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자유기고가              

채 인터넷을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포스트 인터넷(post internet)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다. Next internet, 또는 X-inetrnet로도 불리는 차세대 인터넷에 대한 논의는 한마디로 Line을 벗어난 인터넷에 대한 것이다. Line을 벗어난다는 것은 더 이상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컴퓨터의 모니터 앞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을까?
 
이미 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불완전하긴 하지만 PDA, 포켓PC 등으로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은 이 정도가 아닌 것 같다.
 
이미 헬스 클럽의 기구들이 인터넷을 통해 건강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서버에 접속됨으로써 자신의 건강관리를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개념들이 소개되고 있다. 인텔의 애니포인트(AnyPoint)의 기능을 고려한다면 이건 정말 그럴 듯한 사업이다.
 
‘토토빌’ 또는 ‘토이트론’이라는 회사에서 만들어낸 웹토이를 실제로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장난감도 인터넷에 연결되기 시작했다. 거창한 기술도 아니다. 고작 칩 한 개만 달아서 내놓은 장난감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서 아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 키우는 일이 더 쉬워진 건지, 어려워진 건지.
 
또 가까운 시일 내에 냉장고나 오디오 같은 기기들도 인터넷과 연결되기 시작할 것이다. 가전제품과 인터넷의 결합은 이미 많은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어쩌면 토스터까지도 인터넷으로 연결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필자의 무책임한 상상을 용서하라)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인터넷 토스터'는 빵을 굽는 타이밍을 조절하기 위한 칩의 온도조절 프로세스를 컨트롤하기 위한 모델이다. 즉 성공적인 빵굽기 방법이 구현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이에 대한 각종 메뉴얼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마도 우린 빵을 환상적으로 굽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호환하는 문화 속에서 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러한 논의 자체를 "어처구니 없이 웃기는 일"이라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물건들이 아주 사소한 이점 몇 개 때문에 쓸데 없이 더 복잡해지고 상품의 단가만 올라갈 것이라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이들의 불평은 정말 곱씹어 봐야 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터넷의 미래는 "어처구니 없이 웃기는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문명의 발전은 단지 적자생존의 유용성의 논리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진보'라는 허울 속에서 흔하게 환상과 폭력이 동원된다. 아뭏든 인터넷의 미래가 이런 예측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손에 쥐는 모든 것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시대로 갈 것이다. 이것은 언제 어디서 어떤 물건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모두 데이터로 환원돼 누군가의 서버로 옮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들은 그리 기분 좋은 것이 아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기기들에 장착된 칩들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인터넷이 그 길을 열어준다. 내 주변의 정보들이 죄다 통합되고 그 정보를 통해 나를 다시 파악하게끔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상당히 위험스러워 보인다.광고는 이러한 세계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하나의 어긋난 환상을 심어줬다. "모든 것이 당신의 손끝을 따라 움직이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흐르는 정보는 당신의 손끝에서 벗어나 당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누군가의 손에 쥐여진다. 우리에 관련된 너무 많은 정보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짐작하지 못하는 목적으로 이리저리 옮겨져 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때로 식은땀이 흐를 때도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정말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앞으로 우리는 그저 가끔씩 태워먹기도하는 말 잘 안듣는 토스터로 빵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해야하는 시대를 살 지도 모르겠다. 새까맣게 탄 빵이 위험스러운 정보 과잉 시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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