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반중, 단순화된 여론조사의 맥락을 찾는 청년과의 대화

 

2030 중국 인식과 대선 기획 : 프롤로그

제20대 대선 판에 청년은 반중이란 프레임이 등장했다. 윤석열 후보 발언(“한국 청년들 대부분 중국 싫어해”(21.12.28))이 계기였다. 이 발언이 나온 근거는 여론조사였다. 한국 청년이 중국에 갖는 호감도가 5점 만점에 2.14점으로 일본보다 낮다(2018년 한·중·일 20대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 이후, 여론조사를 근거로 청년이 중국을 싫어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대선후보들도 청년표심을 의식해 중국을 향한 강경발언을 앞세웠다. “중국 불법 어선을 폭파하겠다”(이재명), “중국인이 외국인 건강보험에 숟가락 얹는다”(윤석열). 언론이 여론조사로 청년 민의를 단순화하니, 정치가 내놓는 정책도 단순해졌다. 실현가능성 등을 숙고하지 않은 페이스북 공약 발표가 일상이 됐다. 

청년은 반중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청년 목소리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가. 스토리오브서울(Story Of Seoul) 시민의 소리 ‘2030 중국 인식과 대선팀’이 기사를 기획하며 던진 첫 질문이다. 대선팀은 여론조사 결과로 청년 목소리를 단순화 하는 반중 프레임이 불편했다. 기존 여론조사는 청년이 반중정서를 왜 갖게 됐는지 그 배경과 근본 이유는 보여주지 못했다. 호감/비호감 등 선호나, 일부 문항을 선택하도록 하는 객관식에선 청년들이 반중정서를 갖게 된 근본 이유를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30 중국 인식과 대선, 청년에게 듣다>

1부: 여러분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2부: 대선후보 중국 정책 얼마나 공감하나요
3부: 반중감정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나요 

‘2030 중국 인식과 대선팀’은 여론조사론 알 수 없는, 청년세대가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 맥락을 복원하고자 한다. <2030 중국 인식과 대선> 기획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문화, 중국인, 환경 등에 걸쳐 청년세대가 중국에 갖는 반중감정이 생긴 근본 원인과 배경 등을 기록했다. 2부에선 수도권 사드배치, 주변국 정상회담 순서, 대중 저자세 외교, 미세먼지 대응 등을 두고 대선후보가 중국에 취하는 입장에 대해 청년세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했다. 마지막 3부에선 중국을 향한 부정적 인식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으며, 어디서부터 경계해야 하는지 등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의 마지노선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한중관계에 대한 청년들이 심층 토론 내용을 제시한다.

시민참여는 한 나라 민주주의 정치의 질을 좌우한다. 그래서 언론과 정치는 시민이 가진 생각을 경청하고 결집하는 공론과정에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론과정을 대체하면 특히 정치의 주변부에 있는 청년의 목소리는 온전히 정치에 반영되기 어렵다. 스토리오브서울은 이 기획이 청년세대의 중국 인식이 어떠한 배경을 갖고 있는 지를 드러내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1부 청년에게 듣다 ① : 여러분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독재, 거대감시국가, 막무가내, 내로남불, 거대국가, 미세먼지, 문화공정, 역사편입, 인권탄압, 뻔뻔함, 세계의 공장, 세계 패권 도전세력, 공산당, 공자학교, 인민대회, 문화대혁명, 홍위병,핑핑핑 등이 생각납니다.”(김세진, 35)

지난 2월 19일, 취재팀이 시민의 소리 패널단 단톡방에 올린 질문 “여러분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나요?”에 대한 첫 답변이었다. 

시민의 소리 패널단은 80명의 청년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나이는 20세부터 35세까지 다양하다. 27-28세가 각 14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한다. 직업별로는 대학(원)생이 50명으로 62.5%를, 직장인이 약 16%를 차지한다. 이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이름 대신 닉네임을 사용한다. 보다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서다.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패널은 23명으로 20대 남성이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 남성이 4명, 신원미상이 3명, 20대 여성 2명이 답했다. 

본격적인 토론이 이루어진 시각은 밤 10시 28분부터였다. 직업 윤리상 익명을 요청한 아이디 드워프(29)의 중국 행태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밤 11시 23분 장호림 씨(27), 밤 11시 50분 정재욱 씨(26) 등이 장문의 글을 남겼다. 다음 날인 2월 20일 새벽 2시 경에 추가로 세 명의 답변이 있었다. 자유로운 토론은 다음 날 20일 자정까지 진행했다. 

