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낮 12시, <2030 중국 인식과 대선> 취재팀은 시민의 소리 패널단 단톡방에 3차 설문조사를 올렸다. 이번 설문조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보름쯤 앞두고, 대선 기간 언급된 중국 관련 이슈들에 대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실시했다.

취재팀은 대선주자의 발언이나 공약 가운데 중국과 관련된 여섯 개 이슈(수도권 사드배치, 주변국 중요도, 중국과의 외교 자세, 미세먼지 대응, 외국인 건강보험,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추려냈다.

설문지는 성별과 연령대를 묻는 문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관식으로 구성됐다. 각 문항별 질문에 대한 패널단의 이해를 돕기 위해 취재팀은 주요 대선주자(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의 발언이나 공약을 표로 간략하게 정리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선을 6일 앞둔 지난 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하며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이 점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3월 6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23명의 패널단이 참가했다. 20대 남성이 10명(4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남성이 9명(39%), 20대 여성 4명(17%)이 설문에 응했다.

수도권 사드 배치

▲ 수도권 사드 배치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 수도권 사드 배치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수도권 방어를 위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서 2030 청년들은 대북 도발 억제라는 군사안보 목적으로 우리 군의 방어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다만 사드를 추가 배치하였을 경우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한편, 증가하는 북한의 미사일(핵) 위협을 고려할 때 중국 눈치를 보지 말고 조속히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교원 씨(29·남)는 “북한의 증가하는 미사일(핵) 전력에 대비해 우리 군의 방어체계도 이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화돼야 한다”며 수도권 사드 배치에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사드 추가 배치 시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에 대해, “중국의 강압에 휘둘려 국가의 생존에 관련한 문제를 눈치를 보다가는 결국에는 모든 것을 내 주어야 할 것”이라며 자주성을 강조했다.

서지윤 씨(28·여)는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도를 고려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서 씨는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게 중국은 미우나 고우나 필요한 나라”라며, “군사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이익을 버릴 수 없다”고 언급했다. 고윤 씨(24·여) 또한 “사드 추가배치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안보효과가 존재하지만 중국 의존도가 큰 지금으로서는 실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현규 씨(32·남)는 “어차피 이미 2016년 사드가 배치되고 중국은 쓸 수 있는 경제적 압박 카드를 대부분 사용했기 때문에 더 이상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의 안보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 사드를 추가 배치해야 할 필요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한 이들도 있었다. 김재현 씨(27·남)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먼저 구축 한 후에 필요하면 사드를 추가로 배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구선모 씨(27·남)와 정민기 씨(27·남)는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주요 군사적 위협은 장사정포라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보다는 현재 개발 중인 LAMD(한국형 아이언돔) 조기배치가 더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변국 중요도

▲ 주변국 중요도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 주변국 중요도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주변국 정상회담 순서에 대한 주요 대선후보들의 입장에 대해, 2030 청년들은 한미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앞서 수도권 사드 배치 문제에서 중국과의 높은 경제적 의존도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던 서지윤 씨(28·여) 또한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중국이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긴 해도 현재로서는 한미 관계가 더 중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패널단은 대체로 북한이 우리 외교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낮은 대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미국 다음으로 우리가 중시해야 할 국가를 언급할 때, 패널단의 입장은 중국과 일본으로 갈렸다. 이현규 씨(32·남)는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국가 중에 제일 강하고 영향력 있는 중국”이라며 미국 다음으로 중국을 중요하게 꼽았다. 중국보다 일본을 중시한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박한슬 씨(33·남)는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적 수준에서 협력수준이 높아야 할 일본에 대한 외교가 모두 망가진 상황에서, 중국보다는 일본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안교원 씨(29·남)는 “과거에는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과 연대했었다면, 오늘날에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민기 씨(27·남)는 “최근과 같이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일-한을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고려해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중국과의 외교 자세

▲ 중국과의 외교 자세에 대한 질문과 올림픽/불법조업 문제에 관한 후보들의 발언
▲ 중국과의 외교 자세에 대한 질문과 올림픽/불법조업 문제에 관한 후보들의 발언

차기 대통령이 어떤 자세로 중국과 외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2030 청년들은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재현 씨(27·남)는 “편파판정이나 불법 조업과 같은 중국의 행패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했으며, 나정환 씨(31·남)는 “중국의 문화공정에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윤 씨(28·여) 또한 “명백히 국제사회에서도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중국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패널단은 중국에 할 말은 하되, 쓸데없이 중국을 자극해서 손해를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강태영 씨(28·남)는 “중국의 패권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행보는 분명 규탄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높은 경제적 의존도를 고려해 실리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안교원 씨(29·남)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우리의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일관된 행보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 주자들이 쏟아내고 있는 중국에 대한 자극적인 발언을 비판하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윤준식 씨(27·남)는 “이재명 후보의 중국 불법 어선 격침 발언은 경솔하며 인기영합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박한슬 씨(33·남)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발언에 대해 “스포츠 이벤트가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지닌다고 하나, 스포츠에서 발생한 편파 시비를 국가 간의 갈등으로 상향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필요한 비판을 내는 것과 국내 여론을 의식해 과잉된 반응을 내놓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미세먼지 문제

▲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2030 청년들은 대체로 국내 대기 질 저하의 원인이 중국발 미세먼지에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다수의 패널들이 중국에 대한 단순한 요구나 질책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한슬 씨(33·남)는 “대기오염이 자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방치하고 있는 중국에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리 없다며, 대기협정 등을 통해 같이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 말했다.

