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오류1동은 2021년 12월 기준으로 세대당 인구가 1.86명이다. 2030이 대부분이어서 시장이나 마트보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서울 B2팀>은 2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오류1동의 편의점에서 시민 20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도권 지하철 오류동역 3번 출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근무 조끼 차림인 아르바이트생 이승민 군(19)이 인사했다. 이번이 생애 첫 투표. 누구를 뽑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지지하는 정당은 따로 없다.

그는 대선 토론을 시청하지 않았다. 투표 전에 공약을 보고 판단할 예정인데 “국민을 먼저 생각해주는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해결했으면 하는 문제로는 복지를 꼽았다.

대로 건너편에 바로 다른 편의점이 보였다. 아르바이트생 이 모 씨(20‧여)는 손님이 없어 잠깐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를 원했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을 처음 행사하지만 뽑을 후보는 정하지 못했다.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도 없다. 후보들의 이미지를 묻자 “다 똑같이 그냥 그렇다”고 말했다. 친구들 역시 비슷하다고 했다. 취업 문제로 여유가 없어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하지는 않는다고.

이 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없으면 부모를 따라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으나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철회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는 집으로 배달되는 선거공보물을 보고 투표할 계획이다. 뉴스는 딱딱하고 용어가 어렵다고 했다. 가장 먼저 해결됐으면 하는 문제로는 취업과 부동산을 꼽았다.

취재팀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오른편으로 돌자 편의점이 보였다. 회색 후드티 차림의 이소정 씨(21)가 근무했다. 대화를 요청하자 작은 목소리였지만 좋다고 답했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소정 씨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소정 씨

그는 오류2동에 산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없다. 제19대 대선 당시에는 정치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정치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21학년도와 22학년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코로나 19로 인해 수험 생활이 힘들었다며 정부의 초기 공약과 달리 끊임없이 바뀌는 교육 정책에 불만이라고 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던 20대 중반의 손 모 씨를 만났다. 어머니와 함께였다. 손 씨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려고 하자 어머니가 말렸다. 개인 정보 유출이 정말 무섭다는 이유였다.

손 씨는 인터뷰에 응했지만 정확한 나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해서 정책에 대해 물었다. 손 씨는 여성 인권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오류동 토박이 김 모 씨(25) 역시 보수나 진보에 상관없이 대통령이 될 인물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실망한 태도가 역력했다. “제아무리 국민 한 표가 소중하다 하지만…제가 뭐 불만 품는다고 정권이 뒤바뀌는 것도 아니고….”

강효준 씨(25)는 오류1동에서 10년 정도 산다.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없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했다. 1, 2번 후보 모두 싫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후보자의 과거가 깨끗한 지 여부라고 했다. “1번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말을 세게 하며 잘난 척을 해서 싫고, 2번은 말을 못 하고 정책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보였다.”

▲ 강효준 씨(왼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 강효준 씨(왼쪽)가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취재팀은 다음 편의점에서 직원 박 모 씨(28)를 만났다. 오류1동에 6년 정도 사는 중. 그 역시 뽑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지금은 지지 정당은 없다. 정당과 상관없이 정책 위주로 본다고 했다.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박 씨는 신혼부부나 부동산 관련 공약에 관심이 많다. 경기 안산시의 단원고 출신. 국민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바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년을 대변한다고 말하는 지금의 거대 정당이 별로 믿음직하지 않아요. 아예 새로운 젊은 정당이 나타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만난 아르바이트생은 박찬형 씨(22세)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 관심이 가는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다. 행정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경기도지사 시절의 불꽃 행정이 좋은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를 뽑겠다고 마음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거듭 말했다. 대신 공약의 현실성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표만 얻기 위한 공약인지, 현실적으로 괜찮은 공약인지를 가장 먼저 따질 계획이다.

박 씨는 청년의 무기력함을 대통령이 해결하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무기력함의 원인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집을 구하기 힘드니까 (청년이) 무기력해지고 결혼도 하기 싫어지고 책임지기도 싫어지고 또다시 무기력해지는 악순환이에요.”

▲ 20대 유권자의 이야기
▲ 20대 유권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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