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 <수원 C1팀>은 2월 27일 오후 1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을 찾았다. 수도권 지하철 화서역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서호공원, 왼쪽에 다세대 주택가가 있다.

맑게 갠 하늘과 영상 10도 안팎의 포근한 날씨. 시민들은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집 밖에 나와 2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냈다. 취재팀은 이날 아파트 단지, 공원, 골목길, 카페를 돌아다니며 민심을 살폈다. 유권자 30명이 취재에 응했다.

화서역 4번 출구에서 건너편에 보이는 화서주공4단지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폐지를 정리하던 권영자 씨(85)를 만났다. 그는 운동 겸 소일거리로 폐지를 줍는다고 했다.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냐고 묻자 곧바로 “1번”이라고 답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는 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 권영자 씨(왼쪽)가 이야기하는 모습
▲ 권영자 씨(왼쪽)가 이야기하는 모습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나가는 황도현 군이 보였다.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 드론 관련 회사에 입사한다. 빨리 돈을 벌어서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다. 만 19세가 아니라 투표할 수 없지만 기회가 되면 정권 교체를 위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다.

주민은 취재에 쉽게 응하지 않았다. 주거 단지에서 말을 거는 취재팀을 경계했다. 손자와 손을 잡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정치에 관심 없어서 모른다”며 길을 건넜다.

단지 주차장에서 어느 남성이 차 문을 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택시 기사 서종상 씨(60). 잠시 일을 멈추고 아내와 함께 나갈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화서1동이 역대 대선의 순위를 거의 맞춘 족집게 지역이라고 하니 “여기가요?”하며 흥미로워했다.

그는 20년 넘게 화서1동에 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대통령감이 없다면서도 윤 후보보다는 이 후보가 낫다고 했다. TV 토론에 나온 윤 후보 발언에 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일본 자위대의 한국 진입을 언급했다.

서 씨가 택시 일을 하면서 만난 시민 대부분도 “이재명이 그 와중에 낫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보수파 지역에서는 윤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만만치 않다며 “까봐야 안다”고 말했다.

잠시 뒤, 아내가 뒷좌석에 탔다. 빨리 가자고 재촉했지만 서 씨는 질문에 흔쾌히 답했다. 이름과 나이를 알려주고 “고생해요”라고 말하면서 운전석에 탔다. “뭐 그런 걸 알려주냐”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단지를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갔다. 카페, 과일가게, 빨래방, 마트 등 상점이 많았다. 연립주택 앞에서 윤 모 씨(71)를 만났다. 오른팔에 깁스를 했다. 그는 “당연히 윤석열이가 돼야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유를 묻자 “지금 정치 잘했어?”라고 되물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젊은 사람들 지금 집 살 수 있어? 평생 월급 타도 집 못 사, 이런 상태면. 이게 지도자가 정책을 잘못해서 그런 거 아니여.”

윤 씨는 55세에 대기업에서 정년퇴직했다. 지금은 아파트 관리소장. 열심히 일 한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가 공정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주면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원칙인 나라가 사회주의가 돼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라가 잘되려면 기업이 잘 돼야 해.” 일자리 문제를 말할 때는 왼손으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흥분했다. 그러면서 생산성이 없는 일자리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파란색 장바구니를 들은 김남규 씨(50)와 마주쳤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어려운 정치 용어보다는 서민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안 되면 안 된다, 되면 되게 하겠다.” 확실하게 말하는 모습도 긍정적으로 본다.

그는 한때 상담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운송업에 종사한다. 거래처에서 만난 직원 역시 이 후보를 좋아한다고 한다.

친구는 팔달구청 공무원이다. 직원을 피곤하게 해서 이재명 후보를 싫어한다고 한다. 김 씨는 이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을 미루지 않고 즉각 처리하는 모습은 국민 입장에서 환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여대야소에서도 개혁의 큰 시너지를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당은 국민의당을 지지하지만, 투표할 때는 국민 앞에 자신을 낮출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 수원시 우드 볼 연합 회원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 수원시 우드 볼 연합 회원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

바람이 거셌지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공원으로 향하는 주민이 많았다. 그들을 따라 공원까지 걸었다. ‘수원시 우드 볼 연합회’라고 적힌 천막이 보였다. 우드 볼은 게이트볼과 골프를 합친 형태의 구기 종목.

