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2906표 대 2115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대선 1, 2위 성적표다. 전체 1만 5537표에서 84.47%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갔다.

강남구에는 22개 동이 있다. 투표소는 119곳이었다. 강남구의 모든 동과 투표소에서 압구정동은 윤 후보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압구정현대아파트 단지의 1·3 투표소에서 윤 후보는 각각 90.56%와 91.16%를 득표했다.

스토리오브서울 <강남팀>은 4월 21일 오후 1시, 현대아파트 1~7차 단지를 찾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사회부총리 등 2차 내각 명단을 발표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취재팀은 주민과 상인 등 31명을 만났다. 이 중에서 10명이 실명 인터뷰를 허락했다. 외국 국적 김경자 씨(63)를 제외하곤 모두 투표했다. 투표자 9명 중 7명이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이유를 묻자 임항수 씨(66)는 “인물 보고 뽑았다”고 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단호했다.

이지웅 씨(28)는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집으로 가다가 취재팀을 만났다. 그는 “조금 더 상식적일 것 같은 사람”을 뽑았다고 했다. 집무실 이전에 대해 물으니 머뭇거리다가 답변했다. “다 좋은데 이렇게까지 힘 뺄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가 보면 제1 공약인 줄 알겠어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파렴치한 일입니다. 검찰 권력 견제는 좋은데, 그걸 경찰에게 주는 게 답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검수완박으로 임기 말까지 이렇게 시끄러워야 하나요. 진절머리 나네요.”

취재팀은 아파트 81동 옆 산책로를 따라 단지에 들어갔다. 목요일 오후의 한가로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80동, 79동, 78동…. 아파트는 모두 같은 모양이었다.

77동에 다다르자 육교가 하나 나왔다. 플래카드 하나가 바람에 나부꼈다. ‘4월 19일, 조합설립 1주년! 빠른 재건축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3 재건축정비사업 조합-’

▲ 압구정 현대아파트 77동 옆 금강쇼핑센터
▲ 압구정 현대아파트 77동 옆 금강쇼핑센터

금강쇼핑센터로 들어갔다. 지하 1층, 지상 2층. 의류업체, 네일아트점, 안경점, 문구점, 빵집이 보였다. ‘압구정현대서점’에 들어갔다. 좁은 가게였다. 임항수 씨(66)가 9년 전부터 운영한다.

그는 기호 2번에 투표했다. 신선감을 기대했다고 했다. 그에게 윤 당선인은 “자기만의 정의 실천을 위해 권력에 빌붙지 않고, 오히려 대항할 인물”이다. 윤 당선인이 과거 지도자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엄지를 올려 보였다.

윤 당선인이 추진한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청와대에선 소통이 단절돼요. 집무실 근처를 공원화해서 신시대를 열었으면 합니다.”

▲ 압구정현대서점의 임항수 씨
▲ 압구정현대서점의 임항수 씨

쇼핑센터에서 휴대폰을 보며 나가는 오관섭 씨(61)를 만났다. 압구정동에 살지 않지만 쇼핑센터에 매일 온다. 취재팀이 다가가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우크라이나 뉴스를 보고 있었다”며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 취재팀이 이날 만난 첫 ‘1번 투표자’였다. 그는 장관을 너무 측근 위주로 고른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냐고 물었다. 다주택자 규제는 풀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1주택 이상 소유하게 하면 안 됩니다. 다른 건 괜찮은데, 이거 하나만 꼭 지켜주면 좋겠어요.”

오 씨는 언론이 편파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국민 눈과 귀를 막아놓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꼭 좋은 기자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쇼핑센터 화단 앞에 앉아 잠시 쉬었다. 김인숙 씨(72)가 옆 보도블록에 섰다. 그도 잠시 쉬는 듯했다. 김 씨는 쇼핑센터에서 20년 넘게 옷을 팔았다. 코로나 19 때문에 임대료와 관리비를 못 낼 정도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그는 민주당이 싫어서 윤 후보에게 투표했다. “원칙을 지킨다잖아. 그래야 서민이 살지. 민주당은 원칙을 안 지키잖아. 윤석열이 규제 다 풀어서 국민 잘살게 해준다니까…. 먹고 살게 해준다잖아.”

윤 당선인의 행보를 어떻게 보냐고 물었다. “윤석열이 장관 시킨 사람이 빨리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기자가 한동훈 전 검사장을 말하는 거냐고 물었다. 김 씨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뭔 소리야! 한동훈은 당연히 해야지! 지금 아들딸 난리 난 사람이 빨리 내려와야지.”

김 씨는 윤 당선인의 이미지를 걱정했다. 당선인을 생각해서라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안타까워 죽겠어. 조국이랑 똑같이 보이잖아.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서민이 봤을 적에 그렇게 보이잖아.”

단지 안의 은행나무공원에 들어갔다. 압구정초등학교 정문 앞이었다. 느린 걸음으로 혼자 산책하던 박상록 씨(80)를 만났다. 그는 대한민국에 해결할 문제가 너무 많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이라고 본다.

박 씨는 윤 당선인의 열렬한 지지자다. 윤 당선인이 지금까지 아주 잘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을 ‘국민을 위해 약속을 지킨다는 신념이 있는 사람’, ‘흠집이 없는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 박상록 씨(오른쪽)는 공원을 돌면서 인터뷰했다.
▲ 박상록 씨(오른쪽)는 공원을 돌면서 인터뷰했다.

박 씨와 헤어진 뒤에 김경자 씨(63)를 만났다. 운동을 하던 중이었다. 15년간 한국에 살았지만 외국국적이라 투표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어떤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글쎄…”라며 머뭇거리다가 전셋값과 집값이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씨는 윤 당선인이 순하고 너무 열정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취재팀이 “그러면 대통령이 어떤 사안에 열정적이어야 하냐”고 묻자 그는 “나는 이재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김명진 씨(39)는 단지 내 비탈길에서 만났다. 그는 자녀가 탑승한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누구를 뽑았냐고 물었더니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한다고 했다. ‘여기 엄마들’은 대부분 그렇다며 웃었다.

그는 20년 넘게 이 아파트에서 살았다. 본인 소유 아파트다. 남편 및 자녀 둘과 함께 넷이서 산다. “이 아파트는 밖에서 들어오지 않는 한 보수를 지지하는 분위기죠. 여기 사람들은 옛날 아버지 위 세대 때부터 이곳에 살았어요.”

김 씨는 남편과 함께 압구정동에서 병원을 운영한다. 사업을 하니 문재인 정부의 증세 기조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윤 당선인이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다. 당선인의 행보보다는 정당 성향에 더 관심이 많다.

“솔직히 100%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에요. 사실 너무 갑자기 나왔잖아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는 인터넷 신조어)이고. 와이프도 좀…, 그런 부분이 있고.”

그래도 지지한 이유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서다. “정치에 빠진 사람들이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이다 보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행동이 자기 마음대로지만 주위 사람한테 흔들리지 않고 주관대로 잘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강남구 주민 이야기
▲ 강남구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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