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의 <서울 A2팀>은 2월 18일과 20일, 서울 구로구 오류1동의 오류시장에 갔다. 수도권 지하철 오류동역 3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입구에 ‘오류시장은 영업중’이란 나무 팻말이 보였다. 시장이라면 당연히 영업 중 아닌가? 이런 팻말을 왜 붙여놓았지? 궁금증은 시장에 들어가서야 풀렸다. 군데군데 열린 가게를 둘러보는 데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오류시장 상인회 김영동 회장(67)에 따르면 현재 남은 점포는 17곳이다. 원래 3층인데 지금은 1층만 남았다. 그마저도 일부는 철거돼 폐허 같은 느낌이다. 취재팀은 점포 17곳에서 상인 14명을 만났다.

▲ 오류시장 입구
▲ 오류시장 입구

오전 11시 23분. 걷다 보니 닭집이 보였다. 핑크색 조끼를 입은 할머니가 TV를 보던 중이었다. 2명이 간신히 들어가는 공간. 취재팀에게 말로는 가라면서도 장판 위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할머니(80대)는 1986년부터 장사하면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한 표를 던졌다. “나는 이재명이가 마음에 안 들어”라면서도 “이재명이가 토론에서 말은 잘하잖아”라며 누구를 지지하는지는 비밀이라고 했다. 선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피했다.

다음에는 야채 가게를 들렀다. 주인 윤 모 씨(66)가 밝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화장품 방문 판매원 박 모 씨(66)가 같이 있었다. 둘은 30년 넘은 친구. 오류1동 토박이다.

박 씨는 자신을 ‘일편단심 민들레’라 소개했다. “나는 2번이면 돼.” 젊은 시절부터 이유 없이 그 당이 좋았다고 했다. 대통령이 경제와 안보에 가장 신경 써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자기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말했다.

단일화 문제를 묻자,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나 상관없다며 “대통령 바뀐다고 해서 우리한테 뭐 눈깔사탕이라도 하나 있어?”라고 답했다. 박 씨의 큰아들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작은아들은 중립이라서 “신랑이 애들이랑 정치 얘기는 하지 말래”라며 깔깔 웃었다.

윤 씨는 박 씨 옆에서 둘의 마음이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새 젊은 사람들도 2번을 지지하는 것 같다며 며느리 흉내를 냈다. “이재명이 되면 큰일 나요. 어머님.” 윤 씨는 42년째 장사하는데 요즘이 제일 어렵다며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기서 나와 건어물 가게를 기웃거렸다. 주인이 고개를 내밀고 관심을 가졌다. 꽃무늬 담요를 덮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자 추운데 뭣들하고 서 있냐며 전기장판을 탁탁 두드렸다. “여 앉아서 얘기해요.” 공간이 좁아 1명은 앉고 1명은 서서 대화했다.

71세 주인은 시장에서 45년간 장사했다. 젊었을 적에는 2층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했는데 재개발 문제로 철거돼 10여 년 전에 1층으로 내려왔다. 다른 상인과 마찬가지로 이때까지 중 장사가 제일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호 1번도 뽑고 2번도 뽑아봤다고 했다. 이번에는 기호 2번을 지지한다고 했다. 1번은 말하는 게 좀 그렇고, 살기가 힘드니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는 정권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나 심상정 후보는 어떠냐고 묻자 “그 사람들은 어차피 안될 것 같아. 될 사람을 밀어야지. 안 될 사람 찍어주면 괜히 표만 아깝지”라며 손사래를 쳤다. 40대인 자녀 3명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로 나뉘어서 가족끼리는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 취재팀이 건어물 가게 주인과 인터뷰하는 모습
▲ 취재팀이 건어물 가게 주인과 인터뷰하는 모습

낮 12시 30분. 시장에서 나왔다. 안쪽보다 바깥쪽에 오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지나가던 남성이 궁금한 표정으로 취재팀을 쳐다봤다. 채창수 씨(51). 오류1동 주민으로 다른 지역에서 건담 공방을 운영한다.

채 씨는 정권 교체를 희망한다. 윤석열 후보의 대쪽 같은 면을 보고 지지한다고 했다. 전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 이제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짜 솔직한 얘기로 너무 후회하는 거지. 무슨 개판을 쳐놨어.”

