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토요일 오후. 연세대 정문 잎에서 서울지역 대학생들의 집회가 있었다. 교육재정 확충과 교육권 확보를 위해 모인 학생들과 길 건너 신촌거리의 풍경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이동 통신 업체들 은 확성기와 마이크 등을 동원하여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었고 불과 100여 미터밖에 안돼는 연세로는 많은 차들로 인해 교통체증을 겪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거리로 불려질 만큼 하루에도 수많은 젊은이들과 차가 오가고 수많은 호프집들이 즐비해 있는 신촌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도로변 외에는 상권이 그다지 형성되지 않은 조용한 곳이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20여 년 동안 하숙집을 하는 박 모씨(49)에 따르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연세로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주택가가 지금의 도로변 쪽 주택보다 훨씬 비쌌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판도가 바뀐 상태다. 10년 동안 연세로 주변의 모습은 신촌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보여주듯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연세로 주변의 상권 발전은 심각한 교육환경의 저해를 가져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점의 개수다. 유제현(20. 연세대학교 인문계열 00학번) 군은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 앞에서 서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한다. 실제 연세대학교 앞에는 눈에 뜨이는 대형서점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연대 앞에 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촌 지하철역 앞의'홍익문고'와 현대 백화점 옆의 '신촌문고'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홍익문고'나 '신촌문고'의 경우 연세대학교와는 거리상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학생들이 찾아가기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80년대 의식 있는 대학생들이 모여 사회에 대해 논하던 인문 사회 과학 서점. 하지만 학생운동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연세대 앞도 다른 대학교 앞과 마찬가지로 인문 사회 과학 서점은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남아있는 인문 사회 과학 서점으로 '오늘의 책이 있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원래 '오늘의 책'은 신촌의 상징적인 서점으로 도로변에 위치해 있었으나 주변 상권의 발달로 인한 지가 상승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일부 뜻있는 사람들의 지원으로 지금은 연세대학교 정문 앞의 조그만 샛길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흔히 사람들은 연세대학교를 '연세호프'라고 일컫는다. 그 정도로 연세대학교 앞의 상권과 주점의 수는 상당하다. 어느 대학가나 그 주변은 항상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호프나 주점들이 많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대학가 주변 상권의 형성이 지식의 상아탑에서 학생들을 안주시키고 소비문화를 조장하며 신촌역에서 학교까지 수업을 듣기 위해 오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소음공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호프집 등이 즐비한 상권의 형성은 범죄발생빈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서대문 경찰서가 지난 18일부터 25일 동안 정리한 '당직 사건 처리부'에 따르면 서대문구에서 일어난 사건 중 약 3분의 1이 신촌지하철역과 연대 앞 사이의 연세로를 중심으로 한 창천동에서 일어났을 정도로 이 지역은 범죄 빈도가 높다. 음식점과 술집들이 밀집해 있는 연세약국 일대 골목을 위시한 소위 연세대학교 앞의 골목들은 특히 밤 시간대에 음주와 관련한 폭력사건이 많고, 현대백화점 뒤편 놀이터를 중심으로 포진한 자취, 하숙집 일대는 10대 범죄, 강도·절도 등의 우범지대로 이 일대 범죄의 심각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신촌의 ‘성역’으로 대표되는 창천 교회 주변도 주위의 유흥가들로 인해 폭행사건이 심심치않게 일어난다고 한다. 특히 주말이면 10대 인구가 급증해 청소년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이 지역의 특징이다.

 물론 대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범죄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 관할 경찰서의 얘기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통계상에서 학생들의 숫자가 적다는 것이 아니다. 학교 앞의 풍경은 집의 구조에 있어서 앞마당과 같다. 앞마당이 늘 시끄럽고 요란하다면 과연 안방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뻔하다. 신촌의 변화 여부는 바로 신촌 주위 대학교들의 앞날과도 상관있다. 각종 시민 단체나 주변학교의 학생회, 더 크게 나아가 각종 기관들도 신촌의 문제와 유흥성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런 노력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실질적이고 효과 있는 대책의 강구가 필요할 것이다. 

 노충석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유럽어문학부 9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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