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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만한 경제 수준에 우리만큼 기부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곳이 있을까요? '도움넷'은 바로 미숙한 우리의 기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웹사이트입니다." 지난해 12월 15일 인터넷에 문을 연 도움넷의 현경병(38) 대표 이사의 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초 기부(寄附) 전문 사이트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도움넷은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기도 전이지만, 현재 총 기부액이 700만원이 넘어섰고 5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도움넷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도움이 필요한 곳에 네티즌들의 정성을 모아주기 위한 사이트다. 각 방송사마다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내보내는 성금 모금 방송이나, ARS를 이용한 성금 모금 프로그램과 비슷한 취지를 갖고 출발했지만, 모금 방식에 있어서 수혜자보다는 기부자를 더 배려한다는 점에서 한층 발전된 형태라며 현사장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방송으로 하는 성금 모금은 단기간에 끝나죠. 특히 ARS 성금 모금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사실상 지속적인 모금이 어렵습니다. 도움넷은 24시간 기부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기부 방법도 다양하고 편리합니다."

도움넷에서 현재 운영 중인 성금 접수 방법은 무통장 입금, 정기 자동이체, 사이버머니 기부 등 3가지며, 온라인기부(EBPP)는 5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EBPP방식은 ARS 성금 모금처럼 기부인이 도움넷 홈페이지에서 기부한 금액이 기부인의 전화 요금에 합산되어 청구되는 방식이다. 기부금 청구 이전에 직접 전화 확인을 하기 때문에 기부인과의 마찰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ARS와는 차별화된 점이며 전화요금 청구서에 도움넷 기부금이라는 항목으로 명시될 예정이다.

현사장은 온라인기부 방식이야말로 기부 문화를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게 하고 생활 가까이로 끌어올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기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적당히 기부해야 할 곳을 찾는 것부터 직접 돈을 보내는 일까지 여러 가지 귀찮은 일이 많습니다. 온라인 기부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사회 사업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죠. 기부하는 사람이 적은 돈이지만 좋은 마음으로 편하게 기부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택형 기부, 투명한 기부, 해가 없는 기부

각종 성금 모금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돈이 언제, 어떤 곳에, 어떻게 쓰여졌는지 알기 힘들다. 도움넷의 모금 방식이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기부자가 직접 기부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원하는 곳, 원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 데에 있다. 지금까지 이런 정보는 일회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의존하거나 인터넷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것과는 달리 도움넷에서는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사장이 현재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도 바로 각종 보호 시설과 자선 단체에 대한 풍부한 컨텐츠를 확보하는 일이다. 국내 사회 복지 시설을 빠짐 없이 등록해 놓고, 관련 자료와 소식을 상세하게 제공하지 않고서는 기부 전문 사이트라는 이름이 아깝다는 것이 현사장의 생각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소식을 좀더 많이, 빨리 전하고 불우이웃을 위한 각계 각층의 활동 소식을 알려서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인 '해피뉴스' 코너는 네티즌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 요소다. 도움넷 회원 중 뉴스를 게재하는 사람의 구좌에 한 건당 3000원씩 입금되도록 한 것도 네티즌들이 주변의 어려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도움넷'을 만들기 위해서다.

도움넷의 기초를 세우는 단계부터 참여한 4명의 직원 외에 7명의 신입 사원을 더 채용하는 등 현경병 사장은 이제 도움넷 사업을 본격화하는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실질적 수입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시점도 5월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한국통신 등과 연계하는 것등을 포함해 인터파크, 실버리아, 스카이러브, 네띠앙 등 유명 사이트에 도움넷 창을 띄우는 등 홍보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도움넷이 완벽하게 비영리를 추구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이트의 성격상 저와 사원들 개인의 도덕성이 다른 사업과 비교했을 때 대단히 중요합니다. 제가 '약속합니다'라는 꼭지에 글을 올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현사장은 '약속합니다'에 올린 글에서 세전 수익의 50%를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했다. 현사장은 이것을 '자기구속'이라고 말한다. 마음의 다짐을 공개적으로 밝혀 놓으면 욕심에 흔들리게 될지라도  결국 실행에 옮기게 하는 구속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현 사장이 전문 기부 사이트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김&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이영진 변호사와 치우의 활성화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다. 지난 94년 문을 연 치우는 한국 지식문화 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국 문화 소개 전문 사이트. 현사장은 한국 방문의 해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 우수한 전통 과학과 문화, 인물 등에 대한 정보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상품화한다는 목표로 치우를 운영해왔다.

현경병 사장은 우리 나라의 편협한 기부 시스템에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치우와는 별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도움넷을 설립했다. 현사장이 모토로 내걸고 있는 도움넷 기부의 장점은 '편리한 기부', '개인 신상에 피해를 주지 않는 기부', '액수 부담이 없는 기부', '다수의 작은 힘이 모여 큰 힘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부' 등이다.

"기부를 해서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가면 안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는 자선 사업에 많은 돈을 쓰는 기업일수록 세무조사를 철저히 받습니다. 외국의 경우 기업이 매출에 상응하는 사회 사업을 하면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 나라는 기부를 너무 많이 했다 싶으면 세무조사를 하거든요. 그런 실정에서 누가 마음 놓고 성금을 내겠습니까?" 현사장은 우리의 제도 자체가 기부 문화를 뿌리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안심하고 기부할 수 있는 장(場)으로 도움넷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업은 결국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 사업을 통해 기업에 아무런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현 사장은 도움넷을 통한 기부 사업을 기업 홍보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의 참여를 얻을 수 있고, 어려운 이웃에게 더 많은 물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가 하는 인터넷 사업은 상업적 성격보다는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개인적 열정을 표출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현사장은 섣불리 공익을 내세우지 않는다. "비영리적인 인터넷 사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 아무 공로도 없는 상태에서 제가 공익을 위한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그런 것은 결과로 나타난 후에나 논할 수 있는 얘기죠."

E-비지니스, 증권, 인터넷 쇼핑몰 등 인터넷은 지금 사회 기여적 성격보다는 상업적 목적으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은 돈 버는 수단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인터넷을 모르면 돈 벌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와중에 도움넷의 위치는 인터넷이 공동체를 위해 사용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김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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