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과 몰리의 죽음을 뛰어넘은 사랑. 10년 전 연인들은 '사랑과 영혼'의 영원한 사랑을 동경했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에게 이런 사랑은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뭐든지 빠르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사랑 역시 그런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젊은 세대, 특히 청소년들에게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부모들의 과외열풍으로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최근 몇 년 사이 남녀공학으로 변하는 중고교가 늘어남에 따라 청소년들은 예전에 비해 이성간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늘어났다. 이에 따라 그들은 서로간의 관심과 호기심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교제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여자친구를 10명쯤 사귀어 봤다는 안모(서울 용산고 2학년)군은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동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학교나 학원에서 주로 알게 됐어요. 제가 먼저 좋아한 경우도 있고 여자친구가 먼저 좋다고 한 적도 있죠. 두 경우가 거의 반반인 것 같아요."
또 남자친구를 몇 명이나 사귀어 봤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정모(서울 동일여고 2학년)양은 "학원이나 친구소개로 남자친구들을 만났어요. 친구소개로 만났을 때 괜찮다 생각되면 한 두번 만나보고 사귀게 됐죠."라고 이야기한다.

통신이 발달하고 PC방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남에 따라 이를 통해서 이성친구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채팅으로 조금 이야기 해보고 바로 만나기도 해요. 만나보고 괜찮으면 계속 연락하고 아니면 멀리서만 보고 그냥 도망가는 경우도 있죠." H여고에 다니는 이모양의 이야기다.

청소년들은 주변에서 많은 이성을 접하게 됨에 따라 그들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것이 N세대의 특징인 솔직함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너무 가볍게 그들은 서로간의 교제를 허락하는 것이다.
"상대가 절 좋다고 하니깐 그냥 사귀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진짜 좋아한다기 보다는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사귀는 경우도 많구요." D고에 재학중인 박모양은 친구들의 경우를 빌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청소년들은 이처럼 자유롭고 쉽게 이성친구를 접하게 됨으로써 여러 명을 한꺼번에 사귀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양다리, 문어다리다.
"사실 일부러 양다리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있어도 다른 사람이 절 좋아한다고 하면 거절하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둘 다 사귀게 됐죠." 김모(S고 2년)군은 양다리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사람을 한꺼번에 사귈 수 있는 것도 능력 아닌가요?"

어떤 것이든 성취하기가 쉽다면 그만큼 잃기도 쉬운 법이다. 청소년들은 쉽게 이성친구를 사귀고 그들의 감정에 충실한 만큼 대부분 헤어지는 것도 빠르다. 정양은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말한다. "자주 만나다보니 질리더라구요. 처음엔 좋아서 사귀었지만 보통 열흘정도 사귀고 헤어졌어요."


청소년들은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 이처럼 자유로워졌고 그에 따라 성에 대한 생각도 이전 세대들 보다 훨씬 개방적이게 되었다. 성을 금기시하여 입에 올리지도 못했던 우리 어머니시대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최근 원조 교제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된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혼전 성관계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엔 친구들도 혼전 순결을 꼭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도 이미 성경험을 해 본 친구들이 한 반에 10명에서 15명 정도는 되니까요." 정모(서울 홍익고등학교 3년)군은 성에 대해 개방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정군은 성경험을 해본 친구들에 대해 "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술 마시고 처음 만난 사람과 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청소년들의 잘못된 성모습에 대해 설명했다.


박양은 이런 현상이 소위 날라리라 불리는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평범한 아이들도 요즘에는 성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으로 생각해요. 제 친구 중에도 모범생으로 보였던 아이인데 폭주족과 만났다가 성관계를 맺은 경우도 있거든요. 처음에 거절을 하기는 했다는데 완강히 거절하지는 않았나 봐요."

그러나 청소년들의 이러한 생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수적인 생각으로 혼전순결을 외치는 아이들도 있다. 김모(서울 성신여고 3학년)양은 청소년들의 가벼운 성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 저는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나중에 결혼하면 상대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을까요? "
S여대에 다니는 김모(21)씨도 이성친구에 관심이 많은 자신의 동생을 보면서 걱정이 많다. "청소년기는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기에 많은 이성 친구를 사귀면서 성과 사랑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이러한 성문화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많이 접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힘으로써 잘못된 환상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바로 윗세대인 대학생 중에도 이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D대 2학년에 재학중인 김모(24)씨는 청소년들이 많은 이성친구를 사귀어 보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선만 지킨다면 오히려 어릴 때 이성친구를 많이 사귀어 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도 줄어들고 그것이 나중에 올바른 이성 관계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테니까요."

성에 대해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보수적인 생각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들도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양쪽 모두 우리 청소년들의 현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방적인 것과 가벼움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개방적 사고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인정될 수 있지만 가벼움은 서로간에 상처와 걱정만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성과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는 아이들은 아직도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꼭 문제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전 아이들이 성에 대해 개방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동의합니다. 그러나 성에 대해 지나치게 개방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다른 정식적인 관계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참 안타깝죠. "서울특별시 청소년 종합상담실 구자경 전임상담원의 생각이다.

이제 어른들의 잣대만으로 청소년들을 판단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성과 사랑의 모습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우리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과 사랑의 모습을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서로간의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때이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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