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보광동에는 가파른 언덕과 골목길이 많다. 오토바이와 버스가 좁은 길을 오고 간다. 어디든 유세 소리가 들렸다. 길 하나를 두고 빨간 옷과 파란 옷을 입은 운동원이 포스터를 들었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용산팀>은 보광로와 장문로 교차사거리에서 천병철 씨(64)를 3월 6일 만났다. 검은 외투 차림. 오래전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을 좋아했다. 이번에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경기도지사 시절의 성과가 있기 때문.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국정을 잘 운영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검찰총장으로 보면 좋은데, 대통령이 된다면 여러 분야를 아우를지 회의적이다. 천 씨는 대장동 의혹 같은 논란은 앞으로 더 파헤치면 된다며 이 후보가 낫다고 했다.

보광동에 오래 산다는 최대성 씨(39)는 거대 양당의 후보를 다 싫어한다. 누구를 뽑을지 결정했지만, 확신이 없어 투표장에 가야 알 것 같다고 한다. 자기주장을 밀어붙이기보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정답을 같이 만드는 대통령을 희망한다.

오산중 근처의 서점. 주인 강 모 씨(63)는 대선 정국을 어떻게 보냐는 물음에 반사적으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낙연 전 대표가 후보가 됐으면 여당이 쉽게 이겼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여당과 이 후보 모두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동산 공약을 ‘공산주의적 사고’에서 나온 결과로 간주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좋아했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 차선책으로 윤 후보를 지지한다. 누가 당선되든 자기 생활은 바뀌지 않으니 정치라도 바뀌길 바란다.

▲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운동원
▲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운동원

장문로 상점가에서 전기 기술자 진석규 씨(68)를 만났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좋아하지만, 사표가 될 수 있어 이재명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하지만 언론에 나온 모습을 보면 거짓말하는 것 같아고 했다. 사실 진 씨는 정치권 자체를 불신한다.

백발에 선글라스를 끼고 언덕길을 내려가던 최 모 씨(67). 미국에서 국제 정책을 공부했다. 나라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지도자가 없다고 생각해 국내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그는 한국이 당면한 문제를 정치권이 논의하지 않고, 후보 가정사만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 한탄스럽다. 양 진영에서 존중 없이 싸우는 모습도 싫어한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갈등을 봉합할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김혜자 씨(71)는 젊은 시절 교사였다. 퇴직해서 어머니를 보살피는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일방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서 불만이다. 신뢰할만한 나라를 소망하며 새로운 대통령은 우직하고 정당한 사람이었으면 한다.

박연중 씨(78)는 선거 유세를 유심히 지켜봤다. 사업하다가 은퇴한 국민의힘 열성 지지자. 보광동에 전라도 출신 주민이 많아 민주당 지지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들도 진영 논리를 떠나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인물과 집안이 깨끗해서 가장 마음에 들지만, 이재명 후보는 정직하지 않아서 싫어한다. 그는 지금이 정권 교체할 때라면서 취재 내내 열변을 토했다.

양헌식 씨(75)는 투표하기 전에 경제 분야 공약을 주의 깊게 본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게 느낀다. 요즘에는 기업이 해외에 많이 진출한다. 따라서 양 씨는 국내에 공장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국민이 비정규직 같은 노동 문제보다 기업의 경영 환경에 관심을 주면서 정치적 선택을 하길 바란다. 선거 결과가 잘못되면 경제적 양극화가 10년 이상 이어질까 우려한다.

한강공원에 갔다. 선글라스를 끼고 운동하던 김나연 씨(63)는 정치에 할 말이 없다면서도 말문을 조금씩 열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크게 관심이 없다. 대신 복지와 치안 수준이 향상되어 생활이 편해지기를 바란다.

복지 이야기를 하면서 청년의 일자리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그는 인공지능(AI) 시스템 확대가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킨다고 본다. 따라서 급변하는 사회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양보하는 세상을 원한다.

▲ 김금화 씨(왼쪽)가 인터뷰하는 모습
▲ 김금화 씨(왼쪽)가 인터뷰하는 모습

편의점 앞을 김금화 씨(57)가 지나갔다. 서른 넘은 아들이 둘 있다.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또래의 자녀가 있지만, 청첩장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청년이 편안히 사는 세상을 희망한다. 취업 연애 결혼 육아를 손쉽게 하도록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네에서 산책하던 채경석 씨(75)는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 역시 아파트 가격의 급등으로 월급 생활을 10년 해도 살기 힘든 청년의 미래를 걱정한다. 이들이 결혼을 거리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 정혁재 씨는 국민의힘 선거운동원이다.
▲ 정혁재 씨는 국민의힘 선거운동원이다.

한강공원에서 취재팀은 윤 후보를 뽑아달라며 운동하는 대학생 정혁재 씨(23)를 만났다. 보수 진영의 잘못으로 지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들의 과실이 많다고 생각한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이유다.

고깃집 근처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던 김 모 씨(26)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분이 그분이에요”라며 거대 양당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적했다. 사전투표를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는 자기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후보를 원한다. 성별로 갈라치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통령은 이런 문제에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보광동 주민 이야기
▲ 보광동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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