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창립한 언론 매체에서의 일은 고되다. 전례가 없고 새로운 사람끼리 모여 손과 발을 맞춰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른 사람이 누릴 수 없는 경험이 생기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종합편성채널이 생긴 10여 년 전, 개국 멤버는 새로운 방송국 설립을 위해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많이 했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파키스탄 방송기자 아넘 하니프 역시 비슷하다. 2015년 개국한 네오뉴스에서 뉴스 프로듀서로서 밤새면서 일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새로운 방송을 만든 경험이 현재의 자신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지금은 익스프레스뉴스에서 시니어어소시에이트 프로듀서로서 정치와 사회 분야 뉴스를 제작한다.

▲ 아넘 하니프 기자
▲ 아넘 하니프 기자

- 올해 11년차다. 첫 직장은 어디였나.

“2012년 파키스탄 라호르에 있는 신문에 입사했다. 논설위원실 소속으로 기고문을 고치고 특집 기사를 취재하는 역할이었다.”

- 신입 기자가 논설위원실에는 왜 갔나.

“시니어 기자와 근무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서 지원했다. 파키스탄 신문에서는 독자가 의견을 보내오면 회신을 해주는 일이 일반적인데, 이걸 논설위원실에서 했다. 내가 맡았다. 또 세계 여성의 날 등에 맞춰 기획 기사를 썼다.”

- 그러다가 방송기자로 전업했는데….

“2015년 1월 신생 TV인 네오뉴스에 입사했다. 공용어인 우루두어로 방송한다. 그해 5월에 개국했는데, 내가 입사했을 때는 개국 날짜도 미정인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직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TV라는 매체가 갖는 특성, 또 빠르게 움직이는 보도국의 문화가 좋아 이직을 결심했다.”

- 신규 방송 채널을 꾸린다는 것은 힘들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힘들었고, 취재 자체가 어려웠다. 당장 시민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방송사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벽 3, 4까지 밤샘 작업을 거쳐 무사히 개국했고, 이후에 임란 칸 당시 총리가 취임 후 우리와 인터뷰하기도 했다.”

- 최근 칸 전 총리가 물러난 것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파키스탄은 대개 연립정부 시스템이다. 연정을 꾸리는 정당이 야당으로 돌아서면 바로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 칸 전 총리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정권을 내려놓았다. 정권을 잡고 놓는 방식이 대개 비슷하다. 권력은 증발하기 쉽다는 생각을 한다.”

- 이후 2018년 현 직장인 익스프레스뉴스로 이직했는데….

“파키스탄 내에서 톱 3로 꼽히는 방송국이다. 우루두어로 방송을 한다. 입사 직후 총선이 있어 방송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핵심으로(To the point)’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현장에서 느낀 신문과 방송의 차이에 대해 말해달라.

“신문은 정제해서 쓰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좀 더 긴 시간 팩트체크를 했고, 더 다양한 시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방송은 빠르고,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온에어를 하기로 하면 몇 초 안에 결정하고, 새 인물은 그 자리에서 섭외해야 한다. 게스트가 스튜디오에 나타나지 않으면 전화 연결 등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새벽에도 일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 점이 달랐다.”

- 디지털 시대에 신문에서도 정제된 기사의 가치가 점점 흐려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디지털 시대의 빠르고 실시간적인 측면을 버리면 안 된다. 하지만 전통 저널리즘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송도 신문도 실시간 속도시대다.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끝까지 팩트를 찾아가야 한다고 본다. 기술은 생존을 위해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전통 저널리즘의 가치를 잃을 수는 없다.”

하니프 기자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미국 연수의 말미에 현지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로스앤젤레스 본사에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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