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의 <용산팀>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2동을 3월 4일 오전 10시 방문했다. 원효로2동 주민센터 방면의 ‘청심경로당’ 정류장에서 내려 원효로를 걸었다. 사전투표소(용산문화원)는 효창원로8길에 있다. 자전거가 다니기 위험할 만큼 가팔랐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주민, 지팡이를 짚은 노인을 부축하는 주민…. 투표소로 향하는 발길이 많았다. “오늘따라 아침에 왜 그렇게 사람이 많나 했네.”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신현숙 씨의 말이다. 그는 동네 주민이 아니지만 오후에 투표할 생각이다.

신 씨는 용산구에서 한강로동과 원효로2동의 빈부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용산역과 원효로2동 사이의 ‘용산 정비창 부지’는 오세훈 시장이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고 한다. 2020년 5월 발표한 수도권 공급주택 확대 계획에서 토지거래확대구역으로 선정됐다.

원효로2동은 다섯 번의 대선에서 1, 2위 득표 차이가 평균 1.30%p로 나왔다. 전국에서 가장 적다. 이유는 무엇일까. 투표장에서 나온 신종혁 씨(31)는 이렇게 말했다. “이 동네에 크게 잘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서울의 중심이기도 하고. 그래서 반반 아닐까요?”

신 씨는 직장인이다. 원효로2동에 1년째 산다. 원래 살던 곳과 직장 모두 서울. 독립하고 살 곳을 알아보다가 집값이 비교적 싸서 이곳에 자리 잡았다.

그는 후보 역량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독자 191만 명인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출연했을 때, 마음을 굳혔다. 코스피 5000시대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는 사람을 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망설이다가 윤 후보의 토론 모습이 바보 같았다고 표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를 했는데도 표심이 쏠리지 않을 것 같다고 본다.

▲ 효창원로의 리버힐 삼성아파트 
▲ 효창원로의 리버힐 삼성아파트 

효창원로8길을 오르니 놀이터와 벤치가 있는 평지가 나왔다.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오르막길이 다시 이어졌다. 그곳에 리버힐 삼성아파트가 있다. 14개 동, 20층짜리 단지.

벤치에서 도기락 씨(87)와 노인 2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취지를 설명하니 “응. 물어봐요”라고 답했다. 원효로2동의 민심을 묻자 “인심이 좋은 동네”라며 자판기 커피를 뽑아줬다.

“여기는 부촌이 없고 서민이 그냥 그렇게 사는데….” 도 씨는 리버힐아파트에 산다. 집으로 가는 길이 가팔라서 한번 내려오면 일과를 모두 마치고 귀가한다.

도 씨는 점심을 먹고 투표했다. 나이 든 세대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더니, 그는 자기 세대가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크다면서도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했다. 야당 후보는 국회의원도 안 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어수선할 것 같다고.

이어서 투표를 마친 신혜경 씨(54)를 만났다. 원래는 투표하지 않으려 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다. “마지못해 덜 나쁜 후보 찍었어요. 도저히 제 기준에서 용납이 안 되는 후보 빼고.”

초접전 이유를 물으니 ‘용산 화상경마장 사건’ 얘기를 했다. 원효로2동에 경마장이 2013년 들어섰다. 근처 성심여고의 학부모와 교사가 크게 반발했다.

투표장과 5분 거리 학교를 가리키며 신 씨는 “정말 치열하게 반대했다”고 회상했다. 두 딸 모두 성심여고에 다녔다. 학부모들이 1000일 넘게 당번을 서며 경마장 앞 텐트를 지켰다. 경마장은 결국 2017년 폐쇄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주민 편에서 애를 썼다고 한다. “이런 사건이 없었으면 이 동네가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을 텐데. 이후에는 좀 진보 쪽으로 바뀌었어요.”

투표장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원효로2동 주민센터가 있다. 건물 앞에서 양대한 씨(65)가 파란색 피켓을 들었다. 사전투표 일정과 함께 ‘경제일꾼’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그는 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회 소속이다. 용산구청에 처음 발령받고 이 동네에 30년 넘게 살았다.

그는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전까지 원효로2동에서 민주당이 더 우세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이나 LH 사건 때문에 민심이 바뀐 것 같다, 용산구에서 이촌동과 서빙고동은 보수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자신의 세대는 “한이 맺혔다”고 했다. 양 씨가 30대였을 때 호남 출신은 승진하기 어려웠다. “우리 나이는 아직 지역색이 있는데. 젊은이들은 많이 희석된 것 같아요.”

