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레기야. 나는 투표 안 할 거예요.”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화서시장 근처 편의점. 백 모 점장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수원 B2팀>이 2월 20일 오후 3시 방문했을 때, 그는 계산대에 있었다. 60대 초반. 편의점을 10년 넘게 운영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책임감을 갖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분 정도 지나자 탁수환 씨(67)가 들어왔다. 지폐를 내밀며 담배 2갑을 달라고 했다. 계산을 끝내고 편의점 안에 있다가 취재팀에게 관심을 보였다.

현 정부 이야기가 나오자 탁 씨가 끼어들었다. “이놈들이 나쁜 놈들이야. 정치하는 놈들은 서민들 등쳐먹으려고 하고. 진짜 너무하는 거야. 이번에 다 바꿔야 해요.”

그는 “이번 정권에서 한 일이 뭐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씨가 그런 이야기는 아니라며 제지했다. 탁 씨는 개의치 않았다. “공수처도 이룬 거 하나 없고, 매번 돈만 쏟아붓고. 지들 돈 아니라고 말이야.”

탁 씨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투표한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꼭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백 씨는 “나도 지금 정부 싫지만 국민의힘도 개판이에요”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3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커피 마시죠?” 백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믹스커피를 탔다.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기자 이름을 듣고 탁 씨가 농담을 건넸다. “이 씨? 이재명 뽑는 거 아니야?”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자 백 씨가 말했다. “대통령은 최고 우두머리 공무원이에요. 나는 투표 안 할 거지만 이거 꼭 기억해야 해.”

취재팀은 2월 23일 오후 1시에 화서1동을 다시 갔다. 화서시장 입구에서 나와 왼쪽으로 5분 정도 걸었다.

지나가는 시민에게 말을 걸었다. “외국인이라 투표권이 없어요.” “(작업복을 가리키며) 보다시피 일하다 나와서 바빠요.” “집에 아기가 있어요.” 취재를 거절하는 이유가 다양했다.

▲ 화서오거리
▲ 화서오거리

이 모 씨(45·여성)는 화서오거리에서 편의점을 17년째 운영한다. 상호를 기사에 쓰지 말도록 부탁했다. 그는 화서1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투표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며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저는 잘 몰라요. 남자들이나 관심 많지.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니까. 누가 되든 나한테 해롭지만 않으면 되죠.”

이 씨는 지인이 괜찮다는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주변 의견은 1번과 2번으로 반반씩 나뉜다. “아이 아빠는 윤석열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말해요. 그런데 또 (윤 후보가) 바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재명은 노동자를 보호할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자신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점주를 보호하는 법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월급 안 준다고 신고하면 저희는 끝이잖아요. 그런데 알바생이 대충 일하면 점주는 책임을 물을 수가 없죠.”

같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온 서상원 씨(66)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서도 정권을 바꾸기 위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기사에 실어도 되냐고 묻자 “이미 모두가 아는 내용 아닌가? 내 주변 사람 모두 민주당 욕해”라고 말하고 떠났다.

우금철 씨(39)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화서1동에서 7년 살았다. 가족과 달리 그는 계속 보수정당을 찍었다. “후보가 완전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닌데 정권교체가 필요해요.” 윤 후보가 근소하게 이길 것 같다고 예측했다.

▲ 주민 이야기
▲ 주민 이야기

오후 4시, 해가 지기 전에 경인지방병무청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골목은 조용했다. 편의점 점주 김영순 씨(66)가 취재팀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추진력이라고 본다. 이 후보가 지방자치단체장 시절에 했던 정책을 언급하며 칭찬했다. “남이 안 하는 걸 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에요.”

이 후보가 영업시간을 밤 12시로 늦추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건다. 코로나 19가 유행하면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밤 시간대의 매상이 줄었다. 인건비와 임대료는 계속 나갔다. “지금 벌써 코로나 3년째잖아. 그거를 극복하려면 한번 판을 엎어봐야 해요.”

가족에게 했던 욕은 이해한다고 했다. 오히려 언론이 맥락을 무시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했다고 비판했다. 주변 사람 한두 명이라도 이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설득하겠다며 손가락으로 숫자 1을 만들어 보였다.

그 사이에 주민 민용기 씨(73)가 들어왔다. 막걸리 4병을 계산하다가 취재팀과 우 씨의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 “살다 보면 뭐 약점 있지. 약점 없는 사람이 있어? 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민 씨는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핀란드나 노르웨이 같은 복지국가가 되길 원한다. 그는 이 후보가 적임자라고 했다.

두 사람은 대통령을 뽑을 때, 도덕성보다 경험과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윤 후보는 법만 달달 외워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멍청이’라는 말이 오갔다.

병무청 반대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 모 씨(50·남성)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생존이 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매상이 줄면서 하루 18시간씩 일했다. 정치와 대선 뉴스를 볼 시간이 없었다.

이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과 스스럼없이 일상을 이야기한다. 젊은 남성은 정권교체를 자주 언급한다고 했다. 살기 어려우니까 그런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 추측하면서도 정권을 바꾼다고 삶이 나아질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30년 가까이 투표했지만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공약(公約)에서 공이 ‘빌 공(空)’ 자라는 농담을 해요. 아무것도 없는 약속이라는 거죠.”

하지만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투표하지 않고 정치인을 비난하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3월 9일 일찍 투표하고 출근할 예정이다. “양당은 안 찍을 거고. 허황된 사람도 말고, 중간에 어설픈 누군가로 찍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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