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의 <수원 B1팀>은 24일 새벽 1시에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을 찾았다.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과 수원을 오가는 광역버스 7770번 외에는 모든 버스가 운행을 종료했다.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공기는 차가웠다. 취재팀은 화서사거리 주택가 골목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직원 이서현 씨(21)는 가판대 상품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대선이 첫 투표. 정치에 관심 있는 편이냐고 묻자 곧바로 아니라고 했다. 뉴스에 나오는 정치용어를 어려워한다.

뉴스에서 20대 대선 이야기가 나오면 보긴 하지만 따로 찾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정치 얘기는 하지 않았다. 부모는 “아무나 돼라”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 씨 역시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그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자격증 공부를 함께 한다. 어문계열로 진학해서 취업이 걱정이다.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취업 문제. 가능하면요.”

다른 편의점에서 윤 모 씨(26)를 만났다. 관광계열 학과를 졸업했다. 코로나 19로 관광업이 어려워지자 취업할 때까지 부모가 하는 편의점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는 정치 소식을 인터넷 기사로 접한다. 후보의 유튜브 영상도 봤다. 연예인 홍진경 씨의 유튜브 채널(공부왕찐천재)이 재미있었다. 후보가 출연진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모습을 봤다. 영상 속의 말과 행동을 보고 교육에 대한 후보의 생각을 알았다.

윤 씨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전 대선보다 정당 간의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구들 생각도 비슷하다. 정당이 아니라 후보를 중심으로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편의점에서 나온 최예규 씨(26)를 만났다. 화서1동에서 6년 정도 살았다. 그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그중 하나의 주제가 정치였다. 그 뒤로 정치에 관심을 두고 뉴스를 봤다.

이번이 두 번째 대선 투표. 지난 대선에서는 새로운 인물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에는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책으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이 적고, 한쪽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기를 바란다. 또 경제기반이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경제 관련 공약을 유심히 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경시 성남시장 때부터 알았다. 1년 전부터 대선 후보로 거론되자 자세하게 찾아보겠다고 생각했다. 이 후보가 했던 말은 지켰다고 본다. 하지만 추진력이 강하다 보니 천천히 해도 되는 정책을 급하게 한다는 부분을 걱정한다.

최 씨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20대가 호감을 느끼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친구들과 윤 후보 이야기를 할 기회도 없었다.

TV 토론에서 상대방 후보에게 설명해달라는 윤 후보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대통령으로서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였다. 시사용어를 계속 묻는 태도가 좋은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 씨가 들렀던 편의점을 2월 25일 오후 9시에 다시 찾았다. 아르바이트생 김재은 씨(21)가 물량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이번이 첫 투표인데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후보들이 좀 별로인 것 같아서요.”

TV 토론을 보면서 고민이 더 깊어졌다. “토론을 보면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하는 토론은 서로 알맹이 없이 말하는 느낌이었어요.”

상대를 배려하기보다는 이기려는 마음이 커 보였다. 결국 TV를 껐다. 김 씨는 다양한 계층에 도움이 되는 공약을 후보가 만들기를 원한다고 했다.

▲ 이정현 씨(왼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현 씨(왼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고 있다. 

퇴근길의 이정현 씨(33)도 TV 토론을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10분 만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의 강점을 알고 싶었다. 국민이 직접 만나 묻지 못하는 부분을 후보끼리 이야기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런데 어느 후보가 질문하면 다른 후보는 “그래서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선거기간 거론된 이슈를 파고들지 않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물었다. 친구에게 토론을 보냐고 연락했더니 드라마 채널로 돌렸다는 답장이 왔다. 한 친구는 “나와서 전파 낭비하고 있어”라고 했다.

이 씨는 선거권이 생긴 뒤에는 투표에 꼭 참여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는 뉴스가 항상 나왔다. 부모가 투표하러 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빨리 성인이 되어 참여하고 싶었다.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면서도 투표하러 갔다.

그는 18대 대선 당시를 떠올렸다. 택시 기사들이 모두 박근혜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왜 그래야 해요?”라고 물었다가 혼났다.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아야겠다, 우리나라 대표를 뽑으려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공약집을 보면서 후보 인생을 살폈다. 공약을 정리하는 뉴스를 시청하기도 했다.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KBS MBC SBS를 번갈아 봤다. 또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의 판단을 비교했다.

23살에 사회생활을 하며 정치에 관심이 더 높아졌다.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0대가 되고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를 생각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잘살게 만들어 준대”라고 말했다. 결론은 항상 “그래서 누군데? 모르겠다”로 끝났다.

90년대생은 연금을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올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내가 내는 세금은 뭐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20대 대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투표할 마땅한 후보가 없었다. 후보가 어떤 공약을 거는지 모르겠다며 이 씨는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도 비슷했다. 누가 더 능력이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덜 나쁘냐를 이야기했다.

공약집을 안 보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주말에 보긴 볼 건데….” 그는 TV 토론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겠다며 또 한숨을 쉬었다.

이정현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오다가 이우석 씨(32)를 만났다. 이우석 씨는 20대 시절에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치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사들이 회식에서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하자 자기도 관심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번보다 이번에는 국민을 위한다기보다 당선만을 목표로 한다고 느꼈다. 토론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에 비판의 수준을 넘었고, 정책에서도 구체적인 분석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코로나 19로 어려운 상황을 변화시킬 후보를 찾는 중이다.

▲ 이우석 씨(오른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 이우석 씨(오른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같은 편의점 앞에서 손톱 관리 가게를 하는 서미순 씨(37). 손님들은 TV를 보다가 “후보들이 모두 똑같다”고 했다. 일부는 채널을 돌렸다.

서 씨도 20대 때는 정치를 몰랐다. 부모가 하라고 해서 투표했다. 취업하면서 정책이 근무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업자로 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세금과 주거 문제로 관심이 넓어졌다.

이번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만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기 성남시장이어서 알고 있다. 추진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서 씨는 부동산 공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화서1동의 평일 낮, 거리는 한산했다. 편의점에서 나오는 남진호 씨를 봤다. 취재를 요청하자 두 블록 지난 곳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로 안내했다. 그는 40살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2030 세대를 위한 공약만 강조하는 점이 아쉽다.

남 씨는 20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사를 다녔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면서 경제가 중요함을 알았고, 보수 정당의 성향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후보가 아니라 정당에 따라 투표했다.

후보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TV 토론에 비친 윤석열 후보는 국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 언어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감 있는 모습이 좋았지만 국민 세금으로 돌아올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4차 혁명을 주장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고약의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조 위원장 같다고 생각한다.

같은 편의점 앞에서 만난 채석현 씨(34)는 간식을 사서 나왔다. 투표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권 교체를 원하지만 후보를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후보 모습에 눈길이 갔다. 이 후보는 똑똑해 보였지만 지금 정부와 정당이 같아서 고민이다. 윤 후보에게서는 정책이 와닿지 않고, 옛날 정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에는 사진을 보고 인상이 좋은 후보를 골랐다. 30대가 되고 주관이 뚜렷해지자 투표에 의미가 생겼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근로자에게 주는 영향을 파악했다. 남은 기간에 TV 토론과 유튜브에서 후보의 말을 주의 깊게 볼 예정이다. 자질과 공약을 함께.

3월 9일은 빨간 날이다. 대통령 선거일이어서 모든 국민이 쉰다. 이정현 씨는 (투표에 관심이 없는 20대에게) 책임에서 당당해지려면 자신의 기준과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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