김황현 씨(53)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운영한다. 출장을 미루고 투표했다. 직원에게도 꼭 투표하라고 당부했다. 국민의 권리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가 나와도 무조건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20대 초반인 첫째 아들과 정치 얘기를 하다가 싸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시각이 달라서다. 그런데 TV토론을 보고 아들이 마음을 바꿨다. “아빠, 내가 윤석열보다는 똑똑할 것 같아요. 이랬다니까.”

아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10년 동안 지지했다. 이번 단일화로 크게 실망했다. “(아내가) 아주 뚜껑이 열렸지.” 그는 단일화를 매관매직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의 표가 적어질 것 같다고 예상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이기는 건 윤석열이가 이기지.”

서울지하철 1호선 용산역 근처에 전자제품 상가가 있다. 22개 동으로 국내 최대 규모. 원효로2동에서 가깝다. 전에는 청과물 시장이었다고 한다.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해 일부 주민이 떠났다. 그 후 보수적으로 바뀌었다고 김 씨는 생각한다.

원효로2동 주변을 걷다가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을 만났다. 용산지역위 청년위원회 안태홍 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을 취재팀에게 건넸다. 어느 선거운동원은 광주에서 선거운동을 마치고 서울에 왔다. 본투표 당일까지 용산에서 운동할 예정이다.

▲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
▲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

취재팀이 3월 4~5일, 원효로2동에서 만난 주민은 5명. 모두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주민은 없을까. 원효로19길을 걷다가 마트에 들어갔다.

주인 박종희 씨(77)는 연령대가 비슷한 손님과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사전투표를 했는지 물었더니 마음을 정했다며 조금 후에 투표하러 간다고 했다.

그는 원효로제2동에 20년 동안 살았다. 주민이 주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었더니 서로 쉬쉬해서 모른다고 했다. “난 1번이랑 2번도 그것도 모르네. 이재명이가 1번이야?” 박 씨는 학생들이 보기에 노인들이 답답하냐며 3월 9일까지 사전투표를 하는지 물었다.

마트에서 나와 골목에 갔더니 윤 후보 포스터를 붙인 차량이 있었다. 운전석 쪽으로 가니 장성욱 씨(60)가 창문을 내렸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후원회의 사무국장이다. 20대 청년 시절부터 보수 정당을 지지했다.

용산구에 산 지는 30년. 지금 집은 용산2가동이다. 선거운동원으로 오래 일해 용산구 민심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원효로2동이 초접전 지역이라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호남 출신 주민이 많아서 나온 얘기라고 한다.

용산구의원은 12명. 절반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리고 5석이 민주당, 1석이 정의당. 장 씨는 정의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고 했다.

장 씨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가기를 바란다. 선거가 끝나면 똑같은 국민이라며 후보가 상대 진영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제가 의원님한테도 말해요. 결국에는 대한민국 국민. 그렇기 때문에 편을 가를 수는 없어요.”

▲ 국민의힘 후원회의 장성욱 씨
▲ 국민의힘 후원회의 장성욱 씨

약국에 들어가 천성희 씨(80)를 만났다. 이 지역이 초접전인 이유를 물었다. 호남에서 올라온 주민이 많다며, 원래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함부로 말 못 해. (주민들이 동네에) 계시는 게 아니라 함부로 말했다가는 망신당할 정도지.”

그는 원효로2동에서 50년째 산다. 어느 후보에게 호감이 있는지 묻자, 천 씨는 반대로 취재팀에게 질문했다. “20대는 어디를 찍었으면 좋겠어?” 취재팀이 말을 아끼자 천 씨는 “무슨 고민이야!”라고 했다.

천 씨는 1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장동 사건을 보면서 이 후보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정권 교체를 해야 해. 지금 정권은 순수하기라도 하지. 더하면 더 할걸.” 

약국에서 나와 사전투표소 앞으로 갔다. 이은승 씨(80대)가 용산문화원에서 나왔다. 취재팀이 ‘선생님’이라고 세 번 부르자 뒤돌아봤다. 15년 전까지 원효로2동에 살았다. 지금은 강원도에서 요양 중이다.

이 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할 때가 가장 살기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 양반은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국가로 만들었잖아요.”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를 중요시해야 한다며 지금 정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에 호의적인 현 정부의 태도가 국방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한다.

이 씨가 살던 시절, 원효로2동은 보수적인 편이었다. 지금은 빈부 격차가 심해져서 그때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편하게 사는 사람, 어렵게 사는 사람이 한동네에 있잖아. 1번과 2번 막상막하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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