▲ 2월 19일 오후 3시, 패널단에 '2030 중국 인식과 대선' 첫 질문을 올렸다.
▲ 2월 19일 오후 3시, 패널단에 '2030 중국 인식과 대선' 첫 질문을 올렸다.

청년세대 반중정서는 실재한다

청년 패널단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기존 여론조사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2년 1월 한국 리서치에서 시행한 주변국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20대와 30대는 각각 88%와 84%였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서 중국이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65%, 64%로 2030 반중 정서가 다른 세대에 비해 높았다. 스토리오브서울 토론단도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패널단이 반중정서를 갖게 된 이유로 언급한 사례들도 상당 부분 기존 설문조사 결과와 겹쳤다. 2021년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 ‘사드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행동’이 65%로 가장 높았다.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43.8%) ‘일당 지배 체제’(31.9%), ‘중국 정치 지도자 언행에 대한 비호감’(25.6%)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이유들을 패널단도 중국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청년들이 반중정서를 갖게 된 이유와 배경을 알 수 없었다. 청년이 중국에 비호감을 갖는다는 사실만 나올 뿐 비호감이 형성된 맥락과 특성을 알기 어려웠다. 취재팀은 패널단과 토론을 이어가며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반중의식의 맥락과 실체를 파악하는 일에 집중했다.  

2017 촛불 들며 성숙해진 청년세대 민주주의 ... 반중감정 계기되다

중국에 반감을 가질만한 요소는 오래전부터 계속 존재해왔다. 조선시대엔 중화사상이 한반도의 질서였고, 이후 2000년대에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와 발해사를 왜곡하려 했다. 2010년대 들어선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국민들에게 실질적 피해를 줬고, 2020년대엔 코로나19 발발, 서해불법조업, 한복, 김치를 자신의 것이라 하는 중국의 문화침탈 등 중국과의 갈등 요소는 지금도 지속한다. 물론 이러한 사건들이 청년세대 반중정서에 영향을 준 면이 있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청년세대 반중정서를 중국과의 갈등 요소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엔 미흡한 점이 있다.

의식이 존재를 결정하듯, 청년세대 반중정서의 뿌리도 청년세대의 변화한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청년세대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촛불을 들며 민주주의를 외친 세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호를 광화문 광장에서 외치며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권리의 중요성을 실감한 세대다. 이러한 청년세대에게 자신과 가족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미세먼지 문제에 책임을 회피하고, 한복, 김치 등 전통을 침탈하려하며, 홍콩과 신장 위구르 등에서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중국의 반민주적 행태는 반중감정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패널들은 반민주주의, 홍콩 신장 위구르 인권침해, 독재질서, 주권국가, 중국 공산당 등의 용어를 쓰며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중국에 부정적 정서를 드러냈다. 박기범 씨(27)는 “중국은 홍콩이나 대만과 같이 민주주의 체제가 확립한 지역을 상대로 물리력을 동원해서 (청년들은) 중국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오랜 항쟁 끝에 자유민주주의를 되찾은 국가이기에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중국 당국과 시진핑 지도부에 더욱 부정적”이라고 했다. 안교원 씨(29)는 “여러 차례 민주화 운동과 2017년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주의 의식과 권리의식이 만개한 2030세대에 있어서는 더더욱 중국보다 미국을 선택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에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얕잡아 보기도, 두렵기도 한 중국

“중국은 맘에 안 드는데, 실제로 무서운 느낌”(강태영, 28) 패널들이 중국에 갖는 반중정서는 양가적이었다. 문화적으로 후진적인 중국을 얕잡아보면서도, 군사와 안보 그리고 경제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중국에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었다. 패널들이 중국을 얕잡아보는 계기는 주로 중국 네티즌의 행태였다. “일부 중국 네티즌의 국수주의적 행태가 한국인과 충돌을 만들고 감정을 상하게 한다”(아이디 드워프, 29)는 발언이 나왔다. 패널들은 독재질서를 옹호하거나 국수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중국 네티즌들이 네티켓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중국 네티즌의 태도는 최근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이 “푸틴을 응원한다”, “우리도 대만을 공격하자”는 등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글을 남기거나, “우크라이나 미녀들만 골라서 받아주자” 등 우크라이나를 조롱하는 듯한 댓글을 달고 있다. 이러한 중국 네티즌 행태는 청년들이 중국을 얕잡아 보는 감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 당국에서도 네티즌 발언이 반중정서를 부추길 수 있다며, 네티즌들이 이런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패널들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나 경제와 안보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가 우리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이는 사드배치 이후 한한령, 2019 일본 수출 규제 그리고 2021 요소수 사태 등과 같은 경제적 보복의 피해를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안보에서 중국과의 힘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배척하는 행위를 경계했는데 “중국에 당당하면 된다거나 강대국 앞에서 어찌하겠느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기억하자”(아이디 오리온, 신원미상, 신상 공개하지 않아 카톡방 아이디로 표기)며, 중국과의 외교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대사질환이나 불치병에 비유하기도 했다. 

