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강세를 보인 도시다. 고양의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우세였다. 누구에게 투표했어도 주민들은 당선인이 초심을 유지하기를 원했다.

스토리오브서울 <고양시팀>은 4월 15일과 19일에는 고양의 일산 신도시, 22일에는 덕양구를 찾았다. 주민 17명이 실명으로 취재에 응했다.

▲ 후동공원을 오가는 사람들
▲ 후동공원을 오가는 사람들

4월 15일, 일산서구의 후곡마을에 있는 후동공원. 주부 2명이 흔들 그네에 앉아 커피를 손에 들고 이야기했다. 이민주(45) 강민정 씨(44). 친구 사이지만 정치 성향은 다르다.

이 씨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내각 후보자가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아쉬운 점으로 집무실 이전 그리고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당선인 비서실장 발탁을 꼽았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비슷했다.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에 긍정적이었다. 일산이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몇몇 동에서 윤 당선인이 앞섰던 이유는 이 공약 때문이라고 강 씨는 말했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공정한 교육정책을 원했다. 강 씨는 중고생 자녀들을 키워보니 고교평준화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가 맞장구를 쳤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 공원으로 갔다. 노인이 모여 장기를 두는 모습이 보였다. 김철조 씨(76)는 신도시 입주가 시작될 무렵인 1994년부터 이곳에 살았다.

김 씨와 이웃은 입을 모아 집무실 이전을 반대했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옮기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여전히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공약이라면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한다. “저는 지나고 보면 우리 국민이 위대하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투표 끝나고 실망도 하지만 나중에 딱 보면 국민이 역시 현명하다고 느끼고요.”

수도권 지하철 3호선의 주엽역 방향으로 걸었다. 주엽동에서 재택근무를 하다 공원에 잠시 나온 회사원 이소현 씨(27)를 만났다. 윤 당선인이 중요한 민생 현안을 제쳐두고 집무실 이전부터 계획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일산 호수공원 북서쪽으로 고양 장항지구가 개발되는 중이다. 이 씨는 난개발로 인해 주변 경관이 훼손됨을 직접 느낀다고 말했다. 창릉 신도시가 개발되면 큰 난리가 일어난다고 예상했다. 인구가 늘지만 주변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4월 19일 일산동구의 마두1·2동을 찾았다. 아파트 단지를 두고 백마공원, 마두공원, 강촌공원이 있다.

백마마을 5단지와 6단지 아파트 사이에서 이종분 씨(81)가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경상도 출신. 일산에서 산 지는 20년 됐다. 윤 당선인에 대해 물었지만 입을 쉽게 열지 않았다. 기자 명함을 꼼꼼히 확인했다. 핸드폰으로 스토리오브서울의 기사를 보여줬더니 취재에 응했다.

그는 정치에서 누구 편도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MBN 시사 프로그램 ‘판도라’를 즐겨봐서 정치가 돌아가는 상황은 조금 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했을 때부터 윤 당선인의 행보를 줄줄이 뀄다.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 이 씨가 윤 당선인에게 바라는 한가지다. 그런 점에서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구로 옮기는 결정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행보 때문에 걱정이 너무 많다고 했다. 거리에서 큰소리를 외쳐서라도 속상함을 털어내고 싶어한다. 말이 점점 빨라졌다. 그는 청년이 평생 일해도 집을 못 사는 상황이 가장 걱정된다, 당선인이 잘 바꿔나갈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마두공원에서 조정숙 씨(75)를 만났다. 식당을 운영하지만 허리를 다쳐 출근하지 않았다. 실명으로 취재한다고 했더니 미안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자리를 뜨려 하자 기자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조 씨는 당선인에게 한 가지만 바란다.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화다. 채용 과정이 복잡해 말썽인 직원이 한번 들어오면 손 쓸 방도가 없다고 했다. 또 한국인 직원에게 일을 떠넘기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안호웅 씨(29)는 이어폰을 끼고 흔들 그네에 앉아 있었다. 가상현실(VR) 게임 기획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당선인이 좋은 모습을 보여서 당선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안 씨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었다. 5개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세계적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이 가장 현실적인 경제 성장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이를 당선인이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심이 많다.

당선인의 행보는 조금 아쉽다고 했다. 집무실 이전은 보여주기식이라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미래가족부를 신설한다는 계획도 이름만 바뀌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4월 22일 금요일, 수도권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 내렸다. 흐릿한 날씨 탓에 돌아다니는 주민이 많지 않았다.

조성술 씨(64)는 30년간 택시를 운전했다. 지난해 8월 택시를 팔고 덕양구 삼송동에 편의점을 차렸다. 수입이 월 400만 원 정도였지만 코로나 19로 반 토막 났다. 영업시간 단축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이 신뢰를 주지 못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대선에서 그의 선택은 윤석열 후보였다. 선거일 밤12시까지 뉴스를 보지 않았다. 새벽에 득표율 역전 소식을 친구에게 전해 듣고 방송을 틀었다. 고양시 덕양구에서 이재명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인 누구도 이 후보를 선택한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당선인의 활동에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청와대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새 정부가 잘하리라고 기대한다.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은 민주당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밀어붙인다고 본다. “젊은 층이 좀 잘 살게끔 하려면 정말 정치하는 사람들이 당선된 사람을 믿어줘야 하는데, 믿고 기다려봐야 하는데. 지금 인수인계를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막 헐뜯고 난리 났잖아요.”

▲ 조성술 씨가 편의점 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 조성술 씨가 편의점 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편의점 앞, 대학교 점퍼를 입은 이로이 양(19)이 버스를 기다렸다. 생애 첫 투표를 했다. 아버지 의견을 참고해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

선거가 끝나고 그는 유튜브나 다른 매체를 통해 당선인 인터뷰를 접했다. 여기에 나온 당선인은 아버지가 나쁘게 말하던 모습과 달리 평범해 보였다. 댓글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군은 새 정부가 해결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사회의 혐오를 꼽았다. 세대와 성별을 편 가르지 않고 모두 화합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특정 성별이나 세대에 유리한 정책으로 민심을 담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황숙향 씨(63)는 대선에서 윤 후보를 선택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다. 하지만 취임을 앞둔 당선인의 행보는 다소 실망스럽다고 했다.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이 미비하다는 이유.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발탁에 부정적이다.

집무실 이전을 서두르는 모습도 또 하나의 이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심사숙고를 해야 하는데 속전속결로 진행하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황 씨는 경제정책에 관심이 많다. 규제를 풀고 기업을 다독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리기를 기대한다.

원흥동으로 가다가 김소현 씨(41)와 마주쳤다. 19대에 이어 20대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사생활이 깨끗하고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직전의 단일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씨는 항공사에서 일한다. 지난 5년을 돌이키며 왜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열심히 일할수록 세금이 늘어나지만 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보다 혜택은 적다고 느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되는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직장인한테는 일하고 싶고, 또 취준생에게는 직장을 가지면 뭔가 희망이 보이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수도권 지하철 3호선의 원흥역 1번 출구. 근처 주상복합 단지의 카페에서 이송화 씨(40)가 블루베리를 졸이고 있었다. 정치에 관심 없지만 투표는 항상 했다. 이번 선거는 더욱 난장판이라 생각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투표했다.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상대 후보의 정책에서 좋은 부분은 이어지길 바란다. 이재명 후보의 대표 정책인 경기지역화폐를 사례로 들었다. 이 씨는 지역화폐를 유용하게 사용한다. 전에 근무하던 골프장에서도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주민이 아주 많았다고 전했다.

▲ 고양시 주민 이야기
▲ 고양시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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