몇몇 이들은 중국과의 양자 간 협력을 넘어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정민기 씨(27·남)는 “대기협정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역내 국가들 간 다자주의적 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안교원 씨(29·남) 또한 “파리 협정,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같은 세계적인 협력의 틀에서 해결을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대선주자들 발언의 진정성에는 의문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다. 김세진 씨(28·여)는 “아무래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 사회 내에 만연한 반중 정서를 고려해 후보들이 이러한 발언을 내놓은 듯하다”며, “누구든 간에 당선 이후에 공약을 정말 실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구선모 씨(27·남) 또한 “한중관계의 악화가 미세먼지에 대한 성토로 표현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에서 패널단은 중국 국적 가입자들만 시혜를 보고 있는 현 상황은 불공정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입장으로 양분됐다.

김재현 씨(27·남)는 “유독 중국 국적 가입자에 대해서 적자를 감수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며, 외국인 때문에 자국민이 손해를 본다면 굳이 현행 체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한 박지윤 씨(32·남)는 “국내에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많이 생길 것 같다”며, “그 부담은 고스라니 우리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 말하며 외국인 건강보험 자격 요건 강화에 동의했다.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강태영 씨(28·남)는 “건강보험의 도입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할 유인을 제공하는 요소 중 하나이며, 이는 저출산인 한국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라 말했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포용적 태도를 강조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지윤 씨(28·여)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며 “불공정이라는 말을 아무데나 갖다 붙이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서 씨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점점 더 많아질 텐데 그에 맞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민기 씨(27·남)는 “한국은 한민족 국가라는 정체성에서 탈피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외국인에 대한 배척보다는 포용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부동산 거래

▲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질문과 후보별 입장

외국인 부동산 거래 문제에서 패널단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거래를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자국민과 비교했을 때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주장을 폈다. 직업 윤리상 익명을 요청한 아이디 미쉐리(25·여)는 “자국민에 대한 부동산 규제나 정책은 계속해서 쏟아지는데, 이에 비해 외국인에 대한 규제는 너무 부실하다”고 했다. 강동국 씨(30·남)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문제에서 외국인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부동산 거래 규제를 옹호하는 패널단 사이에서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국내 토지매입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세진 씨(35·남)는 “중국 자본에 국내 부동산이 잠식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했고, 박기범 씨(27·남) 또한 “외국인에 대한 토지 거래를 허용해 제주도가 이미 ‘중국 밭’이 된 전례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 거래에서 해당 국가와 상호주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나정환 씨(31·남)는 “중국에서는 외국인의 토지 소유가 불가능하지만, 중국인은 한국의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며 “이는 불합리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박한슬 씨(33·남) 또한 “일괄적인 허가제 방식보단, 해당 국가의 외국인 부동산 취득정책과 짝이 맞는 상호주의 방식의 규제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이현규 씨(32·남)는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제일”이라고 했으며, 정민기 씨(27·남) 또한 “자유국가에서 매매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안교원 씨(29·남)는 “외국인 투기세를 신설하는 것은 자칫 불합리한 차별이 될 수 있다”며 규제에 반대했다. 구선모 씨(27·남) 또한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외국인 투기세력은 자연히 물러날 것”이라며 규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친중과 반중 프레임 넘어서는 유연함 필요해

질문에 답한 패널들은 주로 2030 남성이기에 패널들의 인식이 청년 목소리를 온전히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세대가 중국 이슈들을 대하는 진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세대의 반중정서는 분명 실재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중국을 단순히 배척하자는 대안에 공감하지 않았다. 반중감정을 자극하는 여러 대선후보들의 인기영합적인 발언에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문제 같은 환경 이슈에서는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제시했다. 우리 사회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좀 더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3부에서는 중국을 향한 부정적 인식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으며, 어떤 점은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을 심층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사안에 따라서 서로 다른 후보들의 발언이나 정책에 공감하는 2030 패널들의 유연한 모습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세상을 더욱 유연하고 폭넓게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례 없는 접전이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2030 세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일이면 이번 대선의 승자가 가려질 것이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지 단순히 친중이냐 반중이냐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유연함과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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