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보궐선거(작년 4월 7일)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 40대 남성의 51.3%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를 선택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진보 정당을 지지한다는 선거 공식과 달랐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유권자의 집단별 특성을 참고해서 선거를 준비했다. 20대 청년은 고용 문제에 관심이 많고 40대 중년은 부동산 문제에 예민하다는 식이다. 여론조사에서 이런 내용이 나오면 공약개발과 유세에 반영했다.

하지만 민심은 선거 공식으로만 파악하기 힘들다 유권자가 파편화하기 때문이다. 같은 연령대라도 관심사가 다르고, 같은 계층이라도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 이전처럼 민심을 파악하면 여론을 잘못 이해하기 쉽다.

스토리오브서울은 20대 대통령선거를 취재하면서 전국 민심을 알아보기로 했다. 16개 시도 전부를 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전국 민심을 대표하는 곳을 찾은 이유다.

어느 지역이 전국 민심을 대표할까? 전국을 축소한 듯한 지역이면 가능하다. 성별 연령 소득 종교 등 모든 기준이 전국 유권자의 구성과 비슷하면 된다.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취재팀은 특정 지역의 투표 결과가 전체 투표 결과와 일치하는 사례에 주목했다. 선거 때마다 전체 투표 결과와 일치한다면 이곳이 전국 여론을 대표한다고 가정했다. 역대 대통령선거의 족집게 지역을 분석한 이유다.

대선은 1987년(13대) 이후 7회 있었다. 광역 또는 기초자치단체가 아니라 읍면동 단위에서 족집게 지역이 몇 곳인지 궁금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통계시스템’ 코너를 찾았다. 시군구별로 개표 결과를 제공한다. 거기서 읍면동 단위로 분석했다.

행정구역 변화는 행정동 홈페지에서 확인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9동은 2008년에 대학동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영등포2동과 영등포3동은 2008년에 영등포동으로 합쳐졌다. 경기 구리시 교문동은 1995년에 교문1동과 교문2동으로 나뉘었다.

득표율 3% 미만인 후보는 제외했다. 이어서 후보별 득표 순위가 전국 결과와 일치하는지 검토했다. 어느 지역에서 3% 이상 득표한 1~3위 후보가 A B C인데, 전국 단위에서 A B C 순서로 나왔는지를 보는 식이다.

▲ 대통령 선거의 순위 확인 방법
▲ 대통령 선거의 순위 확인 방법

19대 대선(2017년)을 보자. 3% 이상을 득표한 후보는 5명이다. 순위는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이런 순서대로 선거 결과가 나온 읍면동은 전국 선거구 3500곳 중에서 하나였다.

범위를 13~19대 대선으로 넓혔다. 전국에서 5곳이 나왔다. 경기 구리시 교문1동,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 경기 양주시 회천1동, 경기 용인시 기흥구 기흥동, 경기 하남시 덕풍3동. 전체 읍면동의 0.14%다.

같은 방법으로 대선을 7회 치르는 동안에 6회 일치한 읍면동은 75곳이다. 서울 2곳, 인천 17곳, 경기 50곳, 제주 6곳이 있었다. 전부 맞힌 5곳을 포함하면 족집게 지역은 80곳이다.

▲ 전국 족집게 지역
▲ 전국 족집게 지역
▲ 수도권 족집게 지역
▲ 수도권 족집게 지역

족집게 지역에서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이 74곳이다. 경기도에서는 50곳이 6회 이상 일치했다. 이 중에서 5곳은 제13대 이후 모든 선거 결과와 같았다.

수도권이 선거에서 대표성을 갖는 이유를 조진만 교수(덕성여대)는 두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인구가 많다는 점이다. 주민등록인구현황(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수도권이 전체의 50.4%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다른 지역 인구가 꾸준히 유입된다는 점이다. 국내인구이동통계(통계청)를 보면 1987~2021년 수도권으로 366만 명이 이주했다.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140만 명, 충청과 강원에서 각각 20만 명. 수도권 선거 결과가 전국과 비슷한 이유다.

제주도는 수도권이 아닌 시도에서 6회가 일치한 곳이다. 제주 출신인 고경민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은 삼도2동과 용담2동 등 6회 이상 맞힌 곳이 과거 도심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주민이 오랫동안 살면서 개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 제주도 족집게 지역
▲ 제주도 족집게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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