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의 <안양 C2팀>은 2월 27일~28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을 갔다. 주택가를 중심으로 주변 상가를 함께 돌면서 주민 51명을 만났다.

수도권 지하철 안양역 1번 출구에서 7분 정도 걸으면 안양로가 나온다. 안양4동에서 가장 큰 도로다. 여기를 중심으로 상가가, 그 뒤로 아파트와 다세대 연립 주택, 오피스텔 등 주택가가 보인다.

2월 27일 오후 1시 43분. 안양벽산 1차아파트 앞의 벽산 사거리는 대형 쇼핑몰과 병원, 식당이 밀집해서인지 오가는 시민이 많았다.

사거리 한쪽에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의 유세 차량이 보였다. 선거사무원 신영미 씨(55)는 유세 차량 앞에서 공약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선거운동을 했다. 빨간색 글자로 강조한 ‘1억원 지급’, ‘150만원 지급’이 눈에 띄었다.

신 씨는 “허경영 후보의 코로나 긴급생계지원금 공약이 서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앞날을 생각한 공약이 다른 후보에게서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돈이 필요한 신혼부부나 청년, 출산·육아 여성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신영미 씨(가운데)가 취재팀과 이야기하고 있다.
▲ 신영미 씨(가운데)가 취재팀과 이야기하고 있다.

맞은 편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선거 유세 차량이 있었다. 근처의 꽃 가게 앞을 50대 여성이 빗자루로 쓸었다. 주인 황 모 씨는 취재팀을 처음에 경계하다가 유세 차량의 노래가 너무 커서 목소리가 안 들린다며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이름을 물었더니 그는 “여기 꽃가게 주인이라고 하면 다 알아. 여기서 30년 넘게 일했어”라며 손을 저었다. 안양4동에서 30년 넘게 사는 토박이.

대선에서 누구를 뽑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후보의 부정적인 언행과 과거 행적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제일 깨끗한 사람을 뽑고 싶은데 안 좋은 사건이 계속 터지고. 후보들이 거기서 거기, 다들 나쁜 짓을 했어.”

대로변을 지나 주택가로 향했더니 삼덕공원이 나왔다. 원형광장은 코로나 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PCR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 놀이터는 어린이와 강아지가 많아 붐볐다.

벤치에서 남성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40대 후반 박형두 씨는 어떤 후보로 결정했냐는 질문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라고 답했다.

이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박 씨가 다니는 회사가 경기도의 입찰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전에는 특정 기업에 몰아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후보가 도지사가 되고 나서는 기회를 공정하게 줬다고 한다.

박 씨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진전과 후퇴의 갈림길이라고 표현했다. “잘만 찍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데, 잘못하면 과거로 더 떨어져 우리나라 위상이 많이 안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옆에 있던 탁 모 씨(70)는 화장실에 간 아내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취재팀 질문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후보의 인성 문제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뽑을 만한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뽑으면 뽑는 거지.” 그는 윤리적, 도덕적으로 따르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 지도자답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기준을 충족하는 후보가 없다고 본다.

전에도 일부 후보에게 문제가 있었지만 자녀를 포함한 가족의 경우였다. 이번에는 후보 자신의 윤리에 문제가 크다는 게 차이점이다.

그래서인지 탁 씨는 다음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문제 되는 사람이 무슨 문제를 해결하겠나.” 대통령이 아닌 제3의 인물이나 다음 대선에 당선될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공원 옆에는 수암천이 흐른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주민이 많았다. 전업주부 김희자 씨(46)도 자신의 자녀 둘, 그리고 자영업을 하는 지인의 자녀 둘을 데리고 나왔다.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앞서가는 정책.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투표할 자신은 없지만 허경영 후보가 제일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허 후보의) 출산장려금 5000만 원 공약이 몇 년 전부터 있었는데 최근 지방 같은 경우 출산하면 지자체에서 몇천만 원을 주기도 하잖아요.”

김 씨는 육아와 교육 정책에 관심이 많다. 당선인에게 가장 바라는 점으로 실질적인 공교육 지원을 꼽았다. “방과후 수업은 정원이 있고 태권도 같이 사교육으로 배워야 하는 것도 많아요.”

특히 맞벌이 가정을 위한 돌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씨는 맞벌이 학부모가 자녀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함께 있던 지인의 자녀도 부모가 맞벌이라 김 씨가 봐주던 중이었다.

▲ 김희자 씨와 자녀
▲ 김희자 씨와 자녀

공원과 가까운 다세대 주택가. 여성이 작은 수레를 끌다가 신축 빌라 앞에 멈췄다. 전봇대 아래 쌓인 쓰레기 더미를 뒤적였다. 송정경 씨(49). 동네를 돌며 폐지,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수집해 고물상에 파는 일을 한다. 5년 전 직장을 잃은 다음부터다.

송 씨는 물가가 많이 올라 생활이 빠듯해졌다고 했다. 재활용품을 많이 가져가도 고물상에서 ‘커트’한단다. 남편도 실직 상태. 이렇게 하루 1000원, 2000원이라도 벌면 보험료나 전기료에 보태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하다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 처음에는 이재명 후보가 말을 잘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공약이 현실성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윤석열은 실현 가능한 공약을 한다. 서민 마음에 와닿게 말을 하고 진실성이 있는 것 같다.” 가족도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송정경 씨(오른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 송정경 씨(오른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취재팀은 2월 28일, 오전 10시 11분, 다세대 주택가를 다시 찾았다. 안양4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서 건재상을 하는 68세 여성을 만났다. 윤석열 후보 지지자. “정권교체를 해야지. 노인네들은 다 그럴 거야.”

그는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잘 안돼 임대료를 못 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후 9시까지 가게 문을 닫는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상공인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새 대통령이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김정숙 씨(52)는 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마치고 나오던 중이었다. 경기 양평군에 살다가 하루 전에 이사 왔다.

대통령의 필수 자질이 행정 능력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재명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이 후보가 성남에서 경험이 많아 잘할 것”이라면서 경기도에서 자녀 둘을 키우는 동안 교복 지원, 급식 혜택, 모바일 농협 상품권 등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의 도덕성 논란을 유튜브에서 직접 팩트체크했다. “음주운전 빼고는 개인적인 전과가 없다. 다 일하다가 생긴 것이다. 윤리 논란은 아닌 걸로.”

형수 욕설에 대해서는 “만약 우리 오빠가 우리 엄마한테 그랬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런 걸 생각하면) 욕설 논란은 가정사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주택가와 시장 골목을 지나 대로로 나왔다. 올리브영 안양사거리점에 이르자 어느 청년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얘기를 나눌 수 있냐고 했더니 경계했다.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했다.

유 모 씨(23)는 성별이나 세대로 갈라져 분열하고 갈등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도 남자 여자 갈라져 서로 싫어하는 애들이 있었다며,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을 싫어하고 노인을 싫어하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의 하나로 인품을 꼽았다. 유 씨는 이재명 후보의 녹취록을 듣고, 인품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후보가 당선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질 예정이다. 그렇다고 윤 후보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유 씨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 바란다.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한국의 외교 안보 정책이 더욱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보관도 대통령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삼덕공원 놀이터에서는 자녀 둘을 데리고 나온 40대 남성을 만났다. 실명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어디에서 나왔냐. 고생한다”며 관심을 보였다.

지지 정당을 물었더니 예전부터 노동당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노동당 이백윤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정책 면에서 노동당은 기존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모습이 덜한 것 같다고 본다.

무엇을 대통령의 자격이라고 생각할까. 그는 공약 이행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라면 자기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 안양4동 주민들의 이야기
▲ 안양4동 주민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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