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원효로2동은 지하철 1호선 용산역 3번 출구에서 10분 거리다. 출구에서 용산전자상가까지 이어진 통로를 지나서 길을 건너면 원효전자상가가 나온다. 원효로2동의 초입이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용산 3팀>이 3월 6일 오후 2시에 찾았을 때, 거리는 한산했다. 강풍을 동반한 영하의 날씨.

주택가로 가는 길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오인숙 씨(65세)를 만났다. 대선 취재 중이라는 말에 정치는 잘 모른다며 손사래 쳤다. 취재팀 명함에서 이화여대라는 글자를 보고 오 씨는 조카가 재학 중이라고 했다. 이어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 번의 법정 TV토론을 모두 봤다. 후보 태도가 선택에 영향을 줬다. 항상 인물만 보고 투표한다. 하자가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어차피 안 될 사람으로 봤다. 단일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인영 씨(40)는 학교 준비물을 사러 두 딸과 마트에 가는 중이었다. 국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만 끄덕이는 윤 후보를 뽑을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우리 아이들이 사는 미래에 최악이라고 생각해요.”

안 씨는 오래된 민주당 지지자다. 첫 투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뽑았다. 고등학교 교사의 영향이 컸다. 투표의 중요성과 노무현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배웠다고 한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방역 정책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유진 씨(51)와 최지혜 씨(23)는 장을 보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엄마는 장바구니를 들고 딸은 대파 한 묶음을 옆구리에 끼었다. 모녀는 생각이 다르다. 이 씨는 윤 후보 지지자. 정권을 교체해야 정치가 깨끗해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야당을 주로 뽑았다.

이 씨는 대선 후보 모두가 별로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놈이 그놈이에요.” 옆에서 딸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 씨는 이번이 첫 대선 투표. 이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학교 커뮤니티의 여론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여성 인권에 대해 무지한 2번보다는 1번이 낫다고 생각한다.

▲ 이유진 씨(왼쪽)와 최지혜 씨
▲ 이유진 씨(왼쪽)와 최지혜 씨

골목 어귀에서 만난 50대 부부는 윤 후보 지지자. 문재인 정부에 크게 실망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차기 대통령은 현 정부가 실패한 국민 통합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주택가에서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오르막길에 삼호정 터가 있다. 옛 여류시인의 시회(詩會)가 벌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산천동 마을 마당으로도 불린다. 3층 높이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정자와 운동기구가 있다. 바람이 매서워 산책하러 나온 주민을 찾기 힘들었다.

서진경 씨(69)는 정자에서 아파트 주민과 대화 중이었다. 혼자 사는 서 씨는 윤 후보가 참 안 됐다며 혀를 찼다. 자녀 없이 부인에만 의지하는 모습 때문. 전남 진도 출신으로 민주당 지지 집안이지만 이번은 2번이라고 했다.

▲ 서진경 씨
▲ 서진경 씨

권성희 씨(69)는 추운 날씨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귀가했다. 취재팀을 만나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오랜 국민의힘 지지자. 윤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민주당이 여당일 때 서민이 더 힘들다고 했다. 나이 든 사람이 급상승하는 전세금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를 따라 내려가면 용문전통시장 입구가 보인다. 점포는 111개. 천장이 없어 추웠다.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박성배 씨(43)는 중도 성향. 인물과 공약을 보고 투표한다. 윤 후보의 자영업자 지원 공약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다쳤는데 반창고 발라주는 것밖에 안 되죠.” 그는 똑같이 세금 내고 장사하는 사람이 형평성 있는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음 정부는 서민 좀 잘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석호 씨(64)는 건어물집을 20년째 운영한다. 취재팀이 지지 후보를 묻자 고민에 빠진 듯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답답해하며 누구를 뽑았냐고 되물었다.

김 씨는 후보의 도덕성을 보고 공약이 진실한지를 알려고 한다. 원효로2동이 초접전 지역이라고 취재팀이 말했더니 호남 출신이 많기 때문이라고 김 씨는 말했다. 부부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시장 출구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부정선거 이야기부터 꺼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허술한 관리가 불안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전투표 혼란으로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윤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저녁이 되자 원효로2동 주택가의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졌다. 그 사이로 약국 간판이 반짝였다. 이병난 씨(76)는 이곳에서 50년 가까이 약국을 운영했다.

색 바랜 약사 자격증부터 손때가 묻은 접수대까지.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이 씨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 “이재명 씨 욕설 문제나 막말 때문에 진짜 정떨어졌어.”

그는 동네 약국에 대한 지원이 부실하다고 했다. 마스크 대란이 있었던 코로나 19 초기에 정부의 말 바꾸기로 인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지원 기준도 불만. 현금 거래로 매출이 많은 가게가 지원받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약국 앞에서 만난 송마용 씨(65)는 토론에서 보여준 윤 후보의 태도가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처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는 윤 후보가 어퍼컷만 날리고 공약은 부실하다며 크게 웃었다. 이 후보는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처럼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해서 좋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웃기는 사람이고 기분 나쁘다고 했다. 안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이라며 배신자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 원효로2동 주민 이야기
▲ 원효로2동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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