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OOO입니다. 저희는 정치사회 분야와 관련해….”

“뚜뚜….”

직장인 이예인 씨(26)는 지난 2월 대통령선거 기간 중 여론조사 전화를 두 번 받았다. 모두 20초가 되지 않아 끊었다.

이 씨는 ‘후후’라는 앱을 깔아 스팸 번호 발신자를 파악한다. 모든 여론조사 기관의 번호가 앱에 등록되지는 않아서 여론조사 전화를 가끔 받지만 바로 끊는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게 싫으면 낯선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아예 안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서울 마포구의 초등학교에서 행정 사무를 본다는 그는 “가끔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거는 학습 물품 및 방과 후 업체와 종종 통화를 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가용 씨(25)도 2월 중순 이후 여론조사 전화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등록한 결과다.

공직선거법 제57조의 8, 제108조 2에 따르면 통신사 고객의 번호가 특정 정당 및 여론조사 기관에 제공될 수 있다. 통신사는 고객의 이동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가상의 번호 형태로 정당 및 여론조사 기관에 제공한다.

고객의 번호가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일은 없다. 다만 이 씨처럼 가상번호 제공 거부 등록을 하면 번호가 제공되는 일 자체를 막을 수 있다.

지난 대선뿐 아니라 모든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의 응답률은 가장 낮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ARS 조사의 응답자 구성비를 볼 때, 실제 인구 분포보다 고령층과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서울대 한규섭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서울대-연세대 연구팀이 디자인해 2월 중순 채널A가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응답률은 동일 연령대 남성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고 동아일보 3월 22일자 칼럼에 썼다.

여론조사는 지역별 연령별 성별로 엄격한 대표성을 통해 표본을 추출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20대 여성의 응답률이 낮아 여론조사 기관은 골머리를 썩인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세대별 성별 구성을 맞추는 조사에서 20대 여성은 조사 거절 및 중도 탈락 비율이 높아 할당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서면 인터뷰에서 밝혔다.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도 20대 여성은 응답률이 낮아 표집이 쉽지 않다고 서면 인터뷰에서 밝혔다. 선거 여론조사는 통신 3사로부터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 실시하는데 20대 여성은 다른 그룹에 비해 더 많은 번호를 신청한다고 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표집하기 위해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여론조사를 할 때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가중 처리한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를 보면 2022년 3월을 기준으로 20대 여성(만 18세~29세)은 30대 여성보다 많다. 따라서 20대 여성의 표본이 30대 여성보다 많은 게 일반적이다.

▲ 여성 인구(출처=행정안전부 홈페이지)
▲ 여성 인구(출처=행정안전부 홈페이지)

그러나 기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3월 2일부터 3일까지 등록된 제20대 대통령선거 관련 여론조사 20건을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 표본이 30대 여성보다 적거나 30대 여성과 같은 경우가 7건이었다.

20대 여성의 응답률이 낮다고 실제 비율보다 적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정한울 전문위원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의 지역별, 연령별, 성별 비율에 맞게 샘플링을 한다고 말했다. 할당을 맞추지 못하면 가중치로 보정한다고 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가 고시한 선거여론조사기준 제2장 제5조(가중값 배율) 제1항을 보면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유권자의 지역별, 연령별, 성별 비율을 기준으로 삼은 가중값 배율을 밝혀야 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조사 응답률은 조사 방법, 사회적 분위기,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몇 % 이상 되어야 믿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동일 조건에서라면 응답률이 높은 편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 여론조사의 2030 여성 표본(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 여론조사의 2030 여성 표본(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한규섭 교수는 “일부 대선 후보들이 여성이 민감하게 생각할 문제를 드러냈는데 젠더 감수성이 예민한 20대 여성이 누구를 뽑을지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0대 여성이 적극 지지할 후보나 정당이 없었다고 서면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학생 김유빈 씨(20)는 양당이 성별로 편을 가르려 하는 반면, 성평등 정책은 제대로 논하지 않아 누구를 뽑을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덕성여대 조진만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여성이 정치 선호나 의견을 밝히기를 남성보다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가 걸려왔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방어적으로 반응하기 쉽다는 말이다.

대학생 황지현 씨(24)는 조 교수의 분석에 동의하며 댓글을 보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쓴다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자기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작년 12월 발표한 ‘2021년 기준 도시정책지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사회적 의견을 달았던 남성 비율(17.5%)은 여성(14.7%)보다 높았다.

윤희웅 센터장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설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편향된 표현으로 응답이 영향받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한규섭 교수는 적극적인 콜백(응답률을 높이려고 같은 번호에 여러 번 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전화조사에서 콜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양한 특성과 생활패턴을 지닌 이들의 의견을 두루 들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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