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오류1동에는 편의점이 23곳 있다. 수도권 지하철 오류동역을 나오면 큰길로 향하는 골목에 편의점 2곳이 보인다. 그리고 경인로 대로변에 7곳이 있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서울 B1팀>은 2월 23일 오류1동의 편의점 16곳을 찾았다. 주택가 안쪽 GS25 오류소담점을 시작으로 손님과 아르바이트생, 점장을 포함해 시민 37명을 만났다.

▲ 취재팀이 방문한 편의점 
▲ 취재팀이 방문한 편의점 

오후 1시 30분. 주택가 편의점은 한산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점장은 눈빛으로 직원을 가리켰다. 직원 박준우 씨(57)는 곧 퇴근해야 한다면서도 취재에 응했다.

박 씨는 이곳에서 6년째 일한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이유를 묻자 정권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느릿한 말투로 대답했다. 지난 두 번의 대선도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호남 출신이라서 골수 민주당 기질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TV 토론을 봤는지 물었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후보가 서로의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통에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 이해하도록 질문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후보의 차분한 답변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곳에서 나와 주유소에 갔더니 편의점이 보였다. 직원 최 모 씨(57)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빈부격차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권 교체가 정답일 것 같지는 않다고 본다.

최 씨는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이재명 후보가 썩 내키진 않지만 지지하는 정당을 믿기로 했다. 호남 출신인데다 어릴 적 좋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이 여전히 남은 것 같다고 했다.

오류삼거리에서 길을 건너 다른 편의점에 갔다. 송미영 점장(61)은 이곳에서 편의점을 15년째 운영한다. 평소에는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집안에서도 생각이 갈라지기 때문. 남편과는 생각이 비슷했지만, 친정어머니와는 달랐다. 유권자 목소리를 담겠다니 기꺼이 입을 열었다.

송 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가격 상승도 마냥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상승세의 영향이라고 했다. 현 정권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정치 전문성도 부족하고 부인 김건희 씨가 영부인에 걸맞지 않는다고 했다. 비싼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이 부동산 감세 공약에 현혹되어 윤 후보를 지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세금은 세금대로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라가 그 돈을 가지고 운영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송 점장은 자신도 강남에 부동산이 있다며 가진 만큼 세금은 반드시 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후 3시 30분, 오류시장 앞의 편의점. 매니저 조강휘 씨(32)는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서 불만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용직 노동자가 꽤 많았지만 임금이 오르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동네에 노숙자도 많아졌다고 느낀다.

조 씨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사표가 될까 봐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안 후보를 끝까지 지지할 마음이 있는지 묻자 그런 제도가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며 반색했다.

손님이 많아 정신없이 바빴지만 조 씨는 질문에 꼬박꼬박 답했다. 그는 안보와 경제, 특히 기업을 중시한다. “회사를 보고, 그다음에 시민을 보면 기업이 같이 클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시민에게만 퍼주는 것 같다”며 현 정부에 불만을 나타냈다.

▲ 편의점 매니저 조강휘 씨
▲ 편의점 매니저 조강휘 씨

미용업에 종사하는 장유진 씨(24). 편의점에서 나오다가 취재팀과 마주쳤다. 오류1동이 족집게 지역이라고 하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에게는 이번이 첫 대선 투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좋은 점이 없다고 반복했다. 그는 물가와 집값이 너무 올라 살기가 힘들다면서 이재명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일단 이재명은 아닌 걸로. 민주당은 거른다.”

언덕을 따라 걷다가 다른 편의점에 들어갔다. 이 모 점장(60)은 가게에 피해가 갈까 곤란하다며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취재에 응했다.

이 점장은 안철수 후보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토론에서 윤 후보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태도를 문제 삼았다. “내가 말하는데 그렇게 무시하면 그 친구 안 볼 것 같아요.”

전에는 안 후보를 좋아했다. 하지만 주변에 사람이 남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다. 자신에 심취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게 아닐까 추측했다.

이 점장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해 아르바이트생에게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었다며 속상해했다. 고용주로서 주휴수당을 아끼기 위해 한 사람당 근무 시간이 1주일에 15시간이 넘지 않게 시간을 쪼갰다. 또 적자를 메꾸려 자기 출근 시간을 늘렸다.

