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크라이나라는 아름다운 독립 국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더 아름다운 독립 국가인 우크라이나에서 성장해가길 희망합니다.” 한국에 있는 올랴 쉐스타코바 씨(28)의 러시아 침공 규탄 연설이다.

기자는 3월 18일 저녁 6시 50분,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정동제일교회에 도착했다. 집회 장소인 교회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이었다.

집회를 주최한 ‘우크라이나 평화행동’ 관계자가 촛불과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를 나눠줬다. 이 모임은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한시적으로 만들었다.

▲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의 정동제일교회
▲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의 정동제일교회

자유 발언에서 우크라이나인 쉐스타코바 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전쟁 한 달 전인 1월, 한국에 도착했다. 미용용품 회사의 매니저. 우크라이나에서는 한국어를 전공했고 현지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교환학생으로 전에 한국에 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키이우 위성도시, 호스토멜에 사는 9살 사샤(Sashsa)의 사진을 보여줬다. 사샤는 가족과 함께 산다. 러시아군은 2월 24일 이후 호스토멜, 부차, 이르핀과 같은 도시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 사샤와 그의 가족은 전기도 없는 지하실에 갇혔다.

사샤 가족은 3월 4일 다른 도시로 대피하려고 했다. 차는 포격을 당해 사샤의 의붓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었고 사샤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 어머니 및 여동생과 함께 대피소로 몸을 숨겼다.

사샤의 친아버지가 사샤 가족과 했던 마지막 연락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사샤 가족을 찾아 병원으로 데려갔다. 사샤는 목숨을 구했지만, 팔을 치료하기에는 너무 늦어 절단했다.

쉐스타코바 씨는 “제가 말씀드린 건 한 가족의 일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런 일이 수천 번 넘게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 얘기 하나하나를 모두 들을 것이고 그 얘기 하나하나 모두를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인은 지금 어떤 활동을 하느냐고 기자가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주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평화 집회를 조직한다. 또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의약품을 직접 포장해 지원하고 있다.” 또 상황을 알리려고 인터뷰에 적극 응하고 모금 운동을 한다고 했다.

▲ 올랴 쉐스타코바 씨
▲ 올랴 쉐스타코바 씨

집회 현장에서 기자는 베레켓 알레마예후 씨를 만났다. 그가 일하는 매체(Pressenza)는 세계 24개 국에 지사를 두고 10개 언어로 보도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섹션을 만들어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는 사회활동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중이다.

그는 2014년부터 서울에 사는데, 에티오피아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사회 활동가이자 프리랜서 기자라고 소개했다. 매일 기사를 쓰지는 않지만 중요한 사건이 있으면 취재에 나선다고 했다.

알레마예후 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치적, 외교적 큰 실패이며 전쟁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인의 평화와 안녕을 바라며 그들과 연대하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반전 집회
▲ 우크라이나 반전 집회

자유 발언 다음은 평화를 위한 노래를 부르는 순서였다. 촛불을 열심히 흔들던 임현창 씨(23)는 친구와 함께 참여했다.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 반전 집회에 대한 글을 보고 왔다고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다가 참여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겁니다. 평화를 외치는 소리가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민 여러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학생 이형호 씨(25)는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왔다. 그는 광주전남학생행진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한다.

“아무래도 전쟁이라는 게 매우 극단적인 폭력이고 모든 민중에게 굉장히 절멸적인 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제 단순히 여러 가지 이념을 떠나서 모두가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집회는 저녁 8시 반쯤 끝났다. 참가자들은 사용했던 촛불과 앉았던 자리에서 나온 쓰레기를 정리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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