공방은 직장인이 퇴근 후 들러 새벽 1~2시까지 자유롭게 건담을 만드는 곳이다.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작업해야 하는데 밤 9시로 제한하자 발길이 끊겼다. “나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봐야지.” 채 씨는 정부지원금 몇백으로 견딜 수준이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채 씨는 자신이 정치의 문외한이지만 안철수 후보는 재목이 아니라고 말했다. “간에 붙었다, 쓸개 붙었다 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단일화에 관해 묻자 고개를 갸우뚱대며 고민하더니 결국 다른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 주민과 상인들의 이야기
▲ 주민과 상인들의 이야기

18일 오후 5시 4분. 저녁이 되자 음식점 2곳이 문을 열었다. 4인석 테이블 9개가 보였다. 남색 앞치마를 두른 주인 유혜영 씨(63)는 약을 먹으려다가 취재팀을 반겼다.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신분과 목적을 밝혔더니 유 씨는 술을 마시며 손님이 정치 얘기를 할 때는 윤석열 후보를 주로 지지하더라고 말했다.

10분 이상 대화하다가 취재팀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임명장, 여성 위원장,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라는 글자가 보였다. 위원장으로 활동하냐고 묻자 그는 지인이 부탁해서 서명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 들이밀었으면 됐다고 할 텐데 윤석열이니까 그냥 해줬지.”

지난 대선에서는 아들과 함께 안철수 후보에게 투표하고 나오며 “문재인이 되면 진짜 문제다”라고 말했는데 진짜 문제가 됐다고 했다.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없고, 개봉동에서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업자가 변경돼 지원금이 적게 나온다.

하루 30만~40만 원의 매출이 10만 원으로 줄었다. “어저께는 겨우 3만원 팔고.” 손님이 가끔 오니까 문을 열긴 하지만 아예 없을 때가 많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정치에 때가 안 묻었잖아. 우리 애 아빠도 윤석열 찍자고 그러더라고.”

2월 20일, 오전 10시 30분. 오류시장을 다시 찾았다. 등산복 차림의 남성 4명이 골목을 걸었다. 인터뷰를 부탁하자 점심을 먹어야 하니 따라오라고 했다. 시장에서 5분 거리 상가의 2층 추어탕 식당으로 함께 들어갔다.

김기성 씨(74)와 박권환 씨(75)등 일행은 같은 아파트에 산다. 오류1동에서 40년 정도 된 토박이. 김 씨는 “한마디로 하자면 여기 지역 70대는 다 윤석열이야. 그것만 알아둬”라고 말했다. 세대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대화를 더 하려는데 식당 주인은 영업 중이니 방해되지 않게 나가달라고 했다. 김 씨와 박 씨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주인에게는 사과하고 나왔다.

상인회 김영동 회장은 떡집을 한다. 그는 “어~ 어서들 와. 어제도 학생기자들 왔다 갔는데”라며 취재팀을 맞았다. 부인이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부인에게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고 물었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대장동 이슈에는 반감을 내비쳤다. 그는 2년 전, 총선 때를 회상했다. “그때 이인영이가 여기 와서 시장 개발 해결해준다고 유세했거든. 지금 봐. 지켜진 게 있나. 그러니 이제는 바꿔야지.”

▲ 오류시장 2, 3층은 재개발 문제로 폐허가 됐다.
▲ 오류시장 2, 3층은 재개발 문제로 폐허가 됐다.

1시간 정도 대화하니 예전에는 대단히 컸다는 시장의 모습이 궁금했다. 취재팀이 2, 3층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묻자 김 회장은 흔쾌히 허락했다.

부서진 나무판자 사이로 작은 길이 보였다. 계단을 오르니 2층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건어물 가게 주인이 전에 운영했다는 액세사리 가게, 옷을 팔았던 흔적이 남은 백화점, 시장 조합 사무실. 폐허 같았다. 3층에 올라가니 시장 입구에서 얼핏 봤던 전당포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취재팀이 만난 상인, 손님, 행인은 모두 중장년층이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의 2월 3주차 자료에 따르면 60대의 윤 후보 지지율은 55%, 70대 이상은 56%라고 한다. 여론 조사 결과처럼 시장의 중장년층은 윤 후보를 모두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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