▲ 시민의 소리 2030 중국 인식과 대선팀 카카오톡 대화 본 뜬 그림.
▲ 시민의 소리 2030 중국 인식과 대선팀 카카오톡 대화 본 뜬 그림.

타이완 넘버원과 짱깨... 중국과 중국인은 다르다

타이완 넘버원과 짱깨. 이 두 단어의 공통점은 혐오발언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패널단에서 이 두 단어에 대한 태도는 같지 않았다. 타이완 넘버원의 경우 공개적 사용에 대해 찬반이 갈렸지만, 짱깨는 대체로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이유는 이 두 단어가 지목하는 대상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타이완 넘버원(Tiwan no.1)은 중화사상의 영문명 차이나 넘버원(China no.1)을 비판하기 위한 용어로 인터넷 방송인이 온라인 게임을 중계하다가 대만을 옹호하기 위해 쓰면서 알려진 말이다. 즉 타이완 넘버원은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대만 독립을 저해하는 중국을 겨냥한다. 반면 짱깨는 중국인을 향한 혐오의 정서가 담겨있는 단어다. 즉 패널들은 중국인 혐오를 야기하는 짱깨는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중국의 정치체제를 겨냥한 타이완 넘버원은 단순히 혐오단어로 취급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패널들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패널들은 중국인들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홍수민 씨(26)는 자신이 중국인을 만났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중국 정부는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지만 중국인은 좋은 사람도 꽤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교원 씨(29)는 “조선족 등 중국인들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친한국적인 태도를 갖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 동포가 한국에 대한 반발심으로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조선족이나 화교출신 등장인물을 마약거래나 성범죄 등에 연루된 것처럼 그리는 한국 영화의 문제를 말하며 이러한 미디어의 영향으로 반중정서가 생긴 거 같다”(박기범, 27)고 말했다. 

청년세대 반중정서 실체와 동떨어진 대선 후보 공약

질문에 답한 패널들은 주로 2030 남성이기에 패널들의 중국인식이 청년 목소리를 온전히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패널단 대화에서 청년세대 반중정서가 실재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여론조사에선 알기 어려운 반중 정서의 맥락과 특성 또한 알 수 있었다. 2017 촛불시위를 경험한 청년세대는 중국의 반민주적 행태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중국 네티즌 때문에 중국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됐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경제, 안보 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국을 단순히 배척하자는 대안에 청년들은 공감하지 않았다.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구별된 태도로 조선족 등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비하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이 유효하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의 중국 관련 발언과 공약은 2030 반중 정서 실체를 고려하지 않은 대안이다. 앞서 프롤로그에 언급했듯, 후보들은 “중국 불법 어선을 폭파하겠다”(이재명), “중국인이 외국인 건강보험에 숟가락 얻는다”(윤석열), “수도권 사드배치 찬성(윤석열)” 등 반중정서에 부합하는 발언으로 표를 얻으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후보의 발언이 청년세대 득표로 이어질 지는 회의적이다. 중국 때문에 발생한 피해에 민감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중국에 두려움을 갖는 청년들이 요구하는 건 강경대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을 고려해 중국인에 주던 혜택을 축소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중국인에 반감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섬세한 대안 없는 정책에 청년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2부에서 대선후보 정책과 발언을 청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대선 후보의 안보관 차이가 쟁점이 되고 있다. 러시아에 침공 당하는 우크라이나를 보며 힘을 통한 평화가 필요하다는 윤석열 후보와 애초에 전쟁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평화체제 유지를 주장하는 이재명 후보의 논쟁이 이어졌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우크라이나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한반도는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은 청년세대 반중정서의 단편적이지 않은 맥락을 고려해 어떻게 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지 거시적인 맥락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안보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 또한 미중 사이에서 문제를 겪을 수 있기에 다른 분야에서의 종합적인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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