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의 <안양 A2팀>은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의 중앙시장을 2월 18일 오후 4시에 찾았다. 수도권 지하철 안양역에서 시장까지 걸어가는데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자주 들렸다.

시장 10번 ‘청바지로’ 입구 앞. 노상 카페에서 손님 3명이 커피를 마셨다. 취재팀이 인사를 건네자 모두 얼굴이 굳는다. 대선 취재를 한다고 소개하자 비밀투표라며 더욱 거부감을 드러냈다.

손님들이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만 언급되자 카페 주인인 60대 여성은 “안철수만 청렴해!”라며 끼어들었다. 그는 36년간 안양4동에 살면서 18년 동안 장사를 했다. 정치인이 하는 일은 다 똑같아서 가장 청렴한 안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식자재를 판매하는 가게가 많다. 제사음식을 파는 박복순 씨(80)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전반적인 생각이라도 알려달라고 하자 입을 열었다.

박 씨는 이재명 후보와 달리 윤 후보가 부유하게만 살아서 자기처럼 힘든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 19로 힘드니 경기도지사직을 잘 수행한 이 후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 상인 박복순 씨
▲ 상인 박복순 씨

닭을 파는 명소희 씨(53)는 두 후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남편(노원채‧61)과 함께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도지사 시절에 일을 잘했기 때문에 경기도 사람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에 충청도 출신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편이라고 했다. 닭을 사려던 손님(61)은 그 말을 듣고 후보 선택을 지연(地緣)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맞장구를 쳤다.

명 씨는 누가 당선돼도 빈부격차를 줄이고 경기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높은 부동산 가격에 일반 청년은 자식 키우기 겁나는 상황인데 명품을 줄 서서 산다는 뉴스를 보면 화가 난다며 울분을 토했다.

옷가게에서 사장과 이야기하던 박춘임 씨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보험계리사로 여러 가게를 돌아다녀 시장 사정에 밝다. 이 후보는 정치 경험이 있고 윤 후보는 그렇지 않아 다들 이 후보를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여기 사장님도 마찬가지라고 박 씨가 말하자 옷가게 사장은 고개를 숙인 채 살짝 끄덕였다. 박 씨는 핸드폰으로 이 후보의 카카오톡 채널을 보여주며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혔다.

건어물 상인 김영태 씨(62)는 현 정권이 잘한 일 하나 없고 국민을 갈라친다며 빨리 들어낼 대상이라고 했다. 누굴 뽑을지 질문하자 망설임 없이 “윤석열”이라고 답했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며, 윤 후보만이 부패한 정권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깨끗하지만 부패한 정권을 고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좋았지만 현 정권은 부패했다고 평가했다. 부정선거가 염려돼 사전투표를 하지 않고 선거 당일에 투표할 계획이다.

백발의 윤정희 씨(80)는 시장에서 42년째 콩나물을 판다. 그는 울먹이며 힘들다고 했다. 장사가 안돼서다. “그래도 무언가는 달라질 것 같아 윤 후보를 지지한다. 다만 대선 공약을 지키는 사람을 못 봤기에 공약은 전혀 믿지 않는다.”

윤 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손님이 오지 않는 점이 가장 허탈하다고 한다. 장사하는 사람이 지금 너무 힘들다는 사실만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 변두리로 나오니 과일가게가 있었다. 과일이 빼곡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큰소리로 취재를 요청하자 주인은 반대편 좁은 길목으로 손짓하며 돌아 들어오라고 했다.

최태환 씨(58)는 ‘한나라당 골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정직함을 강조했다. 과일 장사를 30년 하면서 손님 눈을 한 번도 속여본 적 없다고 한다. 대통령을 뽑을 때도 같은 기준. 윤 후보는 부당함을 감추지 않고 민주당을 비판한 정직함 때문에 좋게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가게 벽에 쌓인 과일 상자를 보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지난 설 명절에 판매하려고 준비했다.

▲ 과일가게의 최태환 씨
▲ 과일가게의 최태환 씨

정육점을 하는 김진영 씨(45)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후보 모두 똑같다고 느낀다. 소상공인 대책을 비롯한 공약이 서로 비슷하다고 본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하기에 윤석열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떡 장사를 하는 남은서 씨(61)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는 주위 사람과 싸우는 점이 가장 마음에 안 들고, 윤석열 후보는 정치 경험이 없고 너무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갈 것 같아 꺼려진다고 답했다.

남 씨는 원래 여행업에 종사했다. 코로나 19로 여행사가 부도나면서 떡 장사를 시작했다. 집 정문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 벽보를 붙일 정도였다. 지금은 뜯어버렸다고 한다.

중앙시장을 2월 19일 다시 찾았다. 금은방 유리문 너머로 여성 3명이 보였다. 주인은 말을 아끼면서도 정권 교체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에 앉은 여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72세로 안양4동에 60년 동안 살았다. 금은방 앞에서 노점상을 한다. 현 정권이 집값을 올리고 청년 일자리를 부족하게 만들어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 금은방 주인도 동의했다. 그는 안양에 올라온 주변의 전라도 출신도 이번에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거들었다.

오후 3시. 상인들은 손님을 기다리며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뉴스나 정치 프로그램을 봤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시장 가운데서 어느 노인이 녹두전을 팔았다. 취재팀이 말을 걸자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며 청테이프가 감긴 의자를 내줬다. 그는 2006년부터 중앙시장에서 지냈다. 이재명 후보가 추진력이 있고 서민을 이해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

일요일인 20일 오후 6시. 저녁이 되자 상인 대부분이 정리하고 집에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유옥녀 씨(81)는 양념을 팔며 자리를 지켰다. 장사가 너무 안되지만 매일 늦게까지 남는다.

유 씨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모두 진중하지 못하다고 했다. 서로 싸우는 데만 집중해서 문제이며,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투표는 하러 가는데, 당일 결정하려고 한다.

그는 이 후보의 유세차량이 시장 근처에 많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인이 선거 때만 한창 오고 선거가 끝나면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했다.

▲ 유옥녀 씨는 투표 당일에 마음을 정하려고 한다. 
▲ 유옥녀 씨는 투표 당일에 마음을 정하려고 한다. 

옆에서 가만히 듣던 다른 상인도 입을 열었다. “그놈이나, 그놈이나 마찬가지지.” 그는 투표하러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이 다 똑같았다며 정치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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