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하면 즉석에서 "결과보기"를 할 수 있는 인터넷 리서치. 이는 사이트 방문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각종 웹사이트의 마케팅의 수단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수 백지영의 공중파 방송출연에 찬성하느냐'고 묻는 가십성 주제부터 정책 결정을 위해 쓰일 법한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느냐'는 질문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인터넷 리서치는 방송국, 신문사 사이트, 각종 포탈 사이트, 그리고 다양한 기업의 홈페이지 등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설문의 내용은 방문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최근 이슈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리서치의 범위는 넓지만 이 기사에서는 즉석에서 결과를 볼 수 있는 일명 '라이브 폴'을 가리킨다.)

imbc에서 '여론광장 POLL'을 만들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왜 이러한 설문조사를 하느냐는 물음에 그런 것을 만드는데 무슨 이유가 있냐며 반문했다. 이처럼 의미없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는 인터넷 리서치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얼마나 믿을만 한가?

인터넷에 올라 온 현직 교사의 누드사진이 논란이 되었을 때, 그와 관련한 리서치가 인터넷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경향일보에서 실시한 '라이브 폴'에서는 '예술이다'라 의견보다 '외설이다'라는 의견이 두 배에 가까운 표를 얻었다. 반면 한겨레의 조사 결과에서는 '예술작품이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과반수를 넘었다.

인터넷 리서치는 이처럼 같은 질문에 대해서 다른 결과를 보여 줄 수 있다. 로그인을 통해 응답 횟수를 제한하지 않아 몇 번이고 중복 응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불특정다수에게 열려있기 때문에 정확한 표본 확보도 어렵다.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리서치의 경우, 대부분 5000명에서 10000명에 가까운 높은 투표수를 보이고 있어 여론을 읽어내는 것처럼 그럴듯해 보인다. 과정의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사 결과들은 사람들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인터넷 리서치는 사람들의 생각을 짧은 시간에 모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 

찬성 or 반대

인터넷 리서치의 또 다른 문제점은 비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들은 상식수준에서 설문을 만들고 있다.
유대근 교수(우석대 유통통상학부)는 "설문작성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과학적 설문 조사라기보다는 흥미성 앙케이트에 가깝습니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충 만들어진 설문지의 구성과 질문은 대답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거나, 대중의 의도의 교묘하게 왜곡시킬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리서치들은 대부분 '예·아니오', '찬성·반대' 와 같은 답을 원한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라는 설문에 답하다 보면, 폐지와 존속 둘 이외의 대안은 없는 듯하다. 찬성·반대 이외의 생각은 불필요한 것이 된다. 순위프로그램을 공정하게  만드는 방법이나 대안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선구자?

인터넷 리서치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인터넷 한겨레에서 '라이브 폴'을 운영하고 있는 이충신(뉴스부)씨는 인터넷 리서치의 신뢰도가 의심스럽다는 말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 어떤 이해집단의 조작이 이루 어질 수도 있겠지만 크게 신뢰도를 의심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는 주요 사안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내는 장점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리서치가 컨텐츠 대부분을 차지하는 싸이트도 있다. 아이워치코리아닷컴
 (http://www.iwatchkorea.com)은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 정책 결정자와 유권자를 연결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웹사이트다. 이곳에서는 정책에 관한 찬반 투표와 인물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패널가입을 통해서 중복응답의 문제점은 해결하고 있지만 '예·아니오'로 선택해야 되는 설문문항들이 흑백논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김혁 이사는 "우리가 정책결정을 위해서 투표를 할 때는 차선책으로라도 자기 입장을 표명합니다. 정책을 결정하고 인물을 평가할 때,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이점을 십분 활용, 유권자와 정책 결정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희망하고 있는 그들에게 찬반으로 답하는 '투표(voting)'의 형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인터넷과 리서치의 만남

모든 인터넷 리서치를 일정한 잣대로 폄하할 수는 없다. 특성에 맞게 설문이 만들어지고, 결과가 해석된다면 신속성과 쌍방향성에서 오프라인 설문조사의 한계를 극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사의 목적, 표본구성, 오차의 한계 등을 설명하지 못하는 즉석 인터넷 리서치들은 자칫 네티즌의 순간적인 판단을 진실인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이진우 계명대  철학과 교수는 7월 10일 경향신문에 ['아전인수' 여론조사의 허구] 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서 '민심을 과학적으로 읽어냈다고 주장하는 여론조사를 믿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한바 있다. 최근 넘쳐나는 설문조사들은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설문조사들의 문제점은 인터넷과의 만남을 통해 더욱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홍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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