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오류1동은 역대 대선에서 초접전과 족집게 양상을 모두 보였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오류1동 주민은 윤석열 당선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스토리오브서울의 <오류동팀>이 4월 11일 오후 6시 오류시장을 찾았을 때, 시장 입구는 어두컴컴했다. 문을 연 가게가 5개 남짓이었다.

불이 밝게 켜진 떡집으로 들어갔다. 35년 동안 장사한 김영동 씨(67)는 오류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이다. “그때도 학생들이 다녀갔는데. 내가 그랬거든요, 윤석열이가 된다고.” 올해 지방선거도 국민의힘이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씨는 오류시장 정비사업에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이 이권을 다투느라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이 주민과 민생을 위하지 않고 돈 있는 사람 편에만 선다고 했다.

집무실 이전으로 대통령과 정치인의 힘을 축소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집무실 이전을 말했는데, 왜 이렇게 다들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되면 꼭 가볼 거라며 웃었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노인이 떡을 샀다. 김 씨는 검정 비닐에 떡을 담으며 윤 당선인의 행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못마땅해서가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나라가 망가졌는데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다. “원상복구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 김영동 씨(왼쪽)가 취재팀과 대화하는 모습
▲ 김영동 씨(왼쪽)가 취재팀과 대화하는 모습

취재팀이 만난 상인 5명은 오류시장의 상황을 들려줬지만 실명 제공에 망설였다. 식당에서 이야기를 듣던 손님은 “오류시장이 박살났다”고 표현했다. 정치인이 선거철만 시장에 관심을 둔다고 했다.

<오류동팀>은 4월 16일 낮 12시에 오류시장을 다시 방문했다. 주말이라 11일보다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흥정하는 손님이 눈에 띄었다.

아내를 대신해 가게를 본다는 정용철 씨(78). 한과 가게에서 건어물과 제철 나물 등 다른 품목도 판다. 40년 동안 오류1동에 살았다고 한다. 윤 당선인에 대한 의견을 묻자 가게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정 씨는 취재팀과 2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윤 당선인이 정치보복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정도 보복성 정치를 했어. 그렇다고 윤석열이가 또 보복하면 안 돼.”

정 씨는 정치권에 인물이 너무 없다며 윤 당선인을 어부지리(漁父之利)라고 표현했다. 법조인 출신이 대통령을 잘 해낼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도 보복 정치를 하지 않고 민생을 살피면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를 말하며 그는 자기 다리를 가리켰다. 다리가 아파서 계단을 오르기가 어렵다. 살던 빌라에 세를 내어주고, 지금은 근처 아파트에서 전세로 산다. 집값이 올랐어도 실제 이득은 없다. 의식주가 제일 중요하니 한 사람에 한 채는 꼭 갖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정용철 씨(왼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 정용철 씨(왼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구불구불한 시장길을 걸었다. 문을 닫은 점포가 많다. 오류시장 재개발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보였다. 시장 반대편 출구와 가까운 곳에 장사 중인 점포가 몰려 있다. 건어물을 주로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공문자 씨(76)는 가게 안쪽의 구들장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어린 아들을 업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아들은 올해 43살이다. “손님들은 대통령 잘못 뽑은 거 아니냐고, 며느리 잘못 들인 기분이래.” 공 씨는 특히 전쟁이 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TV에 나오는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전쟁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다. 전쟁 때문에 살기 어려워졌다면서, 오른 진미채 값을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북한에 너무 강경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새끼들 전쟁 나서 죽는 꼴, 절대 못 봐 나는.”

그는 취재팀과 또래인 손주의 취업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식들 잘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한다. 요새 경제가 어려워서 취업이 어렵지 않냐고 묻더니, 집무실 이전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 씨는 집무실 이전에 반대한다. 국민연금이 바닥나는 상황에서 나라 살림을 낭비한다고 느껴서다. 평생 1만 원 넘는 옷을 입은 적이 없을 정도로 절약했지만, 장사는 항상 어렵다. 세금을 내더라도 그 돈이 잘 쓰인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류동팀>은 다른 세대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시장에서 나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의 광장을 찾았다. 출구 앞 벤치에서 여성 2명 이야기를 나눴다. 말을 건네자 취재팀에게 “당근이세요?”라고 물었다.