다음 대통령은 선거에서 진 팀도 포용했으면 한다. “다음 대통령은 세대든, 지역이든, 남녀든 뭐든 갈등을 만들지 말아야지.”

편의점에서 나오자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주민이 여럿 있었다. 주부 정지연 씨(43)는 딸과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그는 정부의 코로나 방역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어떤 사람이 와도 코로나는 어떻게 안 될 거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정 씨는 이재명 후보를 뽑겠다고 말했다. 평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토론에서 보인 박학다식함이 마음에 들었다. 윤석열 후보에게는 실망했다. “얼토당토않게 자기는 집이 없어서 청약도 안 한다고. 집이 없으면 청약을 해야지, 왜 안 해요?”

정 씨는 차기 대통령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주길 바랐다. 금리를 낮추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신혼부부 위주의 혜택이 40대 부부에게 확대되길 기대했다.

편의점 앞 벤치에서 핫바를 먹는 김 모 군(12)이 눈에 들어왔다. 말을 걸었더니 5년 전보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했다. 대통령 덕분인진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장학금 10만 원을 받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가 기억나는지 묻자, 한 살 터울 누나와 내기했다며 웃었다. 누나는 안철수 후보를, 김 군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투표권이 있다면 윤석열 후보를 뽑고 싶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과자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 되면 개과천선한다고 말하겠지만, 전두환처럼 나쁜 짓을 할 수 있다.” 이상적인 대통령을 묻자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국민의 처지에서 생각해주는 사람!”

큰길에서 아파트를 끼고 내려왔다. 역으로 가는 길 왼쪽으로 오류동 행복주택이 보인다. 오른쪽에 작은 오피스텔이 여럿 붙어있다. 그 사이의 편의점 문을 열었다. 윤재민 씨(25)가 계산대에 있었다.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다. 시원시원한 입담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이번에도 홍 의원을 지지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자 여전히 고민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젠더 갈등을 꼽았다. 윤 씨는 정치권이 갈등 해결에 앞장서도록 촉구했다.

같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온 강 모 씨(24)는 대선 투표가 처음이다. 하지만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꼭 한다면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 후보의 전과와 가족을 향한 욕설 때문이다. “형수 찢겠다. 욕 들어보신 적 있죠? 제정신입니까? 그게.”

강 씨는 그나마 윤석열 후보가 낫다면서도 찜찜해했다. 시의원조차 해본 적 없는데 처음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니, 믿음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눈치를 본다며 욕설이 섞인 거친 표현을 내뱉었다.

편의점에 들렀다 나오는 남학생 둘과 이야기했다. 김 모 군(16)과 이 모 군(16). 같은 중학교 친구다. 코로나 19 선별진료소에 검사하러 왔다가 편의점에 들렀다고 했다.

평소에 가족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지 묻자 김 군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희 할머니가 계속 뉴스만 보면 문재인 대통령보고 빨갱이라고 하시거든요. 근데 아니라고 생각해요. 잘하는 것 같은데….”

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여당 후보를 향한 시선은 달랐다. 둘 다 이재명 후보를 최악으로 꼽았다. 김 군은 이 후보가 형수에게 했던 욕설을 들었다. 이 군은 친구에게 건너 들었다. 이들은 투표권이 있다면 윤석열 후보를 뽑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김 군은 논란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전과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군은 똑똑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은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다.

▲ 취재팀이 김 모, 이 모 군과 이야기하는 모습
▲ 취재팀이 김 모, 이 모 군과 이야기하는 모습

다른 편의점에서 백 모 씨(25)를 만났다. 일한지 3개월 됐다. 오류1동에서는 10년째 산다. 그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모두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윤 후보는 생각을 깊게 하고 말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형수 욕설 때문에 싫다. 둘 중에서 한 명을 꼽자면 윤 후보에게 마음이 기운다고 했다. “뒤가 구린 것보단 앞이 구린 게 낫죠.”

대통령이 갖출 소양으로 소통을 꼽았다. 백 씨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제대로 된 소통창구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 말 안 듣더라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면 좋겠어요. 저 사람이 우리말을 듣고, 알고 있다는 걸 좀 티를 내줬으면 좋겠는데….”

▲ 편의점에서 만난 시민의 이야기
▲ 편의점에서 만난 시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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