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비결을 말할 때 ‘운이 좋았다’는 말은 관용구처럼 한다. 하지만 정말 노력을 많이 해서 자신이 쟁취했다면 어떨까. 현재는 교수로 봉직하는 CNN 앵커 출신인 수전 리소비츠가 그런 사람이다.

“나는 내가 운을 만들었다(I made my luck)”는 말을 캐치프레이즈처럼 했다. 좋은 기사, 좋은 리포트를 계속해서 만들다 보니 경제 기자로 이름을 날렸고 회사가 앵커를 시켜주더라는 꿈 같은 이야기다.

요즘 들어 한국에서는 언론계에서 기자직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고, 젊은 기자들이 이직이나 전직을 알아보는 예가 적지 않다. 이럴 때 고참 언론인의 역경 극복기는 신선한 자극이 될지 모르겠다. 리소비츠는 기자로서 어떻게 일했길래 운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최근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CNN 홈페이지의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뉴욕증시를 주로 커버하던 선임기자 출신이다. 앵커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9.11 테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특보를 생중계했다.

경제 기자로서 또 앵커로서 유명한 그도 CNN 입사 초기에는 중압감과 경쟁 분위기에 압도됐다고 한다. 발언을 그대로 소개하자면 이렇다.

“애틀랜타의 CNN 본사에 첫 출근을 했다. 나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공립학교(윌리엄패터슨대) 출신에 여성이다. 애틀랜타 본사에는 항공기 격납고처럼 거대한 뉴스룸이 있었고, 그래픽부와 국제부, 앵커석이 모여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똑똑하고 야망 있는, 게다가 잘생긴(good-looking) 사람이 잔뜩 있었다. 너무 잘생긴 사람이 많아서 누가 앵커냐고 물어봤다. ‘여기 있는 모두가 온 에어에 나가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 수전 리소비츠
▲ 수전 리소비츠

이 ‘비명문대 출신 여성’은 어떻게 CNN에서 앵커를 하고 경제 기자로 이름을 날렸을까. 그는 “좋은 단독기사를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좋은 리포트를 유심히 본 프로듀서가 앵커 오디션 응모를 제의했다고 한다.

당시 CNN 계열사인 HLN의 프로듀서가 “뭐 저리 리포트가 많이 방영되는 기자가 있느냐”면서 “리포트 잘 보고 있다. 앵커 오디션 좀 보라”고 연락이 왔는데, 이후에 이름이 알려지면서 CNN 메인 방송에서 앵커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첫 출발이 화려하지는 않았다. 언론계 입문은 스무 살 무렵, 대학을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프리랜서 기자직이었다. “새벽까지 취재해서 리포트를 만들면 15달러를 받았다”는 말로 당시의 고단함을 설명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AP통신에서 근무했는데, 뉴욕의 주도인 올버니를 담당하면서 일요일용 기획 기사를 주로 썼다고 한다. 한 번은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에서 지면에 자신의 기사를 통째로 전재하면서 이름을 넣어줬다고 했다.

준비된 자에게는 운이 찾아온다. 한 번은 리소비츠가 개인적인 사유로 휴직을 했다. 그때 마침 방글라데시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우연찮게 발견한 것이 지금은 유명해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 그라민뱅크다.

이때 리소비츠는 CNBC 본사의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현지 취재보조원을 채용하겠다고 제안을 하고, 허락을 받아 제작에 들어갔다. 때마침 당시 대통령 부인이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4시간 일정으로 방글라데시를 방문하고, 그라민뱅크를 방문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더 알찬 방송 리포트를 만들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CNN 시절, 같은 기자였던 동료 사례도 들었다. 종군기자의 전설로 꼽히는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CNN 특파원이다. 자신과 함께 일하던 현장기자(news writer) 출신으로 특파원으로서, 종군기자로서 대성했다고 설명했다. “그 친구도 자신의 운을 만든 사람이다”는 말과 함께.

약간은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린 강연이었다. 하지만 중견 기자로서 매너리즘에 빠진 요즘, 확실한 자극이 됐다. 같이 강연을 들었던 외국 기자 중 상당수가 “나는 내 운을 만들었다”는 말을 되뇌며 교실을 빠져나갔다. 우리 중 누가, 자신의 운을 만들어 낸 기자라고 자신할까.

이야기가 너무 고결한(?) 내용 위주로 흘러 재미 위주의 질문을 하나 던졌다. “만나본 기업가 중에 재밌는 사람은 누구였는가. 트럼프도 인터뷰했는가. 전임 대통령 때와는 달랐을 것 같다”는 질문이었다. “핵심은 뒤에 있군. 뭐 그리 강펀치 같은 질문을 하느냐”는 농담과 함께 답변을 시작했다.

내용은 이미지를 결정하는 억만장자들의 행동이었다. 우선 그는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과 만났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매우 똑똑하지만,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서 한다. 또한 그는 근검절약(thrifty)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다.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며, 그리 좋은 차도 타지 않았다. 우주여행 프로젝트까지 하는 리처드 브랜슨도 인터뷰 당시 구멍이 난 스웨터를 입고 나오더라.

하지만 트럼프는 철저히 돈이 많다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가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로 유명세를 타기 훨씬 전의 이야긴데, 트럼프의 카지노 리조트 사업에 대해 인터뷰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맨해튼 동부에서 헬기를 같이 타서 이동한 뒤 인터뷰를 하자고 답변이 왔다. 게다가 헬기장까지도 그는 리무진으로 왔다. 하지만 정작 인터뷰 질문에는 답을 잘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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