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는 그들에게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일학생회의' 교과서 분과의 이우정(01학번·이화여대)양은 8월 3일부터 15일 동안 있을 여름 회의를 준비하면서 느낀바를 이렇게 말했다.

매년 서울과 동경에서 대화의 장 마련

한일학생회의는 86년 6월부터 자매단체인 일본의 일한학생회의와 함께 매년 서울과 동경을 번갈아 가며 대화의 장을 마련해 온 순수 대학생 학술교류단체이다. (듀 00년 8월 기사보기)

이들은 매년 그래왔듯이 이번 대회에서도 6개 분과로 나누어 토론을 준비중이다. 특히 이번에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와 6차 문화개방 연기 문제로 인해 더욱 할 얘기가 많아보인다.

역사 왜곡은 만국 공통

"우리의 역사 서술도 국가의 이익에 맞게 도구적으로 이용되고 있어요." 고효정(01학번·이화여대) 양은 역사교과서를 보다보면 무조건 애국심을 강조하고 민족을 강조하고 '우리'만을 강조하며 개개인의 삶은 무시하는 부분이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중의 생활은 교과서에 나오지도 않으며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부분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심한 면이 있지만 그것이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들은 여름 학술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일본측과 세 번의 문서를 교환한다. 처음에 개요를 보내고 중간점검을 위해 한번 더 보내고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의 의견도 확인하고 그에 맞게 토론을 준비한다. "일본학생들과 여러번 의견을 교환하고 저희 스스로도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어느 나라나 역사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저술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우정(01학번·이화여대)양은 이를 통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양은 일본측 학생들의 태도에서 서운한 점을 느끼기도 했다.

누가 나를 변화시키리오 - 태도변화없는 일본 학생들

"저희가 많이 객관적이 된 반면 일본학생들은 처음과 별로 생각의 변화가 없어요." 아직 본격적인 토론을 하지 않아 일본학생들에게 변화된 생각을 갖도록 할 기회는 있지만 한국학생들의 변화에 비교해 봤을 때는 무척 서운하다는 말이다. 일본학생들의 생각은 아직도 일본의 '새로운 교과서를 준비하는 모임'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인정하도록 설득을 위한 준비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게 고효정양의 다짐이다.

지금까지의 회의 결과를 보면 언제나 논쟁거리가 많은 주제가 더욱 재미있었다며 학술부장 함세정(00학번·숙명여대)양은 현재까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일본측과의 의견차이가 이번 준비를 더 의욕적으로 만든다고 했다. "작년 동경대회에서 재일 한국인 문제를 논의 한 적이 있었는데 저희는 일반 언론의 의견과는 달리 재일 한국인이 국적이나 정체성을 결정하기 이전에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어요." 이들이 가장 의미를 둔 점은 일본과 한국 문제의 시발점이 어디있느냐였고 거기서부터 나온 한일 공통의 결론이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우선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함세정양은 "문제의 겉모습만 보지 않고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살펴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렇기에 매년 여름 15일 동안 합숙하며 일본 대학생과 하는 토론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화개방은 계속 되어야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못지 않게 화두가 된 것은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내세운 '일본문화개방 연기'이다.

문화개방과 교과서 왜곡문제는 별개인데 정부가 지나친 감정대응을 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문화가 개방되어 오던 전체적인 흐름이 있는데 그걸 정치적 목적을 위해 중간에서 흐름을 끊는다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지영(01학번·성균관대) 양은 오히려 민간단체가 더 많은 문화교류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나서서 문화개방을 막는 등의 대응을 하기보다는 민간단체가 각자의 색깔을 살려가며 맡은 분야에서 교류해야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이정선(01학번·한양대) 군은 이와 같은 대응을 정치적 조작이 대중문화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게 조작된 문화를 대중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게 문제예요."
 
한 분야에만 집중적인 투자는 NO!

이들은 이처럼 문화개방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지만 우리나라 영화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대해서 무조건 환영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일본에 많이 알려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영화라는 면에만 제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홍보부장 안혜영(00학번·건국대)양은 일본에서 영화 '쉬리'가 흥행에 성공한 이후 대중문화의 일본 진출이 영화부문에만 집중되는 현상을 걱정했다. 이럴 경우 영화부문에서의 관심이 줄어들면 또다시 문화교류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영화가 일본영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인기였지만 앞으로 일본영화가 우리의 영화와 많이 비슷해진다면 아마 상황이 달라질 거예요."

마찬가지로 일본의 대중문화가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이유도 우리의 문화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그에 반해 우리의 대중문화는 일본문화를 너무 많이 모방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편견을 없애고 다양한 시각을 이해해야

이렇듯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서운해하고 그 때문에 토론을 하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일본인이 '나쁜 왜놈'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냥 의견이 다른 친구일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일본 학생중의 한명이 헤어질 때 공항에서 울었던 거예요. 키도 큰 남학생이었는데 갑자기 펑펑 울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우리는 친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함세정양은 그 순간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한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생각으로 들어오는 회원도 많지만 학술 세미나를 하고 대회를 준비하면서 교과서적 지식을 벗어난다는 한일학생회의 회원들. 이들은 여러 가지 문제들로 관계가 좋지 않은 일본과의 관계를 이렇게 토론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공부를 통해 극복하려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일본은 더욱 이해와 대화가 필요한 친구이다. 서로 교류하고 있는 한일 대학생들의 모습에서 좀 더 발전적인 한일 관계를 그려 볼 수 있을 듯하다.

우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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