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매체는 지금 공격을 받고 있다. 새로운 탈대중화 매체가 크게 늘어나 '제2의 물결'사회를 지배했던 대중매체에 도전하고 또 때로는 이를 대처하고 있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제3의 물결'을 선도할 매체로 인터넷을 거론한다. 때문에 인터넷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인터넷의 인기 상승은 TV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만 하는 TV의 속성상 TV가 인터넷이라는 보물을 놓칠 리가 없다. 때문에 방송국들은 저마다 인터넷을 도용한 방송을 편성했다. SBS의 '생방송 토커넷쇼',와 '특집!파워 네티즌', MBC의 '웹투나잇', KBS의 '접속! 해피타임'은 모두 인터넷을 포용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신선한 아이디어에 비해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인기가 있으면 계속 방송을 내보낸다는 조건으로 편성하는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편성한 MBC의 '웹투나잇'과 SBS의 '파워 네티즌'은 둘 다 2회 방송으로 막을 내렸다.  

인터넷이라는 최고의 인기품 도용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프로그램들이 일찌감치 막을 내려버린 데는 내용의 문제를 들 수 있다. SBS의 '토커넷쇼'는 토크와 인터넷의 합성어인 토커넷이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터넷을 강조하고 있다. 기획의도에서도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인 정보제공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자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상은 여타의 연예오락 프로그램들과 다를 바가 없다. '토커넷쇼'는 매주 네티즌 인기도 1위로 뽑힌 연예인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요새 근황과 같은 단순한 얘기들로 내용을 채운다. "제한된 공간에서 컴퓨터만으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모습과 전원주가 컴퓨터를 배우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인터넷 서바이벌'이라는 코너도 그 의도에 부합하지는 못한다. 전원주가 어떻게 배워나가기를 보여주기보다는 그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대해 최윤정 작가는 "교양프로가 아닌 오락프로이기 때문에 정보를 주더라도 오락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구성을 할 때 매주 확실한 주제를 가지고 합니다. 어떤 내용은 반드시 놓아야 한다고 정해놓고 정보를 계속해서 자막으로 설명을 해줍니다. 하지만 오락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정보가 30%가 들어가고 나머지 70%는 오락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교양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파워 네티즌'에서 보여주는 '현실VS인터넷'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할리는 인터넷으로 안문현은 인터넷 외의 다른 방법으로 하나의 주제를 해결하는 형식인 이 코너는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이겼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MBC '웹투나잇'도 마찬가지다. 13일 '웹투나잇'은 네티즌의 최대관심사를 심도있게 취재한다는 명목으로 K양 비디오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과 여배우 관계를 다루는 선정적인 내용을 방송했다. 또한 스타 홈페이지 주인공을 찾아가는 코너에서는 SKY 최진영을 만나 여타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다 다루는 그의 변신과정과 그 뒷 얘기를 듣는 것에 그쳤다. 

네티즌들과 리얼타임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측면에서 채팅창을 화면에 열어두는 것도 문제가 된다.물론 쌍방향 방송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는 높이 살만 하지만 '방가방가', '~뎅' 등의 통신은어들이 여과없이 방송된다. 또한 방송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엄니, 나 떴어요' 하는 얘기들이 난무하고 정작 네티즌들이 초대손님에게 하는 질문들은 MC들이 못보고 지나쳐버리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한 채팅이라는 느낌이 나도록 욕설이나 비속어가 아닌 통신용어들은 가급적 내보낸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인제 국어교육연구부장은 "청소년들의 이런 컴퓨터 언어가 계속 퍼질 경우 세대갈등을 유발하고,우리 말이 언어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성기지 한글학회연구원은 "PC통신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잘못된 언어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신문 방송 등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들부터 바른 우리말을 써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넷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방송은 무리를 하기도 한다. 방송이 이렇게 무리를 해서 시청자들은 방송에 농락당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MBC '웹투나잇'은 '리얼타임 100시간을 견뎌라'라는 코너에서는 서울예대 개그 동아리와 이화여대 신방과 학생들이 인터넷만을 이용하여 100시간을 견디는 코너를 마련했다. 웹투나잇은 여기서 대학생들이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통해 김치찌개, 케이크, 샴페인 등을 수 시간 만에 옷주문도 하루만에 배달되는 것처럼 방송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인터넷 주문은 평균 3~4일은 지나야 배달된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100시간이라는 제한 때문에 인터넷 주문시 'MBC방송용 이벤트이므로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는 내용의 협조요청을 했다"라고 밝혔다.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급속한 도입은 기술적 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 '토커넷쇼'는 "인터넷을 방송에 실시간 내보내는 것은 최초"라는 점을 들어 화상채팅 장면을 방송하고 있다. 최윤정 작가는 "예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연결을 할 때 위성 등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어디에 있거나 실시간  화상채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가장 좋은 시스템을 써도 몇 초 정도의 딜레이가 발생하여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줄 수 있다.

오늘날 인터넷을 못하는 사람들은 넷맹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방송이 인터넷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신선함과 인기만을 위해 인터넷을 도용한다면 더 나은 방송을 기대할 수 없다. 사람들은 뉴미디어가 나오면 기존의 것과는 다른 대안적인 새로운 가치관을 담아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의 방송은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를 수용함으로서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어필하려고 하지만 정작 그 내용은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실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조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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