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사인 간판. 천장에 일렬로 달린 주황색 조명과 바람개비. 가게 사이마다 번호표가 달렸다. 정돈된 느낌. 경기 수원시 화서시장의 가동과 나동이다.

시장은 팔달구 화서1동에 있다. 세 구역으로 나뉜다. 수원시가 25억 원을 들여 2019년 2월 아케이드 공사를 시작했다.

김미경 수원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적극 나서면서 3년 전, 가동과 나동이 먼저 준공했다. 다동은 올해 시공한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희수 씨(화서시장상인회 부회장)는 “김 의원이 살뜰하게 챙겨주긴 해요. 그래서 민주당 민주당 하는 분들이 계시죠”라고 했다.

스토리오브서울의 <수원 A2팀>이 2월 19일~20일 찾았을 때, 상인들은 조금 다르게 말했다. “(선거에) 관심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뽑을 사람이 하나도 없잖아.” (박종구 씨)

▲ 화서시장 가동과 나동
▲ 화서시장 가동과 나동

상인들이 대선에 기대감을 잃은 이유를 물었다. 한 씨는 “지역구에서 아케이드 이런 거 지어서 아무리 시장을 좋게 한다고 해도 정부나 국회 결정이 앞뒤가 안 맞잖아요”라고 했다.

아케이드 공사를 하면서 상인도 자기 부담금을 냈다. 이렇게 지역 차원에서 시장 활성화에 나서도 ‘윗선’에서 하는 정책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했다고 한 씨는 말했다.

화서시장 l.5㎞ 거리에 쇼핑복합시설 스타필드가 2023년 들어선다. 화서역 다음 정거장인 수원역 근처에는 AK플라자가 있다. 한 씨는 “전통시장을 살린다면서 대형마트를 옆에다 둔다”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피부로 느껴지는 게 없는, 자기들만의 리그”라고 얘기했다.

한 씨는 내색하지 않아도 상인들이 정권교체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때, 거대 여당을 만들어줬는데도 서민을 위한 일을 추진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재명 후보의 1호 공약은 ‘코로나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다. 윤석열 후보도 지난해 9월 16일 ‘코로나 극복, 자영업자·소상공인 긴급구조 플랜’을 발표했다.

한 씨는 2020년 2월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출을 받았다. 이후로는 받지 못했다. “소상공인은 대부분 대출이 있는데 그런 걸 고려 안 해주니까 이런 전통시장 같은 데는 타격이 엄청나죠. 나라에서 얼마 풀어서 한다고 그러는데, 진짜 여기 있는 분들하고는 동떨어진 얘기예요.”

▲ 시장상인회 한희수 부회장
▲ 시장상인회 한희수 부회장

취재팀은 2월 19일 오후 5시 옷가게에 들어갔다. 주인 한상섭 씨가 15년 동안 운영했다. 원래 보수 정당을 지지했다. 대선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고 묻자 한 씨는 TV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를 보며 대답했다. “2017년부터 민주당으로 바뀌었어요.”

문재인 정부가 서민에게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한 씨는 짧게 대답했다. “아뇨.” 그는 TV에서 눈을 떼고 이야기했다. “재난지원금이 됐든 소상공인 지원이 됐든 다들 너무 탁상공론을 하니까.”

오정호 씨는 시장에서 작은 점포를 18면 동안 운영한다. 뒷짐을 지고 가게 밖을 쳐다보다가 취재팀과 눈이 마주쳤다.

얘기하는데 손님이 자주 오갔다. 단골손님이 많은 듯했다. 노인이 라면을 사고 3㎏짜리 밀가루를 집어 들자 오 씨가 친한 말투로 얘기했다. “밀가루 3000원. 오늘은 이것만 갖고 가. 무거워.”

취재팀이 다른 가게보다 손님이 많다고 얘기하자 오 씨는 “우리 같은 슈퍼는 박리다매야. 안 그러면 못 버텨. 여기 큰 마트들이 있는데. 백화점도 있고”라고 말했다. 대선과 관련해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자 그는 “민감한 시기인데 걸리지 않아? 선거법에?”라며 꺼렸다.

오 씨는 첫째 딸의 혼사를 위해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신혼부부 정책에 관심이 많은 이유. “3년 안에 애 하나 있어야 가산점 붙고, 저축 기간이 늘면 가산점이 더 붙고. 이런 걸 노려야 해요. 그렇게 안 하면 집사는 데 40년 걸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다음 정부가 부동산을 확실히 잡길 바라는지 물었다. “누가 대통령 한다고 뭐가 잘 될 것 같아? 안돼. 금방 안 잡혀요. 보니까 이게 장기적으로 한 20년, 30년 계획을 잡아서 가야 해.”