김주연 씨(31)는 전자레인지를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팔았다. 이날 광장에서 구매자와 직접 만나 거래하기로 했다. 박수민 씨(31)와는 친구 사이. 퇴근 후 종종 오류동 주변을 산책한다.

박 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대답을 아꼈다. 주변 여론을 따라 투표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이번 선거에서 정권을 바꾸기 위해 당을 보고 투표했다. 박 씨가 맞장구쳤다.

이번 선거에서 20대 여성의 58%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20대 남성의 58.7%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윤 당선인을 지지한 이유를 묻자 박 씨가 “저희는 20대가 아니라 30대라서 그렇다”며 웃었다.

그는 후보의 공약이나 성향보다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김 씨는 윤 당선인이 공약을 잘 지키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집무실 이전보다는 일자리나 부동산에 신경을 더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광장에서 반려견과 산책 중인 김민진 씨(28)를 만났다. 이번 선거에서 최악을 피하려고 투표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당선인에 크게 기대가 없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이나 외교 등 현 정부가 잘못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반려견을 7년째 키워서 동물 권리에 관심이 많다. “(윤 당선인의) 식용 개 발언은 충격이었어요. 실망을 많이 했죠.” 다른 후보는 동물 관련 공약을 내세웠는데 윤 당선인만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개 식용을 금지하고, 동물을 사고파는 펫 숍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 등록제처럼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이무현 씨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남녀 갈등을 꼽았다. 투표할 때 갈등을 완화할 후보가 누구인지 고민했다. 친구 대부분이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투표에 가볍게 참여했었다. 이번 대선은 제대로 투표 안 하면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토론을 꼼꼼히 챙겨봤다고 한다. 누구 뽑았는지는 비밀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회의적이다. 특히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국민이 뽑은 당선인이 선택한 길이니까 존중한다”면서도 국방부 청사 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안보 공백을 걱정했다.

여성가족부는 폐지보다 보완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만약 폐지한다면 여성가족부가 시행하는 가족, 청소년 사업을 담당할 대안 부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후 4시, 햇볕이 내리쬐는 오류동역 광장은 오고 가는 사람으로 붐볐다. 벤치에 앉아 낮술을 즐기는 시민도 있었다. 낮 최고기온 20도. 시민 옷차림이 한결 가벼웠다.

직장인 이승희 씨(51)와 장선경 씨(51)는 오랜 동갑내기 친구다. 오류동역 광장이 잘 조성돼 있어 퇴근하고 이곳에서 자주 만난다.

이 씨는 윤 당선인의 아내 김건희 씨의 일상이 나오는 뉴스를 보면서 놀랐다. 배우자 문제를 명확히 해명하지 않아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기간에 나온 의혹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씨는 윤 당선인의 각료 인선이 불만족스럽다. 주변 인물 대부분이 보수 정부 인사의 재탕이라고 생각한다. 장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윤 당선인 취임 후에 사면하면 되지, 왜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루냐고 말했다.

30대 송은아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 어머니는 벤치에, 송 씨는 휠체어에 앉았다. 오류동에서 5년째 산다. 어머니는 정치를 잘 모른다며 취재팀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 해결을 바라는 송 씨는 장애인 콜택시를 ‘노란 버스’라고 부른다. 휠체어가 탈 수 있는 봉고차 형식의 택시다. 전화로 택시를 부르면 ‘순서대로 가야 하니까 기다려달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동하기 전에 미리 불러 놔야 늦지 않는다.

서울시설공단 자료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장애인 콜택시 평균대기 시간은 26분이다. “휠체어 타는 사람은 교통수단의 선택지가 없어요.” 오류동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노란 버스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누가 되든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선 이후가 훨씬 중요하다며 모든 국민이 잘살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오류1동 주민 이야기
▲ 오류1동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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