 오후 2시로 예약했다. 취재팀 2명을 제외하고 여성 1명이 더 있었다. 1시간 정도 기다리니 상담 실장이 들어오라고 했다.

“고민되는 부위가 어디세요?” 이중 턱 지방흡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거울을 들어보라던 이렇게 설명했다. “환자분은 이중 턱이랑 턱라인 지방흡입을 추천한다” “무턱이기 때문에 앞에서 턱살이 더 보인다.” 사각턱 보톡스, 침샘 보톡스, 턱 필러도 추천받았다. 가격은 성형 커뮤니티에 후기를 쓰는 조건으로 78만 원이었다.

상담 실장이 나가고 의사가 들어왔다. “저는 체중 감량을 추천해 드려요. 다만 빠른 방법으로 이중 턱을 없애고 싶으시다면…”이라며 이중 턱과 볼을 엄지와 검지로 약하게 꼬집었다. 5분 정도 상담하고 의사가 나갔다.

실장이 곧바로 들어왔다. 보호자를 자처한 기자가 물었다. “CCTV는 있나요?” 미리 말하고 20만 원을 추가하면 볼 수 있다고 실장이 말했다. 영상을 따로 빼놓아야 하고 원장의 수술 방법이 공개되기에 그에 따른 책임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다른 환자의 초상권 문제 때문에 실시간 열람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자 “저희는 원장님이 두 분이거든요. 수술 집도의 바뀌고 그런 것 때문에 걱정하시는 거죠? 그렇게 저희는 안 해요”라며 보통 환자는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술이 78만 원인데 CCTV 열람 비용이 20만 원인 건 비싸다고 기자가 말했다. 그러자 실장의 표정이 안 좋아지면서 비용을 낮추겠다고 했다. “여기서 조금 조정은 가능한데, 아예 안 내는 건 어려워요.”

다른 병원도 열람 비용을 적게는 1만 원부터 20만 원까지 불렀다. 비용뿐만 아니라 열람 여부와 열람 시간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열람이 불가능한 병원도 있었다. B 병원은 CCTV가 설치된 수술실을 이용하면 10만 원이 추가되지만, 열람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전엔 가능했지만, 병원 방침이 바뀌었다고 했다.

환자와 병원 간에 법적 문제가 생기면 볼 순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1주일 후에는 병원이 영상을 삭제해야 하고, 업체 측에도 확인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C 병원은 1만 원을 내면 태블릿 PC를 이용해 보호자가 수술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게 했다. 하지만 수술을 시작할 때 15분, 중간에 보호자가 요청할 시 15분, 모두 2회만 가능하다. 기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의료진 정보는 초상권에 해당하므로 실시간 열람 외에는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안면 윤곽 수술을 고민하던 이지선 씨(27)는 “위험한 수술인데도 CCTV 열람에 제한을 두는 건 환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 씨는 결국 수술을 포기했다.

병원은 의료기관마다 장비와 인력이 다르기 때문에 열람 비용 책정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E 병원은 CCTV 열람을 원하면 영상 녹화본을 USB에 넣어야 하므로 처리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B 병원은 CCTV가 의무화 아니라 병원마다 다르다며 개선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취재팀은 7월 7일과 14일, 메일과 전화로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측에 열람 비용은 어떻게 책정하는지,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 서울 성형외과 CCTV 열람 비용과 가능 여부
▲ 서울 성형외과 CCTV 열람 비용과 가능 여부

한편,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작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3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16년 9월 안면 윤곽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권대희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가 입법화에 앞장섰다. 이 씨는 아들이 죽고 의료정의실천연대를 설립했다.

이 씨는 CCTV 비용을 청구하거나 열람 시간을 제한한다는 내용에 “너무 충격적”이며 “1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받는다는 건 분명히 문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비용 청구를 찬성하진 않지만, 인력 문제 등으로 받아야 한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성형외과 특성상 법률 지식이 약한 환자에게 폭리를 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열람 시간에 제한을 두는 관행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돈을 받았으면 마취 시작부터 수술이 끝나서 회복실 가기까지는 봐야 하는 게 정상이다.” 이 씨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CCTV 열람 환자가 많아지므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월에 수술을 앞둔 성효정 씨(27)는 “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수술해주는지가 궁금한 건데 열람 시간에 제한을 둔다면 그 병원을 택하지 않을 것 같다”며 “비용을 과하게 요구하면 CCTV 열람을 포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환자가 요청할 경우 의료 기관은 의무적으로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하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촬영 정보 열람 비용은 요청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작년 8월 23일의 국회 보건복지소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일반적으로 열람이나 증명서에 상한선을 준다”며 “의료 기관이나 환자 측이 과도하게 부담하는 경우는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학부모가 어린이집 내 CCTV 파일을 요청했더니 마스킹(masking·은폐 차단) 비용으로 1억 원을 청구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의 마스킹 처리를 위한 비용이 수반될 수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정책관은 “이(수술실 CCTV) 경우 수사기관이 분쟁 조정을 해결하기 위함이고 모든 참여자(환자와 의료진)가 동의한 경우이므로 마스킹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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