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는 25개 구에서 투표율이 80.6%로 가장 높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65.1%를 득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32.2%.

스토리오브서울의 <강남팀>은 4월 18일, 21일 서초구 서초4동을 찾았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윤석열 당선인 자택인 아크로비스타가 있다. 취재팀은 주민 55명을 만났다. 이 중 11명이 실명 취재에 동의했다.

취재팀은 4월 18일 오전 11시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 내렸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발의에 반발하며 사퇴하고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들이 긴급회의를 열었던 날이다.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대법원 앞에 보였다. ‘검수완박 피해는 힘없는 국민 몫’이라는 문구가 쓰인 텐트 앞에 남성이 있었다. 시민단체 소속인데 실명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후 1시간 30분 동안 시민 22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20명이 거절했다.

▲ 대법원 앞의 현수막
▲ 대법원 앞의 현수막

대법원 앞 인도에서 정현상 씨(65)를 만났다. 급히 갈 곳이 있다고 해서 동행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초 토박이. 30년 넘게 살았다.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정치 경력이 없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못 믿어서다. “윤석열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머리에 든 건 재판밖에 없는데.”

그는 윤 당선인이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있는 청와대를 왜 돈을 더 들여 용산으로 옮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금도 안 걷겠다는데. 그러면 줄어든 세수는 어떻게 채우려는 건지.”

정 씨와 헤어지고 법원 앞을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 섰다. 옆에 있던 안승관 씨(52)에게 말을 걸었다. 서초동에서 20년 넘게 법무사로 일했다.

그는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 출신이라 대통령이 되면 안 될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인권 측면에서 30~40년 후퇴할 거라 했다. “기대도 안 해요. 그냥 5년을 버텨야겠다고 생각하지.”

검수완박은 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70년 이상 가진 권력을 이젠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본다. 수사청을 만드는 방안에도 찬성했다. “예전에는 어두운 세상이었다지만, 하루에 수만 건씩 기사가 나오는 요즘 세상에 검찰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니까….”

▲ 아크로비스타 단지 안의 당선인 축하 현수막
▲ 아크로비스타 단지 안의 당선인 축하 현수막

취재팀은 낮 12시 30분 지하철을 타고 교대역으로 갔다. 6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윤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아크로비스타가 나온다. 취재팀은 그 길목의 빌딩에서 주차 관리인으로 5년째 일하는 채수갑 씨(82)를 만났다.

그는 당선인의 행보를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검수완박에는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 양반이 텔레비전에서 얘기하는 것 보니까 우리나라 근대 역사관이 뚜렷하더라고. 그래서 내 마음에 들었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박준배 씨(50)를 만났다. 양복 차림. 여기에 살지는 않지만 서초동에 직장이 있다고 했다. 전에는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최근 생각이 바뀌어 윤 후보에게 투표했다. 국력이 더 세지기 위해서는 보수당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선인의 탈원전 백지화 정책에 대해 묻자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원전 기술이 더 고도화돼 위험하지 않은, 완벽한 원전이 개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그런 경쟁력 없이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박 씨는 청년의 무기력한 인식을 바꿔주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때는 10년만 열심히 일하면 내 집을 살 수 있었어요. 그리고 꿈이 있었거든요.”

최철수 씨(68)는 서초동에서 20년 살았다. 아크로비스타 옆의 삼풍아파트에서 산책하다가 취재팀과 만났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직했다. 대선에서는 윤 후보에 투표했다. 취재팀이 검수완박에 대해 묻자 방향은 맞지만, 다소 성급한 것 같다고 답했다.

▲ 서초동 삼풍아파트
▲ 서초동 삼풍아파트

김현 씨(27)는 서초동의 광고대행사에서 일한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검수완박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진행한 검찰개혁의 종지부라고 했다. “특별히 문제 되는 부분 없이 공정하고 투명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주부 이란화 씨(52) 역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지만 검수완박에는 반대한다. 경찰 수사만으로 완벽한 범죄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 들어서다. 검찰의 독점권력 악용을 막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때로는 검찰의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씨는 비싼 집이 있는 소수가 아닌, 국민 다수를 위한 보편복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빈부격차 등 양극화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뜻이다. 그에게는 10대 딸이 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앞날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나 좋자고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 박한숙 씨의 야쿠르트 배달 카트
▲ 박한숙 씨의 야쿠르트 배달 카트

박한숙 씨(70)는 야쿠르트 방문판매원이다. 제품을 배달하거나 거리에서 판매한다. 코로나 19 이후에 매출의 3분의 1 정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서민을 잘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씨는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경제를 잘 살릴 것 같아서다. 이 후보가 낙선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 국민이 다 지지해서 한 거니까. 누가 됐든지 간에 잘 살게만 해주면 되는 거지.”

▲ 서초구 주민 이야기
▲ 서초구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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