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주)코스닥증권시장대표

1. 우리가 200살까지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게놈프로젝트에 따른 DNA유전자의 규명, 복제양 돌리 등 생명체의 재탄생 등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아프리카 나라의 경우 30대 장관이 즐비하다. 이들 나라의 평균 수명이 50세 전후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조로(早老)한다고 보여진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복지문제, 의료서비스 제공문제 등 국가정책상의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인구 노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2030년이 되면 인구 2명당 1명이 노인 등 비경제활동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고 한다.

하루살이가 비전이 있을까. 수명이 길어질수록 개인 스스로가 장래에 대비하여야 하는 자기 책임성이 커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생명보험 통계에 의하면 50세 남성의 경우 여명이 40년 정도이다. 앞으로 대상연령층의 경우 싫던 좋던 40년간을 평균적으로 더 살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80살도 못살게 될지 모르지만 100살을 넘게 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마도 지금 20대라면 과학의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120세까지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대비하고 어떠한 비전이나 꿈을 가지고 사느냐는 개인 스스로의 책무를 넘어서 가족 친척 친구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짐이 될 수도 또 공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 호주사람 앤드류 매튜스는 『마음가는 대로 하라(Follow Your Heart)』라는 책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게 되면 자연히 전문성도 따르게 되고 명예·부도 얻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코스닥 사장을 하면서 가장 마음 뿌듯한 것은 매일매일 감탄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대, 30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고 또 코스닥시장에서 인정받아 더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하여 밤을 새우면서 일을 하고 있다. 코스닥에 거래되는 기업 중 인트라넷 구축사업을 하는 버츄얼텍의 서지현 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코스닥 제1호 30대 여성기업인으로 한때 납기를 맞추기 위하여 7일간 총 9시간을 자면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3. 이제는 대학생인 우리 애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 적어내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집 가훈이 뭐냐고 했다. 딱히 가훈이라고 걸어둔 것이 없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뭔가 품위가 없고 다소 상스럽다는 반응이어서 그러면 '뿌린 대로 거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사필귀정(事必歸正)'과 같은 뜻이라고 아무 것이나 마음 드는 쪽으로 하라고 하였다.

코스닥 사장 취임식에서 꼭 같은 소리를 하였다. 우리회사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33세로 젊어서 그런지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하는 사장이 고매한 인격을 갖추지 못한 경박한 인물로 비춰지지 않았나 모르겠다. 1994년 말부터 1997년 초까지 IMF에서 우리나라 정부대표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후 1997년 말 태국·인도네시아에 이어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고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나라나 가정이나 개인이나 빚을 지고 파산에 이르게 되는 기본원리는 같다고 생각한다. 저실질 금리체제 고평가된 환율 등 경제정책 잘못도 크지만 개별경제주체가 주변의 보증으로 자기실력 이상으로 써댄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이 실력이상으로 차입하여 잘못된 투자를 하였고, 또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빌려준 사유야 어쨌건, 부실하게 된 데서 외환위기의 원인을 찾을 수가 있다. 쉽게 보면 '공짜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보다는 외형경쟁, 불투명한 거래관행에 젖어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기업이나 가정이나 개인이나 간에 각자가 건실하면 헷지펀드가 아무리 날뛴다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이다.  분수에 맞춰 생활하는 풍토가 중요하다.

4. 이상에서 나는 세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첫째 젊은이들은, 여러분이 스스로 젊다고 생각한다면,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전이 있어야만 책임있는 인생, 책임있는 하루하루를 쌓아갈 수 있는 것이다. 등산을 해보라. 산이 높지만 첫걸음부터 탄탄해야 한다. 인터넷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문화에 참여하기 위하여는 최소한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영어와 컴퓨터 실력, 나는 이것이 21세기의 생존요건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뭐를 좋아할지 잘 할지는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것이다. 밤을 새워서 혼자서든 여럿이든 해보아야 한다. 이것저것 해보다 보면 스스로의 자질을 파악할 수 있다. 여러분은 지난 세대에 비하면 행복한 세대이다. 이전 세대는 먹고 사는데 급급하였지만, 봉급을 받는 일에 매일 수밖에 없었지만, 여러분들은 뭐든지 꿈꿀 권리가 있다.

셋째는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직하게 일하고 일한만큼, 노력한 만큼, 대우나 보상을 받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실력, 적극적 자발적 창의적인 자세, 겸손함, 건실함이 갖추어진다면 직장에서나 그 이후 죽을 때까지 사회에서 환영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여러분은 국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어디서나 어울려 일할 수 있는 매너와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불행히도 우리네들은 길 걷는 법, 말하는 법, 식사하는 법, 화장실 쓰는 법 등 기초질서를 익힐 기회가 없었다. 여러분들은 이제 정말 국경이 없는 시대에 살게 된다. 먹는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행복한 세대이기도 하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사는 문제는 스스로 익혀야 되는 어려운 세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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