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은 역대 대선의 초접전이자 족집게 지역이다. 1, 2위 득표율 차이가 3%p 이하이면서 순위를 6회 이상 맞춘 곳.

이번에는 화서1동의 민심이 전체 결과와 일치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보면 투표율은 70.9%, 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0%,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5.6%였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수원팀>은 4월 12일, 15일, 19일에 화서1동을 돌았다. 수원역 푸르지오자이아파트 맞은편 상가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상인 문재근 씨(64)는 3년째 영업한다. 매일 아침 가게를 쓸고 닦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성씨, 같은 항렬이라고 했다.

문 씨는 이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됐다고 싫지는 않다. 소신이 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던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에 대한 외압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당선된 이유는 국민 통합 공약 덕분이라고 본다. 집무실 이전은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문 씨는 윤 당선인이 민초(民草)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좋은 정책의 한 페이지가 되어 달라고 말하고 싶네요.”

▲ 문재근 씨(왼쪽)가 가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 문재근 씨(왼쪽)가 가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서은수 씨(26)는 퇴사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는 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대선 결과가 막상막하라서 놀랐다고 했다. 19대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아버지 영향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내각 인선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국무위원 후보자 19명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 60대 남성’이어서다. 다양한 사회 계층 출신이 정부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무실 이전도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국민과 소통하려면 장소 이전보다는 제도나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소가 문제일까요? 본질에서 벗어나서 명분만 앞세운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화서시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영동축산의 강병숙 씨(54) 역시 이 후보에게 표를 줬다. 꾸준히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동생이 이 후보를 찍지 않으면 형제의 연을 끊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윤 후보가 이왕 됐으니 서민을 위해 정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는 부정적이다. 여성에게 주던 혜택이 없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집무실 이전 얘기가 나오자 말이 길어졌다. 이전 비용과 안보가 걱정이라고 했다. “옮기면 경제적인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거 아니에요. 인력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고.” 그는 청와대가 산 밑에 있어서 안전하다, 용산은 사방이 뚫려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디자인 회사에 다닌다는 조원철 씨(31)는 선거 때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 번도 투표한 적이 없다. “관심이 아예 없어요. 이번 대선도 (후보들이) 다 비슷할 것 같아서 투표 안 했어요.”

그는 정권이 바뀌기를 원했다. 국민의힘을 싫어하지만 민주당이 계속 여당이 되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 그렇다고 윤 후보가 좋은 건 아니다. 공식 자리에서 보인 불량한 자세가 별로라고 했다. 윤 후보가 약속한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에는 기대를 건다.

침구류를 파는 가게에서 만난 이경애 씨(74). 사장 어머니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다들 윤 당선인을 끌어내리려 한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처음 시작할 때는 지켜봐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민이 난리야. 왜 이렇게 들쑤시고 난리냐 이 말이지.”

그는 윤 당선인을 정직한 사람으로 본다. 정치하는 사람은 때가 묻는데, 윤 당선인은 그렇지 않다, 믿는다고 했다. 또 잘할 거라고 기대한다. 다른 정치인처럼 말을 바꾸거나,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믿기 때문에 집무실 이전도 찬성한다고 했다.

▲ 화서시장
▲ 화서시장

‘수원금산인삼’의 주인 최용오 씨(70)는 아내와 함께 노란 장판 위에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을 보며 대화하다가 대선 시간에 스토리오브서울과 인터뷰했던 기억이 난다며 취재팀을 반갑게 맞았다.

최 씨가 정한 투표 기준은 정권교체였다. 이야기하다가 그는 서랍을 뒤적이더니 종이 통장을 내밀었다. ‘국민의힘 1,000’. 작년 9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매달 1000원을 당비로 낸다.

평소 뉴스를 자주 보는 편. 내각 인선에도 긍정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능력이 있으니 김앤장에서 데려다 쓰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뱃사공이 노를 잘 젓는데 과거에 좀, 잘못이 있다고 해서 넌 예전에 잘못한 거 있으니까 안돼라고 하면 안 되죠.”

윤 당선인이 지지율에 개의치 않았으면 한다. “인기 끌려면 또 모든 국민에게 뭘 준다고 해야죠. 근데 그런 거 말고 실질적인 것을 해야 해요.” 5년 동안 초석을 다지며 꿋꿋하게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선희 씨(55)는 ‘채소나라’에서 쪽파를 손질하던 중이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믿음이 가지 않지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그렇다고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진 않는다. 이 후보의 재개발 공약이 그나마 마음에 들었다.

내각 인선은 불만스럽다. “전남이나 강원도는 한 명도 없잖아. 자기네들끼리 다 해 먹는 거지.” 이 씨는 그래도 문 대통령보다는 윤 당선인이 진취적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쉬워 해봐야 뭐 해요, 내가.”

누구에게 표를 줄지 못 정했던 ‘미리랑’ 식당 주인 이광열 씨(62). 윤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했지만 저 사람 찍느니 이 사람을 찍어야겠다는 심정으로 찍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음에 와닿는 공약은 없다.

“정치가 자꾸 반복돼요. 내로남불이란 말을 누가 썼는지 맞는 거 같아.” 이 씨는 윤 당선인이 능력 위주로 장관을 지명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측근 위주로 지명하는 것 같아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 이광열 씨(오른쪽)가 인터뷰하는 모습
▲ 이광열 씨(오른쪽)가 인터뷰하는 모습

문구점을 운영하는 이운용 씨(55) 역시 윤 후보를 지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을 평가해달라고 했더니 표현이 격해졌다. “한 대 쥐어패고 싶어요.” 부동산 세금과 탈원전 정책으로 경제적 손실을 많이 봐서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나 개편에도 찬성했다. 월급 몇 푼으로 남성이 군대에 간 걸 보상했다고 선동하는 곳이 여가부라고 말했다. “저희 아들은 거품 물어요. 군대는 월 300 줘도 안 간다는 애들 개 끌려가듯 끌려갔는데.”

‘동해수산’을 운영하는 이규인 씨(29)는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 원전 활성화 공약을 내건 후보를 지지한 이유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서는 의미 없는 검찰 개혁, 무언가 은폐하려는 마지막 발악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 부정적이었다. 오히려 정당이 많아져 여러 목소리가 나오길 바란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배은희 씨(59). 요새 뉴스를 보면 상실감이 든다, 기대를 해보려 해도 실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지지했냐고 물었더니 토끼 눈을 하고 답했다. “어휴, 미쳤어요? 일 잘하고 공정한 사람 내버려 두고 왜?”

배 씨는 집무실 이전에 부정적이다. 윤 당선인이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이 권위적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집무실로 쓸 장소를 비우라고 하는 방식에 실망했다.

족발집을 하는 박종구 씨(62)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손님이 있어서인지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박 씨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을 언급하며 윤 당선인을 무서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추측했다.

‘화서돼지국밥’ 사장 박태순 씨(52)는 진보당의 김재연 후보에게 투표했다. 노동 이슈에 관심이 있거나 진보적인 성향은 아니었다. 이유는 민주노총 소속인 남편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당선인에게 바라는 바를 묻자 잘은 모르겠지만 노인과 노동자를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못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밥 먹기가 얼마나 힘들어요?”

▲ 화서1동 주민 이야기
▲ 화서1동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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