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롭 헤이스 교수가 미국 지역신문의 호황기를 겪은 선배 세대 기자였다면, 닉 팰선 기자는 지역신문의 변혁을 몸으로 느끼고 향후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세대다. 올해로 23년차로 리하이 밸리 라이브라는 온라인 매체의 편집국장이다.

우선 이 매체의 성격과 디지털퍼스트 전략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리하이밸리라이브의 전신인 익스프레스타임스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필라델피아 북서부에 있는 ‘리하이 밸리’ 지역(이스턴, 베들레헴, 앨런타운)을 커버하는 지역 대표 일간지다. 1855년 이스턴데일리익스프레스라는 제호로 창간했다.

회사는 이 신문을 전면 디지털퍼스트화 했다. 디지털과 지면을 완전히 분리했다. 한 건물에 온라인 매체인 리하이밸리라이브(이하 라이브)의 편집국과 종이신문인 익스프레스타임스(이하 타임스)의 제작국이 같이 있다. 라이브는 24시간 체제로 기사를 실시간 송고한다. 익스프레스타임스는 이 기사를 적절하게 취사선택하고 편집해 종이신문 판형에 맞게 출고한다.

팰선 국장을 만나 디지털퍼스트와 구독모델, 직업으로서의 기자 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물었다.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 닉 팰선 편집국장
▲ 닉 팰선 편집국장

- 당신은 어떤 일을 하나.

“편집국장이다. 인터넷 매체 리하이밸리라이브의 디지털 기사를 전담하고 있다.”

- 기자는 몇 명인가.

“나 포함, 14명이 있다. 기자 13명 중에서 4명은 스포츠를 전담하고, 나머지 9명은 피쳐 기사나 사건 사고를 담당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재택근무를 한다. 나는 회사에서 밤 11~12시까지 일하는 때가 많다.”

- 홈페이지를 보니 구독자용 유료 기사와 무료 기사가 혼재된 ‘프리-미엄(Free-mium)’ 전략을 쓰는 것 같다.

“그렇다. 2년째 유료 구독 전략을 추진한다. 사건 사고나 범죄 같은 기사는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가치 있는 기사, 단독, 탐사보도 등은 구독자용 유료 기사다. 로컬 스포츠도 유료 기사다.”

- 스포츠를 유료로 제공하는 이유가 있나. 타 일간지에서는 다른 기사를 유료로 하더라도 스포츠는 무료로 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권 프로스포츠 등 누구나 쓰는 스포츠 기사를 쓴다면 무료 전략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고교 스포츠 등 로컬 스포츠 기사를 쓰기 때문에 돈을 받는다. 로컬 독자가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지역 스포츠 기사다.”

- 예를 들면….

“고교 스포츠가 대표적이다. 부모나 친구, 동문이 주된 기사 타깃이다. 우리밖에 못 쓰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근 리하이대학은 미 대학농구(NCAA)에서 유명하다. 이런 기사도 집중적으로 다룬다.”

▲ 리하이밸리라이브와 익스프레스타임스의 본사
▲ 리하이밸리라이브와 익스프레스타임스의 본사

팰선 국장은 같은 직장에서 23년째 근무한다. 매체를 옮겨 다니면서 경력을 쌓는 미국의 많은 기자와 다르다.

-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안 옮겼나.

“일단 나는 이 지역에서 살았고 가족도 여기 있다. 내가 젊고 미혼이었다면 돈을 더 주는 전국권 매체로 갔을 수도 있겠다. 더 큰 이유는 나만의 기사를 쓰고 싶어서다. 백악관 출입기자를 보자. 같은 질문을 계속하고 50개 매체가 같은 기사를 쏟아낸다. 나는 이런 것에 흥미가 없다(not thrilled). 동네 식당에 가면 내가 쓴 기사가 화두가 되고 ‘닉 팰선이 쓴 기사 봤느냐’면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이 좋았다. 나만 쓸 수 있는 로컬 기사를 쓰고 싶어 이 언론사에서 만 22년을 일해왔고 국장도 하게 됐다.”

- 미래의 종이 신문기자는 어떨 것 같나. 당신의 미래에 대한 예측도 좋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일간지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 일요일에 집이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는 문화가 일부 남아 있어 일요판은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주중에는 종이신문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신문에서는 배달비를 버텨낼 수 없다. 뉴욕타임스 같은 곳은 종이신문을 일부 유지할 수 있겠지만, 펜실베이니아 지역신문은 다 지면이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대신 지역언론계에도 디지털 혁신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가 했던 디지털 전환과 투자가 지역 언론에서도 확산하는 것이다. 내 미래에 대한 예측보다는 내 꿈을 말하겠다. 나는 1년의 시간과 월급을 줄테니 탐사보도를 마음껏 해서 갖고 오라는 지시를 받고 싶다. 문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다.”

-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후학에게 조언한다면….

“소셜미디어를 할 때 신중했으면 한다. (부메랑이 된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활동가처럼 말한다던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신념이 있어서 활동가처럼 발언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은 저널리스트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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