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의 <용산 1팀>은 3월 3일 낮 12시, 04번 버스를 타고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의 남산 서울타워 정류장에 내렸다. 10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 나들이 시민이 많았다. 등산용 티셔츠와 운동화 차림의 중년 여성, 가볍게 뛰는 남성, 팔짱을 끼고 걷는 커플.

취재팀은 살짝 들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이날 오전 8시에 단일화를 선언했다. 시민의 마음이 궁금했다.

남산 타워 아래 팔각정으로 가려고 서울타워플라워에 들렀다가 대학생 임해성 씨(24)와 민채홍 씨(24)를 만났다. 누구를 뽑겠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안철수 후보라고 했다. 단일화 소식을 전했더니 짧게 말했다. “아 단일화했나요?”

그는 대선 토론을 보고 안 후보를 지지했다. 대화 방식이 가장 큰 이유였다. “상대방이 모른다고 뭐라고 하지 않고 알려주는 식으로 차분하게 대화를 하시더라.”

단일화 소식을 전하자 잠시 놀랐다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지지 후보가 사라졌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윤석열 후보를 뽑겠냐고 물었더니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임 씨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다. 5년이 지난 지금은 경제적으로 기울어졌다는 생각에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집값 문제가 심해진 거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 대통령이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취업은 자기 하기 나름이고,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열심히 살아도 집을 살 수 있는 여건이 안 주어지니까 이런 걸 해결해주면 좋겠어요.”

▲ 남산 타워
▲ 남산 타워

팔각정이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벤치에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황훈 씨(34)는 안철수 후보에게 표를 주려다가 단일화 소식을 들었다. 이 때문에 “마음이 허해서” 바람을 쐬러 나왔다고 했다.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이유는 다른 후보보다 진정성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됐으니 윤석열 후보를 뽑겠냐고 물었다. “일주일 동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중에서 고민한다. 둘 다, 부정적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후보와 배우자의 사생활 문제 때문. 대선 토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윤 씨가 되게 재밌더라고요. 대답하는 게 되게 창의적이에요. 생각지 못한 답을….”

▲ 팔각정이 있는 광장
▲ 팔각정이 있는 광장

아내와 산책을 나온 신 모 씨(75)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윤석열은 입에 담기도 싫어!” 이재명 후보를 뽑기로 이유는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검사는 자기 말이 즉 법이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 윽박지르는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돼.”

신 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시절 경험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검사 앞에 불려간 적이 있다고 했다. 윽박지르기만 하고 주눅이 들어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팔각정 아래 벤치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이성노 씨(66)가 이재명 후보를 뽑으려는 이유도 비슷하다. 이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윤 후보를 피하고자 한다. “그 사람(윤석열 후보)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좀…범죄에는 강하게 할 수는 있어도 다른 분야는 안 될 거 같아.”

한은규 씨(63))는 남산타워 1층 전광판 앞에서 뉴스를 봤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으나 정부의 갈라치기 행태에 실망해서 마음을 바꿨다. “20대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했으면 좋겠어요.”

▲ 서울타워플라자의 전광판 앞
▲ 서울타워플라자의 전광판 앞

용산구 후암동에 사는 윤병국 씨(59)도 비슷한 이유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로 내로남불을 꼬집었다.

“국정이 대통령 한 사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민주당이 ‘과거에 너희들(보수)은 더 큰 일을 많이 저질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에 대한 반성에는 소홀했다.” 문재인 정부가 5년의 국정 운영에서 잘한 점이 있지만 잘못 인정이 먼저라고 말했다.

윤 씨는 내로남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정권 교체라고 했다. “(현 정부가) 정권을 떠나서 좀 떨어져서 보면 ‘우리가 이때는 이걸 좀 잘못했구나’를 느끼고 반성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권 교체만으로는 대한민국이 살기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윤 씨는 대통령이 내 편, 네 편을 가르지 않고 인재를 요직에 두루두루 앉혀야 한다고 말했다.

▲ 윤병국 씨(60)의 뒷모습
▲ 윤병국 씨(60)의 뒷모습

올해 81세인 우병수 씨는 사회의 편 가르기가 어릴 때보다 심하다고 했다. “지금 (국민이) 편 갈라 있잖아. 옛날에 우리 어릴 때, 좌익 우익으로 나뉘었던 것보다 지금 더 한 거야. 그땐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는 정부가 국민을 양쪽으로 분열시켜 놓았다며 윤석열 후보로의 정권 교체를 희망했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말했다. 부정부패한 이들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아 절대 정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라가 바로 되려면 편을 갈라서는 안 된다. 갈등을 화합할 대통령이 필요하다.” 목소리를 높이다가 기침을 두세 번 했다. 우 씨는 너무 흥분한 것 같다며 취재팀에 사과했다.

▲ 취재원들의 한마디
▲ 취재원들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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