문구점 주인 이운용 씨는 이번 대선을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표현했다. 중도 성향으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하지만 현 정권이 여당의 잘못을 감싸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모든 후보가 비호감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표 만들기 싫어서 2번 뽑는다.”

아케이드에서 200m 떨어진 피자 가게. 주인 강모 씨는 “윤석열 후보만큼은 절대 안 뽑겠다”고 했다. 보수 성향이지만 준비 안 된 사람을 후보로 내면 안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후보를 뽑고 싶다면서도 “대통령은 1번 아니면 2번에서 나오지 않냐”며 안타까워했다.

▲ 이운용 씨(왼쪽)가 인터뷰하는 모습
▲ 이운용 씨(왼쪽)가 인터뷰하는 모습

취재팀은 시장을 다음날, 다시 찾았다. 오전 11시 45분, 족발을 포장하던 박종구 씨(62)에게 대선 이슈에서 무엇이 기억하는지 물었다. “신천지다 뭐다, 국회의원 150명이 그거 가지고 기자회견을 한다니까. 아니 그게 국회의원들이에요?”

박 씨는 전에 제조업에서 일했다. 동생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족발집을 시작했다. 일거리가 없어서 동생이 힘들다고 했다. “자영업도 힘들지만 내가 나서서 일거리 따줄 수 없고. 제조업이 보통 문제가 아니야.”

원하는 후보가 당선된 적 있는지 물었다. “노무현 대통령. 누가 노무현 마누라가 간첩이라고 했어. 마산에서 노무현이가 나와서 연설하는데 마누라가 공산당이었으면 마누라를 보내냐고 그랬지. 그때부터 인기가 올라갔어. 국민은 진심으로 말하는지 다 알아보니까.”

야채상 이선희 씨(55)도 살기 좋았던 때를 묻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일단 집값이 낮았다면서 이렇게까지 오를 줄 몰랐다고 했다. “진짜 힘든 사람들, 돈 없는 사람들만 가면 갈수록 죽는 거예요. 그런데 누가 대통령 돼도 집값 안 내려갈 것 같아. 관심은 없어.”

이 씨는 깻잎을 손질하면서 이야기했다. 정치와 대선에 관심이 없지만 뉴스를 자주 보는 편이다. 이재명 후보의 재개발 공약이 기억난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서 거기서 살고 싶은데 쫓겨날 사람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 이선희 씨가 손님을 맞고 있다.
▲ 이선희 씨가 손님을 맞고 있다.

이 씨는 가게 앞에서 질문하는 취재팀에게 자리를 내줬다. “커피 타 줘? 아메리카노? 손님 왔네. 물은 네가 타.”

그는 수원시에서 30년 살았다. 팔달구 매교동에서 살다가 화서1동으로 2년 전에 이사했다. 화서시장 근처에 푸르지오 아파트가 들어서자 기대를 안고 장사를 시작했다. “원래 남편 혼자 하던 가게인데 장사 잘될 줄 알고 직장도 접고 뛰어들었어.”

기대와 달리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주민은 전통시장이 아니라 대형마트로 갔다. 시장이 편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 손님이 없다고 했다. “주차장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그런 거 같아. 지금은 주차장이 몇 개 생겼는데, 이미 없다고 인식이 돼버렸어.”

이 씨가 이야기하는 중에 손님이 자주 왔다. 질문에 대답하다가 냄비에 물을 받았다. “밥 먹을래? 밥이 지금 두 그릇밖에 없으니까 라면이라도 먹으려면 먹어.”

대선 후보의 공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이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 살려고, 대통령 되려고 하는 소리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을 위해서 하는 거지 우리 국민을 위해서 해주는 거는 그다지 없는 거야.”

취재팀이 만난 상인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 믿음이 안간다는 말을 자주 했다. 취재팀이 이유를 물었다. 야채상 이선희 씨는 이렇게 말했다.

“누가 돼도 똑같으니까. 말뿐이고 현실을 지킨 사람들 없잖아. 그냥 잠깐의 대통령 그거에요. 대통령 돼서 우리한테 도움 되는 거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하고 싶지도 않을 때가 있어요. 믿음이 안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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