이 모 씨(63)를 비롯한 60대 여성 5명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목소리는 같았다.

천막 가장 안쪽의 여성은 당선 전의 기대와 달라서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들도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자기들이 아팠다며. 아팠으면 남한테는 베풀었어야지. 그게 아니잖아.”

이들은 젊은 세대를 위해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의 친구는 작은 카페를 운영한다. 코로나 19가 유행하기 전에는 하루에 30만 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5만~7만 원을 번다. 이 씨는 재난지원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도록 상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택가 카페에서 강민수 씨(30)를 만났다. 물류업에 종사한다. 현 정부와의 연속성을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지난 5년을 대체로 호평했지만 주거 정책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평생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현실은 그에게 심각한 문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집 없이 월세로 평생을 사는 일본 청년 이야기를 꺼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는지 묻자 큰 기대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비리 없이 그냥 별 탈 없이 넘어가도 잘했다고 봐야죠. 솔직히 많은 기대를 못 하겠어요.”

카페 안이 떠들썩했다. 이주미 씨(37)의 두 아이가 장난감을 만지며 떠든다. 그의 이모(60대)는 두 거대양당이 모두 똑같다고 느낀다.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어차피 위로 올라가면 다 똑같아진다, 그렇지 않으냐고 취재팀에 동의를 구했다.

대통령의 자질을 묻자 이재명 후보의 이름을 꺼냈다. 경기 용인에서 화서1동으로 3년 전에 이사 왔다. 용인에 살던 시절, 가까운 성남시의 이 후보 이야기를 자주 접했다. 도지사 선거에서도 지지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의 슬로건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을 두고 “윤석열을 언제 국민이 키웠어? 자기가 여기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국민이 윤석열을 키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이 키웠다고 하려면 국민 말을 듣고 소통해야 한다면서 핏대를 세웠다.

이모의 말을 듣던 이 씨는 화서1동이 정말 족집게 지역인지 물었다. 그의 부모는 40년 넘게 화서1동에 살았다. 아버지가 투표한 후보 대부분이 대통령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씨는 원래 정치와 투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 영향으로 몇 년 전부터 투표에 꼬박꼬박 참여한다. 아버지가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편이다. 아버지가 지지하는 후보를 물었다. 윤석열 후보라고 이 씨는 말했다.

남동생도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유를 묻자 “(동생이) 다 얘기했었는데 애들(육아) 때문에 흘려들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 씨는 복지정책의 확충을 바란다. 아이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환경을 원한다. 또 주부가 편하게 일할 환경을 기대했다. 지금은 쉬는 중이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일을 알아볼 계획이다.

“여자들이 (일어)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특히 주부들은요. 애들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긴다고 해도 걱정이 되잖아요. 마음 놓고 일할 수도 없고.”

주택가 깊숙한 곳까지 걸었다. 주민들은 집에 가느라 바쁘다며 인터뷰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집에서 막 나온 홍순희 씨(74)와 마주쳤다. 화서1동에서 40년을 살았다.

홍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4번 연속으로 결과를 맞혔다. 지난 대선은 빗나갔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다. 다가오는 투표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다.

젊은 시절부터 늘 여당보다 야당을 좋아하는 반골이었다고 말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의 야당(보수) 성향에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하게 비판했다. 홍 씨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은 사기 치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다.

다른 카페 앞에서 최인아 씨(25)를 만났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한다. 관심사를 묻자 망설임 없이 여성 인권이라고 답했다. 낮은 지지율이 걱정되지 않는지 물었다. “그래도 제가 뽑아야 나중에라도 바뀌는 게 있지 않을까요?” 작은 표심이 모여 뭔가를 바꾼다고 그는 믿는다.

▲ 화서1동 주민 목소리
▲ 화서1동 주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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