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이지 뭐. 대통령이 할 일이 뭐야? 국민이 편해야 대통령도 편하고 나라도 편한 거 아니여?” 서울 구로구 오류1동 오류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박혜경 씨(65)의 말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한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오류동팀>은 4월 16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오류1동을 찾았다. 시민 24명 중 8명이 실명 취재에 동의했다.

오류금호어울림아파트 자전거 정류소 앞에서 만난 김 씨가 처음으로 취재에 응했다. 15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실명과 나이를 밝히길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60대 김귀염 씨로 대충 쓰면 안 되겠냐”며 농담을 던지고는 자리를 떴다.

▲ 오류시장 골목
▲ 오류시장 골목

오류시장으로 향했다. 박혜경 씨는 이곳에서 7년 동안 가게를 운영했다. 영업을 시작하기 30분 전에 취재진을 만났다. 그는 대화하는 내내 주방을 오가며 음식을 만들었다.

박 씨는 윤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대선 때도 지지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정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인선한 장관 후보자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일 잘하는 사람을 골랐다고 하니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잘하겠지. 능력 있는 사람들이니까. 문재인 정부처럼 어중이떠중이들 갖다 앉힌 게 아니니까.”

고깃집을 하는 서수신 씨(68)는 지인을 불러 고장 난 형광등을 갈고 있었다. 그는 대선에서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뽑아놨으니까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안 되지. 잘하길 기다리고 있어.”

서 씨에게 윤 당선인은 뚝심 있는 정치인. 당선인 마음에 드는 사람들로 장관 인선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바라는 건 서민으로서, 장사 좀 잘 되게 해주는 거지.”

맞은편에는 <오류곱창 빈대떡>이 있다. 가게 주인 김진희 씨(63)가 문밖을 내다봤다. 저녁 장사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김 씨는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지지했다. 여러 번 대통령에 도전한 심 의원을 한 번 더 밀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대선 결과가 아쉽지는 않다. “젊은 사람들은 어떨는지 몰라도 나는 된 사람이 잘해주길 바라.”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큰 기대를 보이지는 않았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 대부분이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웃었다. “경기 회복. 부동산. 젊은 세대도 잘 살 수 있게.” 김 씨가 윤 당선인에게 바라는 점이다.

<새본지물포> 주인 백운용 씨(75)는 오류1동 토박이다. 취재진이 들어서자 보고 있던 TV 소리를 줄였다. 젊었을 때는 청와대에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에 다녔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는 여러 사업을 전전하다 지금은 지물포를 운영한다.

백 씨는 대선에서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 당선인이 “자상하게, 가깝게, 국민과 더 얘기하려고 한다”고 칭찬했다. “잘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잘못하면 진짜 나쁜 사람이지.” 그는 당선인의 약속을 믿어 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시장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러 나온 김주영 씨(50)를 마주쳤다. 인천에 사는 김 씨는 등산을 마치고 근처 가게에서 막걸리를 한잔했다. 윤 당선인에 관해 묻자 한참 뜸을 들였다. “잘할 거라고 생각은 해야겠지만….” 김 씨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그래서 대선 결과가 아쉽다.

김 씨는 윤 당선인이 소통에 가장 신경 쓰길 바란다. 행여나 언론의 자유를 해칠까 걱정이다. 요즘은 아예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언론이 썩었잖아요. 현 정권이 잘한 것도 많은데 그런 것들은 표현이 안 되고.” 그는 아직도 무엇이 옳고그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먼 산을 바라보며 답하는 그의 얼굴이 어두웠다.

오류시장 입구의 안경 가게에 들어갔다. 사장 이남수 씨(60)는 스테퍼(계단 오르기 운동 기구)에 오른 채로 취재진을 맞았다. 일단 앉으라며 안경 진열장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소형 냉장고에서 비타민 음료를 꺼내 건넸다. 계산대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유튜브 영상이 보였다.

이 씨는 대선 후보들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지 덜 나쁜 사람을 뽑아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전 후보는 주사파라서 싫고,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기 때문에 싫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죄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메모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늘이 내려준 대통령만이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사례로 들었다. 이번 대선에도 그런 후보가 있었냐고 묻자 “있었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다 허접했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넜다. 수도권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앞에는 작은 가게가 많았다. 세븐일레븐 오류역점은 성인 1명만 계산대 앞에 서도 꽉 찰 정도로 작다. 아르바이트생 안철민 씨(25)가 계산대에 보였다. 손님은 없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다가 지금은 퇴사했다.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 안철민 씨(왼쪽)가 편의점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 안철민 씨(왼쪽)가 편의점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안 씨는 윤 당선인의 국정 수행에 대해 별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에게 투표하기는 했지만, 민주당을 뽑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거리두기 정책으로 자영업자가 힘들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 당선인이 가장 신경 썼으면 하는 정책으로 자영업자 보호를 꼽았다.

대학생 강효준 씨(25)도 안 씨와 같은 편의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다. 주중에는 고깃집에서 일한다. 오류1동에 15년째 산다. 윤 당선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치를 잘 모른다며 주저했다.

강 씨는 뽑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대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군인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다만 세금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오류1동 주민 이야기
▲ 오류1동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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