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일본 정부는 역사왜곡 교과서 재수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명백한 사실(史實)의 오류가 아닌 정정은 어렵다”는 일본의 기존 입장이 되풀이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대일 문화개방 일정 연기, 한일 교류사업 축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등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 단체 등 민간에서도 역사 왜곡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였다. 민간의 활동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까지 그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0년 간의 평화시위

“여러분, 역사를 왜곡한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초등학교 4학년인 김희수양이 집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역사 왜곡 항의 차 일본에도 다녀왔다는 김양은 일본의 행위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 김양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과 몇몇 할머니들은 경찰에 둘러싸여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 협의회(이하 정대협) 주최로 매주 열리는 수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위안부 범죄 기록하고 올바르게 교육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굳게 닫힌 일본 대사관을 향하여 시위를 진행했다. '일본 역사 왜곡 시정하라', '군 위안부 문제 해결하라' 등의 구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정대협은 지난 10여 년간 수요 집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역사왜곡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 시위를 해왔다.
“군 위안부 문제가 역사 교과서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두 문제는 함께 다루어져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는 한 소설가는 수요 집회에 자주 참석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 날, 수요 집회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찰들이 집회를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대협의 한 간사는 앞으로도 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의 만행에 대응하기 위해 이 시위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경찰서장은 물리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했으나 우리는 수요집회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저희는 폭력시위가 아닌 평화시위를 하기 때문에 물리적 대응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신문에 전면광고를

일본역사교과서 개악저지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일본 신문에 전면 광고를 싣기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광고를 싣기 위해서는 2억 여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모금액은 8천 9백 만원 정도로 일본의 교과서 채택이 이루어지는 7월 중에 광고를 실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러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금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모금액으로는 광고를 싣기에 역부족이다.

운동본부는 이외에도 여러 방법으로 일본 역사 왜곡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왜곡 교과서를 후원하는 일본 기업 제품 불매 운동에 이어 지난 7월 24일부터 모든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팩스 보내기 운동을 시작하였다. 후소샤 교과서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그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라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엄마! 아빠! 나도 역사를 살아요.

일본 역사 왜곡에 대응하여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이하 민족문화재단)의 주관으로 기획된 '일제침략 역사 왜곡전'이 그것이다. 7월 21부터 8월 26일까지 서대문 형무소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사진과 설명으로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그들의 만행, 우리 친일파에 대한 역사까지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는 일본만 반성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내의 문제제기도 함께 함으로써 두 나라간의 역사 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민족문화재단의 김종천 사무국장은 왜곡 교과서 문제만으로 이 전시회가 기획된 것은 아니라며 한일 양국의 근본적인 역사 인식 변화를 기대했다. 먼저 우리의 잘못을 뉘우쳐야 일본에 끈질기고 철저하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개인적 설명도 해주고 있다.
" 일본의 제국주의와 식민지 전쟁은 한국민들에게 피해를 준 명백한 범죄 행위임을 설명해 줍니다. 가해자인 일본이 스스로 정당하다고 하면 또 한번의 가해를 할 수 있음을 인식시키지요." 김종천 사무국장은 일본인들이 그들의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함께 만드는 역사 교과서

국내적인 행사 외에 얼마전에는 한일 양국 학자들의 모임도 개최되었다. 7월 26, 27 양일 간 서울 시립대에서 열린 '제 8회 한일역사 교과서 심포지엄'은 공동 교과서 제작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자리였다.

양국의 참석자들은 고대사에서 중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고 새로운 교과서안을 발표함으로써 기존 교과서를 검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10만 국민의 뜻을 모아서

오프라인 활동에 힘입어 온라인에서도 일본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항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보여주는 노점 홈페이지 (www.nojum.co.kr)에서는 지난 7월 14일부터 '역사 왜곡 반대 1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후소샤 역사교과서 검정통과에 대한 항의와 함께 이 교과서의 수정이 아닌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네티즌의 항의 서명이 10만이 되면 독립군의 이름으로 이를 일본 대사관에 전달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명이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난 7월 30일 현재 1만 7천명이 서명에 참여하였으며 전체 서명자 중 80%정도가 학생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기와 달리 서명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 신문 방송 단체에서 협조가 전혀 안되고 서명 운동에 대한 홍보글이 다른 게시판에서 삭제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노점 홈지기인 유재곤씨는 10만 서명운동 진행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은 자신들의 서명이 담긴 CD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할 때까지 지속적인 홍보를 해나갈 계획이다.

서버가 다운될 때까지

네티즌들은 8월 광복절을 맞이하여 가상 연좌 시위도 준비하고 있다. 문부과학성, 산케이 신문,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 역사 왜곡 문제에 책임이 있는 일본 단체들의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8월15일 사이버 시위를 통해 왜곡된 역사로부터 스스로 해방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현재 반일 사이트 게시판에는 이 참여를 요구하는 글들이 오르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많은 곳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역사 왜곡 문제가 붉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적이고 감정만을 앞세운 대응은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먼저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 잘못된 부분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장기적인 힘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윤미 기자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