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의 화서시장은 1980년에 문을 열었다. 상인 300명이 이곳에서 장사한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수원 A3팀>은 2월 13일~20일에 점포 75곳을 찾았다.

가장 먼저 만난 주민은 조찬울 씨. 수원에서 태어나 30년을 살았다. 아버지를 대신해 가게를 지켰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을 모두 지켜봤다. 추진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우자의 불법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논란을 보고 실망했다. 후보의 식구를 위한 비리를 저지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후보도 똑같았다. 배우자의 허위 이력 기재와 주가 조작 의혹을 보며 영부인으로서 품위가 걱정이었다.

두 후보의 공약은 표심을 위한 수단 같았다. 시간이 지나야 지켰는지 알 수 있지 않나. 조 씨는 후보의 말과 행동에 집중했다. 둘을 비교해서 깨끗해 보이는 사람을 향해 마음을 쌓았다.

옷 수선집은 5평 정도 크기였다. 주인 최순례 씨(65)와 손님 한성자 씨(79)가 이야기를 나눴다. 인원이 늘어 모두 7명이 됐다. 최 씨는 유튜브에서 이 후보의 ‘욕설 녹취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바로 핸드폰 화면을 껐다. 같은 여자로서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그 말을 들은 한 씨는 “공무원도 종같이 부려 먹고 그게 뭐 하는 짓이야”라며 억양을 높였다. 최 씨는 돌리던 재봉기를 멈추고 “그 사람이 돈이 없는 사람이야? 난 그게 더 찌질해”라고 말했다. 한 씨도 “나도 그게 제일 나쁘다고 생각해. 너무 미웠어”라고 맞장구를 쳤다.

최 씨도 이 후보가 머리가 좋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똑똑한 머리를 잘못 썼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씨는 옛날부터 말 잘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취재팀에게 속닥였다. 최 씨는 젊은 세대의 지지율이 이 후보에게 치우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좁은 길을 따라 가다가 70대 옷 가게 주인을 만났다. 그는 젊은 세대의 의견이 궁금하다고 했다. 취재팀에게 “우리 학생은 어디 찍었으면 좋겠노?”라고 물었다. 말 잘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더니 “말 잘해서 뭐 하노. 어디 시험 치러 가나?”라고 했다.

그는 화서1동에서 40년을 살았다. 후손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선 윤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가 공무원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났다.

심부름하며 자존심 상했을 공무원의 모습에 속이 상했다. 시험에 합격하려고 하늘의 별을 따듯 노력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는 “뜨신 밥 한 그릇 사 먹게 놔 놓지. 사주지는 못할망정 너무 추저분하다”며 화투를 헤집었다.

옷 가게의 사장 김 모 씨(70대·여성)는 이 후보를 지지했다. 취재팀이 들어서자 의자를 내주며 대화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커피를 타주며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은 코로나 19와 경제 침체를 타개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본다.

이 후보는 현장을 일일이 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김 씨는 이런 경험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국정을 운영해야 나라가 편안해진다고 봤다.

대화를 마무리할 무렵에 다른 상인들은 누구를 지지하는지 김 씨가 물었다. 아직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더니 인물이 아니라 정당을 보니까 그렇다고 했다.

윤정선 씨(50)도 옷 가게를 한다. 3년째다. 화서1동에 살지 않지만 수원에서 20년을 살았다. 오랫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투표할 때는 남편의 의견을 따랐다. 그런데 식구들이 전보다 후보자 이야기를 많이 해서 관심을 뒀다.

그는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다가 이 후보가 형수한테 욕하는 모습을 보고 정이 뚝 떨어졌다.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하자 형제가 없어서 이해를 못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형이 장남 노릇을 못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내 생각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 화서시장 입구
▲ 화서시장 입구

다른 옷 가게에 들어가서 이영숙 씨(66)를 만났다. 옆에는 백 모 씨(56)가, 그리고 맞은편에 화서1동 주민 2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가게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지 걱정이라는 소리로 가득찼다. 이 씨는 양말을 찾으며 “그래도 국민 쌀밥 먹여주는 사람을 해야지!”라고 했다. 손님이 “그게 누구야?”라고 묻자 이 씨는 이재명 후보가 낫다고 대답했다.

손님이 계산하며 “재명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인데”라고 반박했다. 이 씨는 “거짓말하거나 말거나 정치만 잘하면 돼!”라고 했다. 손님은 정치 능력이 아니라 거짓말이 더 중요하다며 문을 나섰다.

같은 자리에 있던 주민 2명은 화서1동 토박이다. 강 모 씨는 30년, 박 모 씨는 20년째다. 이 씨는 처음에 윤 후보가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TV 토론에서 아는 게 없어 보였다. 실수도 잦았다.

이 후보가 온전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러나 윤 후보보다 정치 경험이 있어 나라를 구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강 씨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낫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때, 60대 후반인 신 모 씨가 들어왔다. 이 씨가 의자를 내주면서 열차 맞은편 좌석에 구두를 신고 발을 올린 윤 후보의 모습을 흉내 냈다. “윤 후보가 그건 진짜 실수했지”라는 소리가 나왔다.

강 씨는 윤 후보의 배우자 집안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자 신 씨는 2년을 수사해도 밝혀진 게 없다며 받아쳤다. 처음에는 이 후보를 지지했지만 대장동 의혹으로 1번을 찍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백 씨가 웃었다. 그는 이번 대선처럼 대통령 후보의 리스크가 많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두 후보의 부인 모두 영부인 감은 아니라고 했다. 언제 싸웠냐는 듯 “맞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신 씨는 누가 쌀밥을 주는 후보인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후보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자 다시 불이 붙었다. 윤 후보도 거짓말을 잘한다고 이 씨가 말했다.

신 씨는 정의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백 씨는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강 씨와 박 씨는 이 씨와 의견이 같았다.

이 씨의 손님 중에서 어느 할머니는 이 후보가 되라고 매일 기도한다고 했다. 백 씨는 40~60대와 상가 건물 사람은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 씨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국민의힘에서 출마했으면 찍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신 씨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왔으면 좋았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던 박 씨는 “이 얘기 다 듣다 보면 학생 오늘 못 가”라고 웃으며 말했다.

어느 옷 가게 주인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똑똑한 인물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당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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